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 불가” 지방은행 ‘텃밭’ 시금고도 시중은행과 경쟁 치열
[사면초가 지방은행]②
시중은행, 부산 이어 광주시금고도 노려
‘협력사업비’ 등 출연금 두고 순위 나뉠듯
지역 기업에 부담 전가·자금 유출 등 우려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지방은행 독점해온 지자체 시금고 입찰에서 더 이상 방심할 수 없게 됐다. 시중은행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높은 협력사업비를 약속하며 해당 입찰건을 따내기 위해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지역 자금유출, 지방은행 소멸 등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은행, 광주시 주금고 노려
금융권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 9월 26일 시금고 선정을 위해 금고 지정 신청 공고를 냈다. 공모 절차를 마감한 결과 1금고에 광주·국민은행이 접수했고, 2금고는 국민·농협·우리·기업은행이 공모에 참여했다. 광주시는 10월 중 금고지정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금고를 지정하고 11월 금고 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총 8조2100억원 규모의 광주 시금고 선정에서 1금고 차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은행은 1969년부터 1금고 자리를 지켜왔지만, 올해는 시중은행인 국민은행 자리를 넘보고 있다.
평가기준 중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와 재무구조의 안정성 ▲광주시 대출 및 예금 금리 ▲시민이용 편의성 ▲금고관리 능력은 광주은행과 국민은행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 이에 ‘협력사업비’에서 순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협력사업비는 금고를 운영하는 동안 은행이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돈이다. 현재 1금고인 광주은행은 지난 2021년 협력사업비로 40억원을 책정했다. 현재 2금고인 국민은행의 협력사업비는 20억원이다.
앞서 광주은행의 협력사업비는 의회 행정감사에서도 낮은 수준이라고 문제가 제기됐다. 이 가운데 시중은행이 지방은행 대비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협력사업비 부분에서 경쟁력 있는 금액을 써낼 경우, 광주은행이 이번 입찰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
부산은행, 부산시금고 방어 ‘일단 성공’
부산은행 또한 최근 부산시금고 입찰에서 지방‧국책은행의 공세를 막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해당 입찰에는 1금고에 부산·국민·기업은행, 2금고에 국민·기업은행이 참여했다.
최종 선정 결과 1969년 이후 55년간 주금고 자리를 지켜온 부산은행이 다시한번 1금고에 뽑혔다. 2금고에는 국민은행이 선정됐다. 결과적으로 현재 1·2금고를 관리하는 두 은행은 나란히 자리를 지켰고, 첫 도전장을 낸 기업은행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올해 약 16조원 규모의 부산시금고 입찰이 주목받은 것은 24년 만의 경쟁 입찰, 전례 없는 ‘3파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부산은행이 금고지기 자리를 지켰지만, 이번 입찰을 통해 시중·국책은행의 지방금고를 향한 관심이 고조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지역 금고 도전기는 몇 년 전부터 가시화됐다. 작년에는 경남은행이 울산시금고 입찰을 놓고 국민은행과 경쟁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론 경남은행이 1금고지기 명맥을 이어갔지만, 시중은행의 공세로 지방은행이 위협을 느낀 사례로 남는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지자체 시금고의 유치경쟁이 가열되면서 시중은행의 시장잠식이 심화됐다”며 “지점 접근성, 지자체 기여도 등 지방은행에게 유리한 평가 항목에도 불구하고 출연금, 전산 역량 등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형은행은 공격적 영업으로 비수도권 확대 추세”라고 평가했다.
지방은행 전유물 ‘옛말’…지역자금 유출 우려
비수도권 시금고가 지방은행의 전유물이라는 것은 ‘옛말’이 됐다. 시중은행은 최근 지방 금고 입찰에서 공세를 펼치며,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제 지난 2021~2023년 시중은행이 참여한 비수도권 지자체 금고 입찰은 총 156건이다. 이 가운데 낙찰은 147건으로, 낙찰률은 94.2%에 달한다. 반면 지방은행은 같은 기간 51건의 비수도권 지자체 금고 입찰에 참여해 24건을 낙찰받는 데에 그쳤다. 낙찰률은 47%에 불과하다.
시금고 프로젝트는 지방은행에게는 지켜야할 사업, 시중‧국책은행에겐 새롭게 개척해야할 사업인 셈이다. 이를 통해 은행들은 대규모 저원가성 자금과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방은행이 시금고를 뺏길 경우, 지역자금 유출과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부담이 전가된다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에겐 시금고를 맡는다는 것 자체로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대규모 저원가성 예금을 받아 지역 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로 여신을 공급하는 자원이 된다”며 “저원가성 자금이 줄어들면 조달금리가 올라가 지역 기업에게 영향이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 또한 성명을 내고 “시중은행의 지역 시금고 유치 공세는 지역자금 역외 유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금력만을 앞세워 지역 시금고 유치를 노리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은 과당경쟁을 멈추고 지역소멸 위기극복과 지역 상생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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