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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지재권 소송 조만간 잘 마무리” 황주호 한수원 사장 [기업인 말말말]

황 사장 “소송 중재, 중간에 잘 협의하는 게 더 좋다
체코전력공사 “입찰 떨어진 참가자, 이의제기할 수 없다”
웨스팅하우스가 美서 진행한 소송, 한수원이 승소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4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기업인의 말 한마디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나 생각부터, 추구하는 목표나 향후 사업 계획까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규모, 회사에서 일하는 임직원이 많은 만큼 회사를 이끄는 기업인 한 마디의 무게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언급된 기업인의 말을 모아 그 의미가 무엇인지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강대국과 싸워서 이겼을 때의 즐거움은 아주 좋지만, 아주 지혜롭게 앞으로의 싸움을 잘 끌어 나가야 한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은 8월 28일 체코 원전 수주를 둘러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소송 분쟁과 관련해 “조만간 잘 마무리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무궁화포럼 조찬 강연에서 황 사장은 ‘웨스팅하우스와 분쟁의 핵심 쟁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는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의 질문에 “웨스팅하우스는 자기네 기술이니 수출하려면 허가를 받으라는 것이고, 우리는 1997년 맺은 협정이 있으니 수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소송 중재 중”이라고 했다. 무궁화포럼은 핵무장 잠재력 확보를 위한 국방정책 수립 등을 위해 설립된 여당 의원 주축 모임이다.

황 사장은 “강대국과 싸워서 이겼을 때의 즐거움은 아주 좋지만, 아주 지혜롭게 앞으로의 싸움을 잘 끌어 나가야 한다”며 “다양한 전략을 갖고 나가야지, 우리 핵연료 공급에서도 멱살 잡힐 일들이 많다는 점 등을 생각할 때 서로 널리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업이 좌초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잘될 것이란 말씀으로 답변드린다”고 했다.

한수원 사장이 미국 대표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을 언급한 건 최근 이 회사가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문제가 있다며 체코 반독점 당국의 개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한수원은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유력 경쟁자 중 한 곳인 웨스팅하우스가 이런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8월 26일(현지 시각) 체코 반독점 사무소에 진정(appeal)을 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원전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CEZ와 현지 공급업체에 제공하려는 원전 기술을 체코 측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APR1000과 APR1400 원자로의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웨스팅하우스의 허락 없이 그 기술을 제삼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웨스팅하우스는 고리 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국내 원전 사업에 참여했다. 각종 원전 기술을 국내에 전수한 바 있다. 하지만 황주호 사장을 포함해 한수원 측은 원자로 개발 초기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은 것은 맞지만 현재 수출 대상인 APR1400 등은 이후 독자 개발한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분쟁에 대해 황 사장은 지속적인 협의를 하며 “잘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은 우리 기업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8월 26일(현지시각) 체코뉴스통신(CTK) 등에 따르면 라디슬라브 크리츠 체코전력공사(CEZ) 대변인은 “웨스팅하우스가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낸 건 정당하지 않다”며 “규정에 따라 입찰에서 떨어진 참가자는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 이의제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22년 10월 웨스팅하우스가 ‘한국형 원전이 자사의 원천기술을 침해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한수원을 상대로 진행한 1심 소송에서도 한수원이 승소했다. 지난해 9월 미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은 “원전 수출 통제권은 전적으로 미국 정부에 있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는 소송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다만 웨스팅하우스가 항소해 현재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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