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두 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어떻게 달라졌나
[블록딜 전쟁]①
주가 오를 만하면 블록딜....대주주 '먹튀 쇼크' 막는다
지난 7월부터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시행 두달여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주식을 거래하기에 앞서 금융당국에 미리 보고해야 하는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 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째를 맞았다.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는 상장사 최대주주나 임원, 지분율 10% 이상 주주들이 주식을 거래하기에 앞서 최소 30일 전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대주주의 갑작스러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오면서 처벌 강도를 높이고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사전 예방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세운 것이다. 블록딜은 규모와 할인율, 지분 매각 의도 등에 따라 강도는 다르지만 통상 주가에 악재로 분류된다.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7월 24일부터 상장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의 세부 사항을 규정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등 상장사 내부자가 주식을 거래할 때 30일 전 공시해야 한다.
이번 시행령 및 하위 규정 개정은 ▲사전공시의무자에서 제외되는 내부자 ▲사전공시의무가 면제되는 거래규모와 거래유형 ▲세부 사전공시 절차 및 방법 ▲거래계획 보고자가 거래계획을 철회할 수 있는 불가피한 사유 ▲사전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과징금 산정방식 구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블록딜 30일 전 공시 의무...위반 시 최대 20억원 과징금
우선 거래계획 사전공시의무자에서 예외적으로 제외되는 내부자를 구체화했다. 연기금 등을 포함해 상대적으로 내부통제수준이 높고,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재무적 투자자들은 사전공시의무자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국내·외 투자자에 대한 동등한 대우를 위해 국내 재무적 투자자에 상응하는 외국 투자자도 사전공시의무자에서 제외했다.
또한 일정 규모 미만의 소규모 거래(매수 또는 매도) 및 특정 거래유형에 대해서는 사전공시의무를 면제하도록 했다. 과거 6개월(거래개시일 기준)과 거래기간 중 합산한 특정증권 등의 거래수량 및 금액이 상장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 미만'과 '50억원 미만'의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는 보고의무를 면제했다.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절차 및 방법을 구체화했다. 사전공시의무자는 매매 예정인 특정증권 등의 (예상)거래금액, (예상)거래가격·수량, 거래기간 등을 거래계획 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예정된 거래 개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거래를 완료하도록 하고, 거래계획을 보고한 때로부터 그 거래계획의 종료일까지는 새로운 거래계획을 보고하지 못한다.
거래계획과 달리 거래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는 법률이 위임한 최대 규모인 30%로 정해 사전공시의무자가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보고기한은 사전공시의무자의 사전공시 부담,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 필요성 등을 감안해 거래 개시일 30일 전까지 거래계획을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법 시행일인 7월 24일부터 30일이 지난 8월 23일 이후 결제가 이뤄지는 매매 거래부터 거래계획 보고의무가 부과된다.
불가피한 사유 발생 시 거래계획 보고자가 거래계획을 철회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해 규정했다.거래계획 보고자의 사망·파산, 시장변동성 확대로 과도한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 거래 상대방의 귀책사유로 매매거래가 이행될 수 없는 경우, 상장폐지·매매거래정지 등 거래계획 제출 이후 주가 등 시장상황이 급변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과징금 산정방식도 명확히 했다. 거래계획 미공시·허위공시·매매계획 미이행 등 제도 위반 시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시가총액, 거래금액, 위반행위의 경중 등을 감안해 과징금을 차등 부과할 수 있도록 세부 규정도 마련했다.
금융당국 측은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시행으로 내부자의 대규모 주식거래 관련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제고돼 불공정거래 예방 및 투자자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부자의 지분 변동 정보가 일반투자자에게 적기에 제공돼 예기치 못한 대규모 주식매각 등으로 인한 시장 충격 최소화에 기여하고 있단 관측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자의 대규모 주식거래 관련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제고돼 불공정거래 예방 및 투자자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며 “내부자의 지분 변동 정보가 제때 일반 투자자에게 제공돼 시장 충격 최소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블록딜 시장 참여자들이 참여 위축이 불가피하단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정보 제공 차원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 대주주의 지분 매각 의사에 따른 주가 하락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가 시행된 이후엔 블록딜 매도 계획을 공시한 뒤 매각하느니 차라리 장내 매도로 이어지는 등 사실상 블록딜에 대한 긍정적 이유마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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