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패권 가늠자 ‘실적’…고려아연·영풍 살펴보니
[고려아연 vs 영풍의 전쟁]②
98분기 연속 흑자 기록한 고려아연…올해 전망도 맑음
고려아연, 영풍그룹 28개 계열사 中 매출 비중 가장 높아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75년간 동고동락 해온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이 점입가경에 빠졌다. 양사의 경영권 분쟁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참여하면서 긴장은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주는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의 경영권 분쟁 ‘1차 분수령’으로 점쳐진다.
MBK는 고려아연의 ‘실적 악화’를 내세워 공격에 나섰으나, 고려아연은 지난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12.8%를 강조하며 맞받아쳤다.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의 패권 다툼에 ‘실적’이 가늠자로 떠오른 셈이다.
9월 2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려아연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5조4335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4532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8.7%, 50% 늘어난 수치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8.8%에 달한다.
증권업계도 고려아연의 올해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올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11조8632억원, 9798억원으로 전망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9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77.2%, 21.7% 증가한 수치다.
부채비율도 안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36.5% 수준이다. 앞서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2020년 19.9% ▲2021년 28.8% ▲2022년 31% ▲2023년 24.9% 이었다. 최근 5년간 부채비율이 소폭 증가하긴 했으나, 통상 부채비율이 100% 이하일 경우 재무구조 우량기업으로 평가된다. 30%대 부채비율의 경우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고려아연은 98분기 연속 흑자도 기록했다. 최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개별 재무제표 기준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58곳을 대상으로 분기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조사했다. 금융감독원에 분기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0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한 분기도 빠짐없이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모두 10곳이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포함됐다. 올해 2분기까지 98분기간 연속해서 흑자를 기록한 셈이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은 지난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세계 1위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누가 고려아연을 경영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10년간 고려아연은 끊임없는 기술 고도화로 평균 영업이익률 12.8%를 달성했다”며 “같은 기간 영풍은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1%지만, 고려아연 배당을 통해 700억~1000억원을 받아가며 적자를 버텨온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놓지 못하는 영풍
앞서 지난 8월 19일 MBK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급증과 영업이익 마진율 감소 등을 지적한 바 있다. 다만, 고려아연의 현 재무 상태를 고려하면 MBK의 지적이 모두 설득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작 영풍은 수년간 영업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2021년부터는 3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별도 기준)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속되는 영업 적자 속에 순손실을 보지 않은 배경에 고려아연이 있다. 고려아연의 호실적이 지분법이익으로 영풍의 재무제표에 계산돼 올려지는 이유다. 지분법이익은 회사에 지분을 투자해 얻은 이익을 뜻한다.
영풍의 적자 행진은 최근 3년간 이어지고 있다. 영풍의 경영실적(별도기준)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728억원 ▲2022년 1078억원 ▲2023년 16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당기순이익은 2205억원 흑자다.
고려아연의 배당금 덕분이다. 고려아연이 영풍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지난 2018년 507억원을 시작으로 최근 5년간 3576억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영풍에게 줬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자 알짜 회사인 셈이다.
이에 따라 영풍 측이 고려아연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영풍그룹 28개 계열사 중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약 75%에 달하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영풍그룹 계열사 매출액을 살펴보면 고려아연(9조7045억원)이 압도적이다. 이어 ▲영풍(3조7617억원) ▲코리아써키트(1조3322억원) ▲서린상사(5200억원) ▲인터플렉스(4382억원) ▲켐코(3114억원) ▲영풍문고(1390억원) 순이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의 배당금이 영풍의 주요 수익원이라는 점을 고려 했을 때, 고려아연이 경영권 독립에 성공할 경우 영풍의 경영 실적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영풍의 입장에서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고려아연을 놓아줄 이유는 전혀 없다”며 “고려아연이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만큼, 양측 모두 이를 잃지 않기 위한 싸움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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