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확대’에 집중한 전기차 충전기…관리 부실 문제는 ‘현재 진행형’
[전기차 포비아를 파는 사람들]②
전기차 충전기 불편 사례 빈번…30일간 사용 안 된 충전기도
우후죽순 늘어나는 CPO…보조금 지급 이유 퇴색 주장도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전기차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다. 숙명이다. 추후 늘어날 전기차를 위해 필요한 제품이 있다. 전기차 충전기다. 내연기관 자동차에겐 주유소가 있듯, 전기차에겐 전기차 충전기가 있어야 한다. 바늘과 실 같은 존재다. 문제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 그 다음이다. 정부 정책의 기조가 충전기 인프라 확장에만 치우친 까닭에 관리와 운영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가 조사한 지난해 4분기 충전기 실태점검 자료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 공공 및 민간 공용급속충전기 771기 중 13.7%가 충전불가 또는 고장 상태로 조사됐다. 협회가 점검한 곳들은 그나마 이용 빈도가 높아 수익이 나는 충전기들이다. 자동차환경협회 등에서 관리해온 곳이기도 하다.
이용 조차 되지 않은 충전기도 있다. 지난 4월 22일 한국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가 개최한 ‘제35회 자동차 산업발전포럼’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충전기 29만8702대 중 일주일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용되지 않은 충전기가 7만4210대(24.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10일 동안 이용되지 않은 충전기는 19.6%, 30일 동안 이용되지 않은 충전기 11.6% 순으로 나타났다.
낮은 이용률의 원인으로는 충전기의 잦은 고장이 지목됐다. 충전기 설치는 급격히 이뤄진 반면 이에 상응하는 충전기 관리가 미흡했던 까닭이다.
당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준비하는 충전기 관리방안’ 관련 조사를 진행했던 엔지에스가 수도권과 제주 지역의 급속충전기 1만4048대 중 4094대(29.1%)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17.4%가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밖에 전기차 사용자의 31%는 전기차 사용의 불편 사항으로 ‘잦은 충전기 고장’을 꼽았다. 충전기 위치가 불명확하거나 결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전기 설치 대수가 확장돼도, 관리가 뒷받침 되지 않은 셈이다.
충전기 설치 보조금... 받기만 하면 끝?
전기차 충전 산업은 크게 제조업체와 설치·관리·운영을 도맡는 충전사업자(CPO)로 나뉜다. 제조영역의 경우 대기업이 대거 진출했지만, CPO 영역은 여전히 다양한 민간 사업자들이 경쟁하는 상황이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CPO로 등록된 업체는 총 576곳(취소건 제외)이다. 중소기업이 432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기업 55곳 ▲중견기업 40곳 ▲개인사업자 36곳 ▲기타 22곳 순으로 집계됐다.
CPO 업체는 ▲2019년 106곳 ▲2020년 176곳 ▲2021년 263곳 ▲2022년 390곳 ▲2023년 503곳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 2019년과 106곳과 비교했을 때 약 5년 사이에 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업계는 보조금을 위해 우후죽순 생겨나는 CPO가 전기차 충전기 관리 부실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충전기 설치 시 대당 지급되는 보조금을 노리고 뛰어든 중소규모 업체들이 대거 탄생했지만, 정작 관리주체가 영세하다 보니 유지·보수가 미흡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환경부 ‘2024년 전기차 완속충전시설 보조금 지원 단가’에 따르면 30kW 이상 충전기의 보조금 지원 단가는 ▲500만원(1기) ▲400만원(2기) ▲350만원(3기 이상)이다. 11kW 이상 충전기는 ▲160만원(1기) ▲140만원(2기~5기) ▲120만원(6기 이상)으로 형성됐다. 7kW 이상 충전기는 140만원 (1기) ▲120만원(2기~5기) 100만원(6기 이상)이고, 키오스크 충전기(7kW)의 경우 140만원(2기)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충전기 보조금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전기차 이용자는 “전기차 충전기 대수는 빠르게 확장되지만, 정작 필요할 때 충전기 고장으로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보조금까지 지원해주는데, 이렇게 불편을 겪어야 하면 보조금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기차 이용자는 “공영 주차장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다보면 셋중 하나는 정상이 아니다”라며 “충전 금액은 지불이 됐으나, 충전이 안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관리회사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 전환에 있어 전기차 충전기 확대도 물론 필요하지만, 과충전을 예방하기 위해 관리도 되지 않고 있는 충전기를 확대 보급한다는 논리는 납득이 어렵다”며 “숫자에만 몰두해 충전기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장고 끝에 정책을 시행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환경부는 “충전기 작동현황을 주기적으로 조사해 유지 관리하는 동시에 불편민원신고 센터 운영을 통해 고장난 충전기는 신속하게 수리되도록 대응하고 있다”며 “고장난 충전기를 방치하거나 수리 조치가 미흡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보조금 환수 및 보조금 사업 참여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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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가 조사한 지난해 4분기 충전기 실태점검 자료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 공공 및 민간 공용급속충전기 771기 중 13.7%가 충전불가 또는 고장 상태로 조사됐다. 협회가 점검한 곳들은 그나마 이용 빈도가 높아 수익이 나는 충전기들이다. 자동차환경협회 등에서 관리해온 곳이기도 하다.
