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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오토바이 시대로 가는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오토바이로 인한 환경오염 해결하기 위해 전기오토바이 장려
전기오토바이 데이터·배터리 충전방식 두고 혁신 경쟁 벌어져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024년 7월 28일 인도네시아 동칼리만탄에 있는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수도 누산타라(Nusantara)를 방문해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김상수 리겔캐피탈 상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베트남 하노이 등에 출장을 갔을 때 처음에는 낯설었다가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있다. 바로 오토바이의 물결이다. 짐을 쌓아 놓고 달리거나 학교 등하교 시간에는 온 가족이 한 오토바이에 몸을 실어서 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오토바이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수단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대중교통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토바이는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고 서민들의 재산 제1호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사는 것이 오토바이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에 등록된 오토바이는 2023년 기준으로 1억3200만 대로, 인구수 2억7500만을 고려하면 인구의 약 48%가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인구수 대비 가장 많은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2023년 기준 베트남에 등록된 오토바이대수는 7500만 대로 인구수 1억명을 기준으로 할 때 75%가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중국, 인도에 이어 오토바이가 세계에서 세 번째, 네 번째 규모로 큰 시장이다. 

그렇다면 오토바이의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인도네시아의 경우 한해 600만대  이상의 새로운 오토바이가 판매된다. 가장 인기있는 모델은 한화로 약 200만원 정도 되는데 이 가격을 적용할 경우 12조원의 이상의 시장이다. 베트남도 한해 약 300만대가 판매되는데 시장규모는 6조원이 넘는다. 동남아시아 전체로 보면 1200만대 규모의 오토바이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시대 변화에 힘 못쓰는 내연 오토바이 강자 혼다·야마하

오토바는 교통체증과 더불어 매연으로 인한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시아 도시들의 나쁜 공기에 오토바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천연자원환경부(MONRE) 산하 환경오염통제부(Environmental Pollution Control Department)에 따르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오토바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84만 5340 톤, 미세먼지 배출량은과 5261톤에 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주요국들은 내연기관 오토바이에 대한 규제 강화와 더불어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전기오토바이로의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전기오토바이에 대해 태국은 72만원, 인도네시아는 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오토바이의 가격을 고려할 경우 매우 높은 금액이다. 

동남아시아 내연기관 오토바이 시장은 일본 기업의 독무대다. 혼다와 야마하가 9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이 두 회사는 동남아시아에서 오토바이를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혼다 오토바이는 동남아시아에서 약 67%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오토바이 부문 영업이익률은 19%에 달한다. 참고로 혼다의 사륜차 영업이익률이 6%임을 감안하면 오토바이로 높은 이익을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관련 금융을 통해 무시 못하는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전기오토바이에 대해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혼다와 야마하도 전기오토바이 라인업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가로 진입 장벽이 높다. 또한 전기오토바이로 완전히 전환되기까지 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오토바이 판매에 주력하는 사이에 현지 전기오토바이 생산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볼타(Volta)와 폴리트론(Polytron) 등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베트남은 빈패스트(VinFast)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오토바이 업체 중 하나인 야디(Yadee)가 동남아시아 진출에 적극적이지만  현지 업체와 달리 차별된 전략을 내놓지 못해 시장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각국 정부도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자국에서 생산되어야 하고 자국산 부품의 비율을 얼마이상 되어야 한다는 규정 등을 만들어 관련 사업을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기오토바이 관련 스타트업의 창업도 활발하다.

전기오토바이 서비스 금융 및 중고차 사업 등으로 영역 확대

전기오토바이는 데이터와 배터리 충전방식을 두고 혁신의 경쟁이 일어난다. 일부 전기 오토바이 업체는 오토바이 및 배터리 상태, 주행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는 향후 렌탈, 보험 등 관련 금융상품 개발과 탄소 배출권 그리고 중고차 사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터리 충전방식도 주 수요층이 승차공유나 배달 기사 등임을 감안 할 때 배터리 교환 방식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부족한 전력 및 충전 인프라, 긴 충전시간 등을 고려할 때 시간이 돈인 이들의 입장에서 1~2분내에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동남아시아에서 전기오토바이 제조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터리 교환소를 확장할 수 있는지가 승부수가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기오토바이가 들어오면서 동남아시아의 오토바이 시장이 바뀌고 있다. 이는 전기오토바이 제조뿐만 아니라 금융·배터리 제조 및 재활용 등 관련 사업의 성장을 함께 예고하고 있다.

김상수 리겔캐피탈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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