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 놀이터’ 된 새내기주…“잘못 탔다가는 급락해요”
거품 낀 공모가에 단타 거래로 변동성 커져
테마성보다 기업 성장성 고려한 투자 필요해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최근 상장한 새내기주들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묻지마’ 공모주 투자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업의 성장성보다는 ‘단타’ 위주의 거래가 늘어난 가운데, ‘공모주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피약물전달 의약품 전문기업 티디에스팜은 상장 첫날인 지난 21일 주가가 공모가(1만300원) 대비 300% 오르며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달성했다. 따따블로 상장한 종목은 올해 1월 우진엔텍과 현대힘스 이후 7개월 만으로 간만에 공모주 시장에 대한 훈풍 기대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기대감은 우려로 바뀌었다. 티디에스팜은 22일 18% 넘게 급락한데 이어 23일에도 17.82% 떨어지며 3만4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티디에스팜이 상장 첫날 급등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공모주 시장에 극심한 ‘초단타’ 거래 덕분으로 분석된다. 21일 티디에스팜의 회전율은 541.83%로,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2591개 종목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회전율이 500% 넘겼다는 것은 유통 주식 수의 5배에 달하는 주식 매매 체결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티디에스팜의 발행총액은 130억원이었는데, 거래대금은 1조222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만연해지고 있는 공모주 초단타 거래에 대한 우려는 계속 되고 있다. 높은 변동성이 공모주 곳곳에서 나타나서다.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기업 엠83(M83)도 코스닥에 입성한 22일 장중 높은 변동성을 나타낸 끝에 공모가(1만6000원) 대비 39.38% 오른 2만230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엠83역시 다음날인 23일 16.99% 급락하며 낙폭을 키웠다.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하는 새내기주들도 속출했다. 지난 20일 상장한 혁신형 치료제 개발 기업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공모가(2만9000원) 대비 18.28% 내린 2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22일 11% 가까이 반등하나 싶었지만 다음날인 23일 8.93% 떨어지며 변동성을 확대했다.
같은 날 상장한 기술성 특례상장기업 케이쓰리아이도 공모가(1만5500원) 대비 31.94% 하락한 1만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케이쓰리아이는 상장 첫날인 20일 급락한데 이어 23일까지 연속으로 파란불을 키며 공모가 대비 40% 넘게 떨어진 상황이다.
변동성 커진 공모주…“실적 성장성 고려해야”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의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기관 투자자의 ‘공모가 거품’과 ‘의무보유확약’에 인색한 점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해 물량을 받은 뒤 상장 직후 팔아치워 수익을 남기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무보유확약은 공모주 청약 때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 투자자가 공모주를 배정받은 이후 일정 기간 보유하겠다는 약속이다. 의무보유확약을 하면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관투자자가 많았다는 점은 기업가치 성장 기대보다 단타 중심의 차익 실현 목적의 투자자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공모가의 고평가가 만연한 상황에서 기관 투자자들도 단타에 나서자 가격 변동성 역시 커진 것이다.
앞서 넥스트바이오메디컬과 케이쓰리아이는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투자자 상당수가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으면서 상장 전부터 물량 부담 우려가 나왔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기관투자자 미확약 물량이 87%, 케이쓰리아이는 94.7%에 달했다.
황세운 자본시장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모주 투자가 테마주 투자처럼 변질이 되면서 공모 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는 경향들이 짙어졌다”며 “이에 더해 테마주 투자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는 인식들이 커지면서 점점 더 그 주기가 짧아지다가 결국은 무너져버리는 국면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상반기 공모주들의 주가 부진으로 인한 피로도와 대외적인 불확실성 요소가 공모주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IPO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상장했던 회사들이 1개월 혹은 2~3개월 주가가 공모가 대비 하회하는 경험과 피로도가 누적됐다”며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안정화는 됐지만 여전히 중동정세와 금리인하 시기 등의 불확실성의 존재가 공모주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공모주에 대한 테마주 형식의 단타 투자보다 기업의 성장성을 고려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차익보다는 실적 성장성에 기반한 중장기적인 포스트 기업공개(IPO)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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