이용 조차 되지 않은 충전기도 있다. 지난 4월 22일 한국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가 개최한 ‘제35회 자동차 산업발전포럼’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충전기 29만8702대 중 일주일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용되지 않은 충전기가 7만4210대(24.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10일 동안 이용되지 않은 충전기는 19.6%, 30일 동안 이용되지 않은 충전기 11.6% 순으로 나타났다.
낮은 이용률의 원인으로는 충전기의 잦은 고장이 지목됐다. 충전기 설치는 급격히 이뤄진 반면 이에 상응하는 충전기 관리가 미흡했던 까닭이다.
당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준비하는 충전기 관리방안’ 관련 조사를 진행했던 엔지에스가 수도권과 제주 지역의 급속충전기 1만4048대 중 4094대(29.1%)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17.4%가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밖에 전기차 사용자의 31%는 전기차 사용의 불편 사항으로 ‘잦은 충전기 고장’을 꼽았다. 충전기 위치가 불명확하거나 결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전기 설치 대수가 확장돼도, 관리가 뒷받침 되지 않은 셈이다.
충전기 설치 보조금... 받기만 하면 끝?
전기차 충전 산업은 크게 제조업체와 설치·관리·운영을 도맡는 충전사업자(CPO)로 나뉜다. 제조영역의 경우 대기업이 대거 진출했지만, CPO 영역은 여전히 다양한 민간 사업자들이 경쟁하는 상황이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CPO로 등록된 업체는 총 576곳(취소건 제외)이다. 중소기업이 432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기업 55곳 ▲중견기업 40곳 ▲개인사업자 36곳 ▲기타 22곳 순으로 집계됐다.
CPO 업체는 ▲2019년 106곳 ▲2020년 176곳 ▲2021년 263곳 ▲2022년 390곳 ▲2023년 503곳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 2019년과 106곳과 비교했을 때 약 5년 사이에 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업계는 보조금을 위해 우후죽순 생겨나는 CPO가 전기차 충전기 관리 부실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충전기 설치 시 대당 지급되는 보조금을 노리고 뛰어든 중소규모 업체들이 대거 탄생했지만, 정작 관리주체가 영세하다 보니 유지·보수가 미흡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환경부 ‘2024년 전기차 완속충전시설 보조금 지원 단가’에 따르면 30kW 이상 충전기의 보조금 지원 단가는 ▲500만원(1기) ▲400만원(2기) ▲350만원(3기 이상)이다. 11kW 이상 충전기는 ▲160만원(1기) ▲140만원(2기~5기) ▲120만원(6기 이상)으로 형성됐다. 7kW 이상 충전기는 140만원 (1기) ▲120만원(2기~5기) 100만원(6기 이상)이고, 키오스크 충전기(7kW)의 경우 140만원(2기)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충전기 보조금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전기차 이용자는 “전기차 충전기 대수는 빠르게 확장되지만, 정작 필요할 때 충전기 고장으로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보조금까지 지원해주는데, 이렇게 불편을 겪어야 하면 보조금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기차 이용자는 “공영 주차장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다보면 셋중 하나는 정상이 아니다”라며 “충전 금액은 지불이 됐으나, 충전이 안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관리회사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 전환에 있어 전기차 충전기 확대도 물론 필요하지만, 과충전을 예방하기 위해 관리도 되지 않고 있는 충전기를 확대 보급한다는 논리는 납득이 어렵다”며 “숫자에만 몰두해 충전기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장고 끝에 정책을 시행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환경부는 “충전기 작동현황을 주기적으로 조사해 유지 관리하는 동시에 불편민원신고 센터 운영을 통해 고장난 충전기는 신속하게 수리되도록 대응하고 있다”며 “고장난 충전기를 방치하거나 수리 조치가 미흡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보조금 환수 및 보조금 사업 참여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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