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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췌장암’ 앞세우는 이유

‘조용한 살인마’ 췌장암…생존율 특히 낮아
조기진단 어렵고 마땅한 치료방법 없는 탓
프레스티지, 췌장암 신약 PBP1510 개발 중
‘파우프’ 발현율 활용해 진단·예방으로 확장

박소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기업의 사업 전략과 췌장암 신약 후보물질 PBP151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조사된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5.9%에 그친다.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어서다. 기존의 치료 방법으로는 전체 췌장암 환자 10명 중 1명만 암을 치료할 수 있다. 나머지 9명의 환자는 암이 다른 조직으로 전이돼, 항암제를 쓰거나 수술을 받아도 암을 치료하기 어렵다.

박소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 회장이 ‘췌장암’ 신약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현재 항체 기반 췌장암 신약 후보물질 PBP1510을 개발하고 있다. 췌장암 환자 80%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파우프’(PAUF)가 신약 개발의 열쇠다.

파우프는 면역체계를 교란해 항암제가 암세포를 잘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단백질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의 췌장에서는 파우프가 잘 관찰되지 않지만, 췌장의 관, 이른바 췌관선암종 환자의 췌장에서는 파우프가 잘 발현된다.

물론 파우프가 췌장암 환자의 췌장에서 무조건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췌장암 환자 중 파우프가 많이 발현되지 않는 환자는 항암 치료 반응이 좋기도 하다. 쉽게 말해 췌장암 환자의 파우프 발현 정도를 낮추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박 회장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PBP1510은 파우프를 억제하는 ‘안티(anti)-파우프’로, 췌장암 환자의 예후를 좋게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임상시험도 단독 투여와 병용 투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PBP1510의 임상시험을 스페인,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 단계는 1·2a상으로, 임상 1상 이후 결과에 따라 2a상을 바로 진행한다. 췌장암 환자는 30여 명을 모집한다. 이들은 모두 여러 치료 방법을 쓰고도 암을 치료하지 못한 말기 환자다.

박 회장은 PBP1510의 임상시험이 아직 초기 단계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스페인에서 16명의 환자를 모집, 일부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했더니 용량을 조금 올린 단계에서도 복막과 췌장에서 발견되는 암의 크기가 줄었다.

박 회장은 “PBP1510을 췌장암 환자에게 단독 투여했을 때 병변의 성장이 억제되고, 일부 중단되는 점이 관찰됐다”며 “췌장암 치료제로 많이 쓰이는 젬시타빈과 PBP1510을 병용 투여했더니 최저 용량을 투여하고서 암이 사라진 사례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 1상은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지만, 임상 2a상에서는 치료를 막 시작한 환자들만 모집할 계획”이라며 “환자의 상태가 임상 1상(말기 환자)보다 좋기 때문에, 치료 반응도 임상 1상보다 더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진단부터 치료·예방까지

국내 췌장암 환자의 수는 매년 늘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가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췌장암은 2020년 한 해 841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전체 암 중에서는 3.4%를 차지하고, 순위로는 8위다. 췌장암의 발생률 추이를 보면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6%씩 증가했다.

췌장암은 발병 초기 특별한 증상이 없다. 이에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생존율이 낮다. 현재 췌장암의 발병 여부를 조기진단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방법은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췌장암은 위와 간의 뒤쪽에 있어 초음파를 통한 진단도 어렵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파우프를 통해 췌장암 진단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과 췌장암 환자의 혈액 속을 떠다니는 파우프를 확인했더니 다소 차이를 보여서다. 암 진단 시장은 50조~60조원으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췌장암 진단 시장의 잠재력을 노리겠다는 것이 박 회장의 구상이다.

박 회장은 “건강한 사람의 파우프 혈중 농도는 1.4, 췌장암 환자는 2.7의 수치를 나타냈다”며 “이 수치가 2 이상이면 추적검사가 필요한 환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는 매년 진행하는 건강검진을 통해 췌장암 발병 여부를 80%의 확률로 진단할 수 있는 셈”이라며 “조기진단 키트와 치료제로 진단, 치료, 예방 등 췌장암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난소암 등 적응증 확대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PBP1510의 임상 2a상을 마친 이후 이 후보물질을 난소암과 전립선암 환자도 쓸 수 있는 약물로 개발할 계획이다. 난소암이 파우프의 발현율과 연관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회장은 “난소암은 파우프와의 연관성이 30% 정도”라며 “항암제와 병용했을 때 좋은 치료 반응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이르면 2026년 시작한다는 목표다.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 회장은 이날 기술이전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PBP1510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한다면 조 단위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해서다. 박 회장은 “췌장암 치료제의 희귀성 등을 고려하면 3조원의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받을 수 있는 계약이 기대된다”며 “향후 PBP1510을 시장에 출시한다면 3%의 점유율을 잡아도 2030년에 시총 30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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