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의선의 ‘고성능 승부수’ 통했다…현대차, 아이오닉6 N으로 세계 정상
- 전기차로 포르쉐·BMW 아성 흔들어…최근 4년 중 3차례 정상
N에서 제네시스 ‘마그마’까지…고성능 전략, 럭셔리로 확장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도해온 고성능차 시장에서 현대차 N 브랜드가 연이어 성과를 내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추진해온 고성능차 육성과 기술 투자 전략도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동화로 만든 지각변동
월드카 어워즈 고성능차 부문은 그동안 포르쉐·아우디·BMW·맥라렌 등 전통 강자들의 무대였다. 역대 수상 이력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포르쉐 카이맨 S를 시작으로 ▲아우디 R8 ▲닛산 GT-R ▲페라리 458 이탈리아 ▲BMW M5 ▲맥라렌 720S ▲포르쉐 타이칸과 911 터보 ▲아우디 e-트론 GT 등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포르쉐는 ▲911 ▲박스터·카이맨 ▲911 GT3 ▲타이칸 ▲911 터보 ▲911 카레라 GTS 등으로 여러 차례 수상하며 이 부문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해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변화는 이례적이다. 기아 EV6 GT가 2023년 수상한 데 이어 현대차 아이오닉5 N이 2024년, 아이오닉6 N이 2026년 정상에 오르며 현대차그룹은 최근 4년 중 3차례 이 부문을 차지했다. 전통 브랜드가 번갈아 지배하던 무대에 전동화 고성능차가 본격적으로 균열을 낸 셈이다.
올해 현대차는 BMW, 쉐보레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지난 3월 발표된 월드카 어워즈 ‘세계 올해의 고성능 자동차’ 최종 후보에는 BMW M2 CS, 쉐보레 콜벳 E-레이, 현대차 아이오닉6 N이 이름을 올렸다.
최종 후보들의 성격은 뚜렷하게 갈렸다. BMW M2 CS는 최고출력 523마력의 3.0리터 직렬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한 후륜구동 스포츠 쿠페다. 쉐보레 콜벳 E-레이는 655마력의 V8 기반 하이브리드 사륜구동 슈퍼카다.
이에 맞선 아이오닉6 N은 순수 전기 기반의 고성능 세단이다. 전·후륜 모터를 통해 합산 최고 출력 448kW(609마력), 최대 토크 740Nm를 발휘하며, ‘N 그린 부스트’ 사용 시 478kW(650마력), 770Nm까지 성능이 향상된다.
아이오닉6 N은 강력한 성능을 앞세워 내연기관 스포츠카와 하이브리드 슈퍼카 사이에서 정면 승부를 벌였다. 순수 전기차가 경쟁 차종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의 상징성은 더욱 크다는 평가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전동화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는 글로벌 브랜드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능 브랜드 N은 제네시스와 함께 정의선 회장이 공들여 키운 핵심 브랜드다. 그 배경에는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헤일로 카’ 전략이 있다. 판매량보다 기술력과 상징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고성능차 시장은 판매량보다 상징성이 중요한 영역이다. 완성차 브랜드의 개발 역량과 주행 완성도, 감성 품질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이 N 브랜드에 집중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는 남양연구소와 뉘르부르크링을 축으로 한 개발 체계, 모터스포츠 경험, 외부 고성능차 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N 브랜드를 꾸준히 육성해왔다.
아이오닉5 N과 6 N의 연이은 성과는 이러한 전략이 전동화 시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정의선 회장의 시선은 N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대차에서 축적한 고성능 전략은 제네시스로 확장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고성능 프로젝트 ‘마그마’가 있다.
제네시스는 마그마를 통해 기존의 정제된 고급감과 안락함에 퍼포먼스와 역동성을 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럭셔리 브랜드를 넘어 ‘럭셔리 퍼포먼스 브랜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N과 마그마를 별개의 프로젝트가 아닌 상호보완적 전략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N을 통해 ‘잘 달리는 대중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제네시스는 마그마를 통해 럭셔리와 퍼포먼스를 동시에 강화하는 구조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N과 마그마는 완전히 분리된 브랜드라기보다 상호보완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마그마는 N이 채우지 못한 럭셔리 영역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N 시리즈는 상품성과 성과 측면에서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면서도 “BMW M과 같은 전통 고성능 브랜드에 비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네임밸류는 아직 한 단계 낮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그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N 브랜드 역시 성능을 넘어 고급감과 상징성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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