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美 FDA에 가니렐릭스 DMF 제출”…도약 앞둔 애니젠 [이코노 인터뷰]
독자 기술로 펩타이드 ‘국산화’ 성과
펩타이드 API로 내년 매출 성장 기대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체중 감량의 비결로 꼽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 위고비는 덴마크 기업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의약품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로, 펩타이드 형태에 속한다. 위고비와 경쟁하는 다른 비만 치료제의 주요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 티르제파타이드도 모두 펩타이드 형태다. 최근 다국적 기업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뜨겁게 경쟁하면서 ‘펩타이드’가 주목받고 있다.
광주 북구 광주테크노파크에서 만난 김재일 애니젠 대표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펩타이드를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려는 연구자가 없었다”며 “당뇨·비만 치료제가 최근 기업들의 주목을 받아 펩타이드에도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광주연구개발특구에 오며 이 구역을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펩타이드밸리’로 만들자는 제안을 여러 차례 했다”라며 “펩타이드를 향한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美 FDA에 가니렐릭스 DMF 제출 예정
애니젠은 김 대표가 펩타이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2000년 설립한 국내 바이오 기업이다. 전남 장성과 충북 오송에 펩타이드 원료의약품(API) 생산공장을 건설했고, 국내 대학·기관·기업·병원 내 연구개발(R&D) 조직 대다수에 펩타이드 API를 공급하고 있다. 장성 공장은 국내 최초로 펩타이드 API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GMP)을 만족한 공장이기도 하다. 펩타이드 API는 해외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데, 김 대표는 애니젠을 통해 펩타이드 API 국산화의 길을 열었다.
국내 펩타이드 의약품 연구를 이야기할 때, 애니젠을 빼놓을 수 없다. 애니젠은 펩타이드 의약품을 연구하는 국내 연구 조직 상당수에 연구용 펩타이드를 제공한다. 김 대표는 “대학과 기관이 요청한 연구용 펩타이드를 제조해 라이브러리 형태로 제공한다”며 “최근에는 대학이나 기업 외 병원 공급 요청이 늘었고, 이들에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연구용 펩타이드는 1년에 7000~8000종 정도”라고 했다.
문제는 API 사업의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용 제품의 경우 값이 저렴하고 마진이 적어서다. 기업이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하기도 어렵다. 김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니젠 설립 이후 사업 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애니젠에 펩타이드를 요청한 기업에 딱 맞는 연구용 제품을 공급하고, API의 종류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으로 실적을 개선했다. 애니젠은 2018년 매출액이 41억원 수준이었는데, 2019년 62억원·2020년 85억원·2021년에는 1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바이오 시장에 투자 한파가 불어닥친 최근 1~2년 사이 매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김 대표는 내년이면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중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펩타이드 API 가니렐릭스를 허가받기 위한 원료의약품 의약 자료(DMF)를 제출할 예정이라서다. 가니렐릭스는 난임 치료제의 원료로, 애니젠이 LG화학과 공급 여부를 논의하는 물질이다. 애니젠은 미국 기업 인터켐과 허가 과정을 함께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가니렐릭스가 허가되면 생산 공장인 오송 공장도 cGMP 인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오송 공장은 EU-GMP 인증을 함께 추진해 펩타이드 API의 유럽 지역 진출 기회를 모색하겠다”라고 했다.
애니젠은 바소프레신과 지코노타이드 등 새로운 펩타이드 API도 개발하고 있다. 국내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API는 류프로렐린·데스모프레신·가니렐릭스다. 바소프레신은 소변 배출 작용을 억제하는 성분이다. 지코노타이드는 신경병증성 통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특히 지코노타이드는 개발·생산이 어려워 ‘펩타이드의 꽃’으로 불린다. API의 가격도 1kg당 25억원 정도로, 1kg당 8억원인 가니렐릭스보다 3배 수준 비싸다. 김 대표는 “2~3년 내 바소프레신, 지코노타이드를 개발할 것”이라며 “다른 펩타이드 API도 개발해 API 공급 종류를 7~8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펩타이드 외길…“연구 토양 필요”
김 대표는 국내 펩타이드 연구 1세대다. 일본 동경대에서 생화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대학 약대에서 조교수를 거쳤다. 일본 미쯔비시생명과학연구소에서 펩타이드 부문을 담당했고, 1998년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한 대기업의 제안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당시 정부의 연구성과 확산사업으로 펩타이드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 대기업이 김 대표에게 공동 지분 형태의 펩타이드 연구 기업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대기업 출자제한제도가 생기며 이 기업과의 동행은 없던 일이 됐지만, 김 대표는 애니젠을 통해 국내 펩타이드 연구의 ‘연료’를 공급하게 됐다.
