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자율 구조조정 불발…법원 “조만간 회생 개시 여부 판단”
ARS 프로그램 연장 없다…‘투자자 찾기’ 난항
회생 절차 개시 돌입 시 현 대표 해임 가능성↑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가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통한 자구안 마련하겠다고 나섰으나 사실상 불발됐다.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는 30일 티몬·위메프와 채권자협의회 등의 참석하에 2차 회생 절차 협의회를 열었다. ARS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원은 조만간 두 회사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ARS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앞서 채무자와 채권자들 사이에 자율적인 구조조정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법원이 지원하는 제도다. 분쟁을 신속하고 원만하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해결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법원은 지난 2일 두 회사에 대한 ARS 프로그램을 승인하고, 회생 절차 개시 결정에 앞서 내달 2일까지 한 달의 시간을 줬다. 이에 두 회사는 주요 채권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한 뒤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날까지 채권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두 회사의 ARS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임명된 구조조정 담당 임원(CRO) 역시 ARS 기간 투자자 찾기에 난항을 겪었다고 보고했다. 해당 임원은 “회사의 자금 수지 상황이 좋지 않고, 자금 유입은 극히 미미한 상황”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인수 협상은 현 단계에서는 어렵고, 개시 이후 협상을 이어가자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일부 채권자들도 ARS 프로그램 연장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정권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 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금액·투자처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나왔다면 신빙성이 있으니 만족스럽다는 단어를 쓸 수 있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ARS 프로그램 연장도 시간이 계속 늘어지면 회사 가치만 떨어져 회수할 채권 가치가 떨어진다. 판매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공식적인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했다.
ARS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법원은 조만간 두 회사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회생절차 개시가 허가되면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계획이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내 사모펀드 2개 회사에서 출자하겠다는 인수의향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티몬과 위메프는 15곳의 투자자와 투자유치를 위한 미팅을 진행했는데 대부분 ARS 단계에서는 투자 검토를 진행하는 게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투자자로선 자산과 채무가 모두 묶이는 ARS 단계에서는 채무 탕감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투자나 M&A 진행을 꺼리는 측면이 있다. 실제 일부 투자자는 회사 장부에 드러나지 않는 ‘부외부채’에 대한 의무가 사라지고 기업의 객관적인 가치 평가가 가능한 인가 전 M&A 절차가 실행될 경우 투자를 검토할 의향을 표명했다고 법원 측은 밝혔다.
그동안 줄곧 ARS 연장을 요청해 온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법원의 ARS 종료 결정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RS 종료에 따라 이들은 대표직에서 해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에서 선임하는 관리인이 기업 재산 관리 및 처분을 총괄하게 된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추진하는 별도의 ‘K-커머스’ 출범 계획도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라는 신규 법인을 통해 사업을 정상화하고 판매자의 정산 대금을 갚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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