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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캐피탈, 커지는 부동산 PF 부실…구조조정 통할까

[부동산 부실 공포]③
저축은행 PF 부실 우려, 타 제 2금융권보다 높아
PF 경·공매 시장 온기 ‘아직’…“근본적 대책 필요”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금융권 전반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PF 경·공매 실적을 매주 보고받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는 가운데, 급격히 늘어난 규제가 부동산금융에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저축은행 업권의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여타 2금융권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가 발간한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 정리 어디까지 왔나’ 보고서에 따르면 나신평이 평가하는(NICE Coverage) 저축은행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총 5조4000원이다. 나신평에 따르면 강화된 사업성평가 결과 저축은행 업권의 유의 및 부실우려 사업장은 27.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증권 및 캐피탈 업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에서 유의 및 부실우려 사업장 비중은 각각 12.5%, 8.7%으로 저축은행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더해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관련 추가손실 인식은 2025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나신평은 저축은행 부동산 PF의 질적 특성이 열위한 가운데, 매각 대상 PF사업장 규모도 더 크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부터 유의 및 부실우려 사업장의 경공매를 통한 매각이 진행될수록 사업성이 열위한 사업장의 매각 비중이 높아지면서, 매각 과정에서 매각손실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나신평은 ‘양호 및 보통’으로 평가된 PF사업장의 부진한 분양률과 2025년 상반기까지 집중된 만기구조, 그리고 2회 이상 만기연장된 대출 비중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양호 및 보통으로 평가됐던 대출 중 일부가 유의 혹은 부실우려로 재평가되면서 대손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최근 펀드(일명 ‘PF 정상화 펀드’)를 통한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처리 과정에서 ‘파킹(Parking) 거래’도 논란이 됐다. 부실정리가 아닌 시간벌기용 매각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나신평은 “편법적 매각이 많아질 경우 부동산 PF 정상화는 좀 더 지연되고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저축은행 업권의 부동산 PF 부실정리 속도는 2금융권 내 다른 업권 대비 다소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다만 양호한 자본적정성, 강화된 규제 및 감독수준 등을 고려하면 과거와 같은 저축은행 사태의 재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캐피탈사 중에서는 부동산 PF가 자기자본의 100%를 넘는 회사 중 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이 10% 이상인 곳들을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았다. 해당 캐피탈사는 DB캐피탈·메리츠캐피탈·신한캐피탈·한국캐피탈·한국투자캐피탈 등 5개 사다. 이 가운데 신한캐피탈은 신용등급 AA급이고, 나머지는 A급이다. 캐피탈사는 신용도가 A급 이상이어야 여전채 발행이 가능하다. 신용등급이 그 밑으로 조정되면 자금 조달에 어려 을 겪을 수 있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이들 회사의 대손준비금 조정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 수준까지 하락하고,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다른 캐피탈사의 약 3배에 이르는 등 건전성 저하 정도가 크다”며 “충당금 적립 수준도 비교적 낮아 향후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당국, PF 부실채권 정리 고삐…시장 활성화는 ‘아직’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부실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경·공매 실적 점검 주기를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 8월 전 금융권에 ‘PF 재구조화·정리 지침’을 배포하고 금융사로부터 ‘경·공매 처리 계획서’를 제출받은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은 “PF 부실채권 정리의 골든타임은 10∼11월”이라고 언급해 금감원의 PF 재구조화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사업성 평가 분류를 3단계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고, 사업성이 가장 낮은 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해서는 경·공매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동산 PF 사업장을 6개월 내로 강제 처분하는 식이다.

이는 연말 금리 인하 시 부동산 PF 위험이 축소되며 경·공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달 한국은행의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시장 기대치(올해 4분기∼내년 상반기 분기별 평균 0.25%포인트씩 금리 인하)만큼 금리가 내려갈 경우 부동산 경기 개선으로 경·공매가 활성화되면서 부실 사업장 정리가 촉진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업계는 부동산 PF 경·공매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내년 상반기는 돼야 한다는관측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부동산 심리 회복세가 다른 데다 국내 기준금리 대폭 인하가 아직은 멀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경·공매 절차가 지연돼 하반기 PF 대출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매물로 나오는 사업장이 늘어난 만큼 입찰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고,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일부 사업장으로만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에서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PF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 움직임에 공감하면서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선도 보낸다. 부동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각 사업장은 시장 상황·지역 특성·자금 조달 등의 조건이 각각 다른데 이러한 개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충분히 회생 가능한 사업장조차 부실 사업장으로 낙인 찍혀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며 “서울을 제외한 지방 사업장들은 여전히 위기 상황에 놓여 있으며,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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