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손실만 800억 ↑…미니보험 인기에도 만성 적자 시달리는 디지털보험사
[미니보험의 명과 암] ②
올해 상반기 5개 디지털보험사 순손실 818억원…흑자 업체 ‘0’
장기보험으로 사업 확장 꾀하나 본래 취지 흐려졌다는 지적 나와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보험사들이 당기순이익을 확대하며 호실적을 기록하는 반면, 디지털보험사들은 적자 폭이 심화되며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디지털보험사들은 보험료가 저렴한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을 중심으로 빠르게 고객을 확보했지만, 실적 개선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미니보험사 제도마저 규제와 운영부담으로 인해 시장 진입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보험회사들(생명보험사 22개+손해보험사 31개)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2536억원) 증가한 9조366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손익이 금융자산 평가이익 감소 등으로 악화했음에도 보험손익은 보험 상품 판매 확대에 따라 개선된 결과다. 그만큼 보험사들이 고객을 상대로 보험 판매 영업을 잘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디지털보험사들의 실적은 호조를 보인 보험업권 전체와 대조적으로 어두웠다. 올 상반기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신한EZ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 등 5개 디지털보험사는 총 81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순손실보다 적자 규모가 약 30%나 늘어난 것이다.
회사별로 보면 캐롯손보의 순손실이 308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카카오페이손보 218억원 ▲하나손보 156원 ▲교보라플 76억원 ▲신한EZ손보 6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흑자를 기록한 곳은 하나도 없었으며, 이 중 신한EZ손보·카카오페이손보·캐롯손보는 작년 상반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디지털보험사는 크게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와 ‘종합보험회사’로 나뉜다.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는 보험업법 시행령 13조에 따라서 전체 계약 건수 및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비대면 채널을 통해서 모집해야 한다. 판매 채널이 설계사 등 대면 형식인 전통 보험사들과 차별된다. 교보라플·카카오페이손보·캐롯손보가 해당한다. 신한EZ손보와 하나손보는 법적으로는 종합보험회사지만 디지털 영업을 표방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디지털보험사로 분류하고 있다.
미미한 수익성에 장기보험 진출하지만…
디지털보험사는 디지털을 기반, 레드오션(포화) 상태인 국내 보험시장 업계를 재편하겠다는 기치로 지난 수년간 연이어 등장했다. 이에 디지털보험사들은 디지털에 친화적인 MZ세대들을 고객층으로 흡수하기 위해 레저·여행자보험 등 상품 구조가 간단한 미니보험 위주로 영업했다. 실제 저렴한 보험료로 소비자의 보험 가입 접근성을 대폭 낮춰 인기를 몰았으며, 보험업계에서도 정체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수익성이 떨어져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보험사는 저렴한 가격과 가입 편리성을 차별성으로 내세우며 인바운드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므로 수익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의 디지털 전환이 매출과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다 보니 디지털보험사들은 최근 장기보험으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종합보험사들은 매년 장기보험 판매 비율이 상승하고 있으며,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들도 장기보험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 5월 첫 장기보험인 ‘영유아보험’을 출시했으며, 이어 8월에는 ‘초중학생보험’을 선보였다.
그러나 아직 수익성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미니보험을 중심으로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디지털보험사의 본질이 흐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사가 장기보험 등을 판매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기존 보험사가 하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나 독자적 기술 기반의 솔루션 제공 등의 사업모델 확대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디지털보험사는 신생 기업이므로 초기 적자는 당연한 과정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실제 2013년 설립된 교보라플 외 나머지 보험사 4곳은 업력이 채 5년이 되지 않는다. 한 디지털보험사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사들의 적자가 매번 지적되곤 있지만, 매출(수입보험료) 자체는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매년 고객이 빠르게 늘고 경영 노하우가 갖춰지고 있어 흑자 전환을 이루는 업체가 생각보다 빠르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니보험사, 제도 시행 3년 동안 단 1곳 나와
최근에는 아예 미니보험만 전문으로 파는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미니보험사)가 처음으로 보험업 영위 예비허가를 받아 미니보험 시장을 뒤흔들어 놓을지 주목된다. 지난 9월 삼성화재가 130억원 이상 출자해 설립한 펫보험 전문 보험사인 ‘마이브라운(가칭)’이 소액단기전문보험업 제도가 도입된 지 3년 만에 예비인가를 받았다.
