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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소비자 물가...'식자재 가격' 어떻게 잡아야 할까

[60조 식자재 유통시장, 이제 변화의 시간]①
복잡한 유통경로 단순화..."가격 20% 낮출 수 있어"
체계적 관리 및 안정적 공급 가능한 대형업체 참전 필요

서울의 한 시장에서 상인이 식자재를 옮기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고물가, 고인건비 등으로 사업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식당 운영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자재의 경우 낙후되고 복잡한 유통경로가 가격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식자재 가격이 뛰어도 장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매입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식자자 유통업계에 보다 선진화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선진화된 시스템은 지금의 식자재 유통 시장을 바꿀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복잡한 유통 구조만 단순화해도 식자재 가격을 지금보다 15~20% 정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식자재업계, 왜 선진 시스템 필요할까

국내 외식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지속 성장해 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식품외식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외식산업 사업체는 79만5488곳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2만7377곳 보다 9.4% 증가했고 전체 종사자 수는 200만여명을 넘어섰다. 

또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외식업 시장규모는 103조2644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이처럼 외식 산업이 지속 성장함에 따라 식자재 유통 시장은 빠른 속도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KFD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 규모는 약 60조원이다. 지난해에는 6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순수 외식업(식당)에 공급되는 식자재 규모만 전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식자재 유통 시장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는 만큼 이 시장이 선진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영세업체들이 진행하는 다소 불투명한 관리 방식 대신 보다 체계화된 선진 시스템이 도입되면 식자재 가격의 안정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체로 국내 식자재 유통구조는 ①제조 ②도매 ③식자재유통업자 ④중간상인 ⑤외식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가 많다. 

다만 대부분의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영세업체다. 식당별 체계적인 재고 관리가 어렵다보니 신선하고 양질의 식자재를 매번 공급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전문화된 재무 회계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아 지역별, 식당별로 식자재 가격 편차도 심하다.  

식자재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식자재 유통구조가 여러 단계로 이뤄져 중간 유통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고 대부분 영세업자인 경우가 많아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처럼 복잡하고 불투명한 식자재 유통망에 따른 구매 비용 상승 부담은 결국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식자재 유통업계에서는 복잡한 유통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 우선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구조만 단순화하면 지금보다 식자재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유통 과정에서의 관리 소홀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냉장-냉동상품의 비중이 커지면서 관리 소홀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한 이커머스에서 판매한 육회에 문제가 생겨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유통 과정 중 관리 미흡으로 인한 사고다. 이런 와중에서도 대부분의 이커머스들은 상온 배송차량에 스티로폼 보냉박스를 활용해 택배 배송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냉장-냉동 상품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는 만큼 식자재 관리의 중요성도 함께 높아지는 상황이다. 

"체계적 시스템 도입, 소비자 물가 잡을 수 있어"

업계에서는 대형 식자재 유통업체들의 참여가 지금의 비체계적 관리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통업은 대형마트가 등장하며 산업화가 한층 진전됐다. 대형 식자재기업의 역할이 향후 이 시장 성장에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 규모는 약 60조원인데 이중 기업형 식자재 유통 시장은 약 8조8000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약 14%에 불과하다. 미국, 일본 등 식자재 산업 고도화가 이뤄진 나라들의 경우 상위 10여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40%를 차지한다. 이런 부분과 비교하면 국내는 아직 식자재 유통 산업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시민이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한 식당 메뉴를 보며 걸어가고 있다.[사진 이데일리]

대형 식자재 유통기업의 경우 영세업자들보다 안정적인 냉장-냉동 보관 설비를 갖췄고 상품별 온도관리 기준에 따라 세분화하는 등 식자재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편이다. 또한 이들 기업들은 국가인증을 받는 수준의 식품안전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식품안전에 대한 전문성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식자재 가격 안정화도 가능하다. 외식 업체는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용이하게 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사업장의 안정적인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다. 

대규모 식자재 유통기업은 넓은 공급망을 바탕으로 시스템 및 디지털 데이터를 적용해 식재료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 시스템과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가격 정보를 확보해 시장 투명성과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또 단일품목 위주의 영세공급업체와 대비해 다양한 품목과 제품을 확보해 식자재 주문 편의성까지 높여줌으로써 사업 효율성에도 도움을 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컨대 A식당에서 한 달간 필요한 양파나 대파 등 식자재 물량을 B식자재 기업이 데이터화해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면 양쪽 다 효율적인 식자재 수급 및 공급이 가능하다"라며 "주먹구구식 식자재 공급이 아닌 데이터를 기초로 한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진다면 소비자 물가를 안정화 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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