김 대표가 애니젠을 설립한 지도 25년이 지났다. 숱한 고비를 겪으면서도 김 대표가 애니젠을 놓지 않은 배경에는 ‘책임감’이 있다. 국내 펩타이드 1세대 연구자로 후배 연구자들에게 펩타이드 연구의 ‘토양’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연구용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마진율이 높지 않다”며 “한 기업에 공급하는 물량도 5ml 정도의 연구용 제품을 100여 종 공급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애니젠이) 사업을 중단하면 국내 기업은 사실상 해외 기업에 제품 수급을 전량 의존해야 한다”며 “(펩타이드) 연구용 제품은 (애니젠이) 무조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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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광주테크노파크에서 만난 김재일 애니젠 대표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펩타이드를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려는 연구자가 없었다”며 “당뇨·비만 치료제가 최근 기업들의 주목을 받아 펩타이드에도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광주연구개발특구에 오며 이 구역을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펩타이드밸리’로 만들자는 제안을 여러 차례 했다”라며 “펩타이드를 향한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美 FDA에 가니렐릭스 DMF 제출 예정
애니젠은 김 대표가 펩타이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2000년 설립한 국내 바이오 기업이다. 전남 장성과 충북 오송에 펩타이드 원료의약품(API) 생산공장을 건설했고, 국내 대학·기관·기업·병원 내 연구개발(R&D) 조직 대다수에 펩타이드 API를 공급하고 있다. 장성 공장은 국내 최초로 펩타이드 API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GMP)을 만족한 공장이기도 하다. 펩타이드 API는 해외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데, 김 대표는 애니젠을 통해 펩타이드 API 국산화의 길을 열었다.
국내 펩타이드 의약품 연구를 이야기할 때, 애니젠을 빼놓을 수 없다. 애니젠은 펩타이드 의약품을 연구하는 국내 연구 조직 상당수에 연구용 펩타이드를 제공한다. 김 대표는 “대학과 기관이 요청한 연구용 펩타이드를 제조해 라이브러리 형태로 제공한다”며 “최근에는 대학이나 기업 외 병원 공급 요청이 늘었고, 이들에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연구용 펩타이드는 1년에 7000~8000종 정도”라고 했다.
문제는 API 사업의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용 제품의 경우 값이 저렴하고 마진이 적어서다. 기업이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하기도 어렵다. 김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니젠 설립 이후 사업 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애니젠에 펩타이드를 요청한 기업에 딱 맞는 연구용 제품을 공급하고, API의 종류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으로 실적을 개선했다. 애니젠은 2018년 매출액이 41억원 수준이었는데, 2019년 62억원·2020년 85억원·2021년에는 1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바이오 시장에 투자 한파가 불어닥친 최근 1~2년 사이 매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김 대표는 내년이면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중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펩타이드 API 가니렐릭스를 허가받기 위한 원료의약품 의약 자료(DMF)를 제출할 예정이라서다. 가니렐릭스는 난임 치료제의 원료로, 애니젠이 LG화학과 공급 여부를 논의하는 물질이다. 애니젠은 미국 기업 인터켐과 허가 과정을 함께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가니렐릭스가 허가되면 생산 공장인 오송 공장도 cGMP 인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오송 공장은 EU-GMP 인증을 함께 추진해 펩타이드 API의 유럽 지역 진출 기회를 모색하겠다”라고 했다.
애니젠은 바소프레신과 지코노타이드 등 새로운 펩타이드 API도 개발하고 있다. 국내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API는 류프로렐린·데스모프레신·가니렐릭스다. 바소프레신은 소변 배출 작용을 억제하는 성분이다. 지코노타이드는 신경병증성 통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특히 지코노타이드는 개발·생산이 어려워 ‘펩타이드의 꽃’으로 불린다. API의 가격도 1kg당 25억원 정도로, 1kg당 8억원인 가니렐릭스보다 3배 수준 비싸다. 김 대표는 “2~3년 내 바소프레신, 지코노타이드를 개발할 것”이라며 “다른 펩타이드 API도 개발해 API 공급 종류를 7~8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펩타이드 외길…“연구 토양 필요”
김 대표는 국내 펩타이드 연구 1세대다. 일본 동경대에서 생화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대학 약대에서 조교수를 거쳤다. 일본 미쯔비시생명과학연구소에서 펩타이드 부문을 담당했고, 1998년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한 대기업의 제안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당시 정부의 연구성과 확산사업으로 펩타이드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 대기업이 김 대표에게 공동 지분 형태의 펩타이드 연구 기업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대기업 출자제한제도가 생기며 이 기업과의 동행은 없던 일이 됐지만, 김 대표는 애니젠을 통해 국내 펩타이드 연구의 ‘연료’를 공급하게 됐다.
김 대표가 애니젠을 설립한 지도 25년이 지났다. 숱한 고비를 겪으면서도 김 대표가 애니젠을 놓지 않은 배경에는 ‘책임감’이 있다. 국내 펩타이드 1세대 연구자로 후배 연구자들에게 펩타이드 연구의 ‘토양’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연구용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마진율이 높지 않다”며 “한 기업에 공급하는 물량도 5ml 정도의 연구용 제품을 100여 종 공급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애니젠이) 사업을 중단하면 국내 기업은 사실상 해외 기업에 제품 수급을 전량 의존해야 한다”며 “(펩타이드) 연구용 제품은 (애니젠이) 무조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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