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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韓 조선...치열해진 글로벌 1·2위 우위 다툼

[영원한 맞수 中조선]②
지난 9월, 韓·中 세계 선박 수주 물량 64% 격차
‘고부가선종’ 집중하는 韓...기술 격차 좁혀오는 中
선종별 경쟁우위 가스운반선 유일...MRO 노리는 K조선

LNG 공급과 하역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모습 [사진 해양수산부]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한국의 독주 시대는 끝났다. 그간 국내 조선 업계는 경쟁국인 중국과 전 세계 선박 수주량 1·2위 싸움을 벌여왔다. 올해 기준 한국 조선 업계가 중국을 앞선 시기는 지난 2월과 7월이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중국에 큰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어줬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 세계 선박 수주 물량은 289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87만CGT) 대비 33.9% 감소한 수치다. 이 중 중국은 86%(65척·248만CGT)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한국은 12%(14척·34만CGT)에 그쳤다. 양국 간 64%의 격차가 발생했다.

지난 8월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당시 전세계 선박 수주량은 387만CGT으로 나타났다. 이 중 중국은 90%(95척·347만CGT)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달성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겨우 4척을 수주하며 2%(8만CGT)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당시 양국 간의 격차는 88%에 달한다.

올해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시점도 있다. 지난 2월과 7월이다. 지난 2월의 경우 전 세계 선박 수주량 341만CGT 가운데 한국이 50%(28척·171만CGT)의 점유율을 달성하며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중국은 41%(59척·141만CGT)를 기록했다. 양국간의 격차는 9%다.

지난 7월에도 한국이 중국을 앞섰다. 당시 전세계 선박 수주량은 237만CGT로 집계됐는데, 한국은 40%(18척·96만CGT)의 점유율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24%(30척·57만CGT)에 그쳤다. 양국간 격차는 16%다. 

HD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골라앗 크레인 전경 [사진 HD현대중공업]
고부가선종 집중하는 韓 조선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물량이 뒤처지는 이유로는 고부가선종이 지목됐다. 국내 조선 3사가 고부가선종 위주로 선별 수주에 집중하기 때문에 단순 수주 물량에서 뒤처진다는 해석이다. 고부가선종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가격이 비싼 선박을 뜻한다.

CGT는 선박의 부가가치 및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하는 단위다. 고부가선종일수록 CGT값이 크다. 지난 2월과 7월 중국이 수주 물량이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선박 점유율이 앞선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과 비교했을 때 수주 물량이 적었음에도 고부가선종 수주에 집중했기 때문에 선박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중국 조선이 ‘고부가선종’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기술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은 컨테이너선과 같이 비교적 기술 문턱이 낮은 선종에서 벗어나 ▲LNG운반선 ▲LPG 운반선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친환경 선박 등 다양한 고부가선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경쟁력과 고부가가치 기술을 갖춘 중국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국내 조선사들이 중국과의 경쟁을 벗어나 독자적인 입지를 굳힐 수 있는 대응책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은 과거와 달리 정부의 도움을 받아 급속도로 성장해 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친환경선박 등 고부가선종은 글로벌 조선 업계가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인 만큼, 국내 조선업계는 특수선 및 유지·보수·정비(MRO) 등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공격적으로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 한화그룹]
쫓기는 K조선, 대비책은

중국 정부는 ‘조선산업 친환경 발전 개요’ 발표를 통해 공격적인 친환경 선박 건조를 암시했다. 아울러 오는 2025년까지 친환경 동력 선박의 국제시장 점유율을 50%이상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당장은 국내 조선업계가 친환경 및 고부가선종의 점유율을 앞서가고 있지만, 이를 유지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가 선종별 경쟁우위에서 앞서는 선종은 가스운반선 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조선산업의 선종별 경쟁우위 종합 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운반선 경쟁우위 종합 평가 결과는 ▲한국93.3점 ▲중국 85.8점 ▲일본 80.5점 ▲유럽연합(EU) 73,0점 순으로 집계됐다. 

벌크선의 경우 중국이 97.5점으로 1위에 올랐다. 뒤이어 ▲일본 88.1점 ▲한국 75.5점 ▲EU 69.1점으로 집계됐다. 유조선 역시 중국이 92.6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 88.5점 ▲일본 84.4점 ▲EU 71.7점으로 집계됐다.

컨테이너선은 한국이 91.7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중국은 91.4점으로 집계되면서 격차는 0.3점에 그쳤다. 사실상 동등한 수준인 셈이다. 뒤이어 일본이 82.8점으로 3위를 차지했고, EU는 70.3점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조선업계는 사업 영역을 분주히 넓히며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MRO 시장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함께 한화오션은도 이 시장을 노리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달러(약 78조원)에서 2029년 636억2000만달러(약 88조원)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의 규모만 연간 약 20조원에 달한다. 

MRO는 조선사에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 줄 사업으로 꼽힌다. 단순 수리 개념을 넘어 함정의 생애를 관리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MRO 사업은 조선업계에서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자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MRO 시장에 선두를 점한 기업은 한화오션이다. 먼저 한화오션은 지난 8월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따냈다. 4만톤 규모의 미해군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을 수주하는 사업이었는데, 그 규모만 20조원에 달한다. 이는 미해군 함정에 대한 정규 창정비 사업으로 국내 조선사 가운데 최초로 수행한다.

HD현대 중공업도 최근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를 국내 최초로 체결하고,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과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잠수함과 같은 특수선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 10~15년 주기로 정비를 받아야 하는데, 특수선의 운영기한이 통상 40년인 만큼, 주기적인 MRO 수요가 존재하는 셈”이라며 “특히 미국의 MRO 시장은 그 규모가 막대한 만큼, 중국과의 경쟁을 직면한 국내 조선업계의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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