소액단기전문보험업 제도는 미니보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다. 기존 보험업 허가 요건을 대폭 완화한 대신 취급할 수 있는 보험을 미니보험으로 한정했다. 자본금 기준으로 종합보험사는 300억원이 필요하지만, 소액단기전문보험사는 20억원 이상만 있으면 된다. 취급 종목은 제한이 없지만, ▲보험기간 1년 ▲보험금 상한액 5000만원 ▲연간 총보험료 상한액 500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3년 동안 진출한 업체는 단 한 곳에 지나지 않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본금 요건은 낮으나 인적·물적 요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건전성제도(지급여력제도·K-ICS) 적용 등 규제는 종합보험사와 동일하게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자본금요건 완화 수준의 규제 완화로는 미니보험사의 시장진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운영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통해 미니보험사의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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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보험회사들(생명보험사 22개+손해보험사 31개)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2536억원) 증가한 9조366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손익이 금융자산 평가이익 감소 등으로 악화했음에도 보험손익은 보험 상품 판매 확대에 따라 개선된 결과다. 그만큼 보험사들이 고객을 상대로 보험 판매 영업을 잘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디지털보험사들의 실적은 호조를 보인 보험업권 전체와 대조적으로 어두웠다. 올 상반기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신한EZ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 등 5개 디지털보험사는 총 81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순손실보다 적자 규모가 약 30%나 늘어난 것이다.
회사별로 보면 캐롯손보의 순손실이 308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카카오페이손보 218억원 ▲하나손보 156원 ▲교보라플 76억원 ▲신한EZ손보 6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흑자를 기록한 곳은 하나도 없었으며, 이 중 신한EZ손보·카카오페이손보·캐롯손보는 작년 상반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디지털보험사는 크게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와 ‘종합보험회사’로 나뉜다.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는 보험업법 시행령 13조에 따라서 전체 계약 건수 및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비대면 채널을 통해서 모집해야 한다. 판매 채널이 설계사 등 대면 형식인 전통 보험사들과 차별된다. 교보라플·카카오페이손보·캐롯손보가 해당한다. 신한EZ손보와 하나손보는 법적으로는 종합보험회사지만 디지털 영업을 표방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디지털보험사로 분류하고 있다.
미미한 수익성에 장기보험 진출하지만…
디지털보험사는 디지털을 기반, 레드오션(포화) 상태인 국내 보험시장 업계를 재편하겠다는 기치로 지난 수년간 연이어 등장했다. 이에 디지털보험사들은 디지털에 친화적인 MZ세대들을 고객층으로 흡수하기 위해 레저·여행자보험 등 상품 구조가 간단한 미니보험 위주로 영업했다. 실제 저렴한 보험료로 소비자의 보험 가입 접근성을 대폭 낮춰 인기를 몰았으며, 보험업계에서도 정체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수익성이 떨어져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보험사는 저렴한 가격과 가입 편리성을 차별성으로 내세우며 인바운드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므로 수익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의 디지털 전환이 매출과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다 보니 디지털보험사들은 최근 장기보험으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종합보험사들은 매년 장기보험 판매 비율이 상승하고 있으며,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들도 장기보험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 5월 첫 장기보험인 ‘영유아보험’을 출시했으며, 이어 8월에는 ‘초중학생보험’을 선보였다.
그러나 아직 수익성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미니보험을 중심으로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디지털보험사의 본질이 흐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사가 장기보험 등을 판매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기존 보험사가 하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나 독자적 기술 기반의 솔루션 제공 등의 사업모델 확대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디지털보험사는 신생 기업이므로 초기 적자는 당연한 과정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실제 2013년 설립된 교보라플 외 나머지 보험사 4곳은 업력이 채 5년이 되지 않는다. 한 디지털보험사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사들의 적자가 매번 지적되곤 있지만, 매출(수입보험료) 자체는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매년 고객이 빠르게 늘고 경영 노하우가 갖춰지고 있어 흑자 전환을 이루는 업체가 생각보다 빠르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니보험사, 제도 시행 3년 동안 단 1곳 나와
최근에는 아예 미니보험만 전문으로 파는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미니보험사)가 처음으로 보험업 영위 예비허가를 받아 미니보험 시장을 뒤흔들어 놓을지 주목된다. 지난 9월 삼성화재가 130억원 이상 출자해 설립한 펫보험 전문 보험사인 ‘마이브라운(가칭)’이 소액단기전문보험업 제도가 도입된 지 3년 만에 예비인가를 받았다.
소액단기전문보험업 제도는 미니보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다. 기존 보험업 허가 요건을 대폭 완화한 대신 취급할 수 있는 보험을 미니보험으로 한정했다. 자본금 기준으로 종합보험사는 300억원이 필요하지만, 소액단기전문보험사는 20억원 이상만 있으면 된다. 취급 종목은 제한이 없지만, ▲보험기간 1년 ▲보험금 상한액 5000만원 ▲연간 총보험료 상한액 500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3년 동안 진출한 업체는 단 한 곳에 지나지 않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본금 요건은 낮으나 인적·물적 요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건전성제도(지급여력제도·K-ICS) 적용 등 규제는 종합보험사와 동일하게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자본금요건 완화 수준의 규제 완화로는 미니보험사의 시장진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운영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통해 미니보험사의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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