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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맏형’ 한경협 기지개…삼성그룹 복귀로 위상 변화

삼성 준감위, 회비 납부 ‘승인’
현대차‧SK 등 국내 주요 그룹 속속 복귀‧회비 납부
‘정경유착 고리’ 평가 씻고 윤리 강화

2023년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기관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공식 변경했다.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류진 한경협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 등이 직원들과 표지석을 제막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인협회]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과거 국정농단 사태로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되면서 회원사들이 탈퇴해 위상이 격하했지만, 현대차그룹에 이어 최근 SK그룹이 회비를 납부하고 삼성그룹도 회비 납부의 길이 열리면서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다.

8월 26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회비 납부와 관련해 “관계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다”며 사실상 승인 결정을 내렸다. 준감위는 “그동안 한경협이 투명한 회비 집행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과 회원 의무인 삼성 관계사의 회비 납부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납부한 회비가 정경유착 등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을 관계사에 다시 한번 권고했다”고 밝혔다. 한경협에 합류한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관계사들이 앞으로 준감위 권고안을 토대로 이사회 보고를 거쳐 회비 납부 여부와 시점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현대차 그룹, 8월 SK그룹이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한 데 이어 이번 결정으로 삼성그룹이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LG그룹은 현재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회비 납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비 납부’ 여부를 중요하게 보는 건 기업들이 한경협의 실질적 회원사로 활동하는지 판단하는 주요 이슈이기 때문이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을 탈퇴했다가 지난해 한경협 회원사가 됐다. 지난해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명칭을 바꿨는데, 4대 그룹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한경협에 흡수 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원사가 된 것이다. 하지만 회비는 납부하지 않아 회원사 명단에 이름만 올린 ‘형식적인 참여’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최근 해당 기업들이 회비를 납부하며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한경협은 회원사 ‘그룹’을 기준으로 회비를 받는데, 비용을 대는 개별 기업은 재무 상황이나 회사 상황 등을 고려해 그룹 내부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기업이 회비 납부를 신중하게 검토했던 것은 한경협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과거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쇄신을 통해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끊어내고 재계 맏형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찬희 삼성 준감위 위원장은 8월 26일 준감위 정례 회의가 열리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경협 회비 납부와 관련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되었는지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정경유착의 고리는 정치권력의 전리품이 돼서는 안 되고 한경협의 특정한 자리가 여야를 바꾸더라도 예외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리로 남을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또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는 분이 경제인 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임기 후에도 남아서 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국내 1세대 기업인 이끌었던 경제 단체, 쇄신 후 성장

현대차‧SK‧삼성에 이어 향후 LG그룹이 한경협에 가세하면 과거 전경련이 평가받던 ‘재계 맏형’으로서의 지위를 되찾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과거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은 경제계 맏형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모이는 회장단 회의를 통해 경제발전 방향 등을 논의하고 필요한 정책을 정부에 건의하는 창구역할을 하기도 했다. 전경련 회장이 ‘경제계 총리’로도 불렸던 건 이 때문이다.

실제 1961~1962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 회장(13~17대‧1977~87년), 구자경 LG그룹 2대 회장(18대‧1987~89년), 최종현 SK그룹 2대 회장(21~23대‧1993~98년)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대표 기업인들이 이 경제단체를 이끈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한경협 신임 회장을 맡으며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류 회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4대 그룹이 들어왔기 때문에 한경협이 다시 살아났다”며 “총수 네 분이 잘 알아서 해주시고, 선친들이 한경협 회장단이기도 했다”며 “모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윤리위원회를 발족하고, 초대 위원장에 목영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선임하는 등 윤리 시스템 강화에 힘쓰고 있다. 과거 논란을 불식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단체로 거듭나도록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 대표 경제단체로의 위상을 찾기 위한 ‘특별한’ 계획은 없다는 게 한경협 측 설명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많은 기업의 참여를 위해 새로운 행동을 하기보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해온 일 가운데 잘했던 것을 더 잘하기 위해 조금씩 노력한다”며 “가시적으로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노력하면 평가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 경제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경제단체들과 협업할 것”이라며 “민간 차원에서 글로벌 경제 외교를 돕고 이익 집단의 테두리를 넘어 글로벌 경제 싱크탱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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