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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기회의 땅’ 동남아 시장 성과 속속

‘후발주자’ 한투증권, 인니 법인 출범 6년 만에 ‘흑자’
한화투자·키움증권, 동남아 현지 신규 법인 출범 ‘속도’

여의도에 있는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박관훈 기자] 우리나라 증권사의 아시아 신흥시장 공략이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그간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던 현지 법인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수익성 개선 움직임을 나타내는 가운데, 새롭게 시장 진출을 꾀하는 증권사도 줄을 잇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 12개사는 인도네시아‧베트남‧싱가포르‧태국‧미얀마‧캄보디아 등 동남아 6개국에 30개의 현지 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그간 국내 증권사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위탁매매 영업에 초점을 둔 해외 진출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 한투증권, 인니 법인 ‘첫 결실’…KB증권도 순익 2배↑

올해 들어 국내 증권사의 동남아 시장 진출지 중 한 곳인 인도네시아에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8000만명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평균연령도 29.7세인 ‘젊은 대국’이다. OECD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5.1%로 전망하기도 한 만큼 디지털 금융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현지 법인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현지 법인 출범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투증권 인도네시아 법인(PT Korea Investment & Sekuritas Indonesia)은 2013년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미래에셋증권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에 속한다. 한투증권은 2017년 12월 인도네시아 중위권 규모의 단빡(Danpac) 증권사 인수계약을 체결했고 이듬해인 2018년 6월 KIS 인도네시아를 출범했다.

그간 적자에 빠져 있던 한투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의 상반기 순이익은 2억7173억원이다. 비교적 소액이지만 10억7169만원 순손실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하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인도네시아 법인 출범 당시 한투증권은 5년 안에 현지 상위 5위 증권사에 진입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범 첫 해인 2018년 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이후 ▲2019년 -12억원 ▲2020년 -13억원 ▲2021년 -60억원 ▲2022년 –10억원 ▲2023년 -959만원 등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왔던 터라 이번 흑자 전환은 의미가 깊다.

한투증권의 인도네시아 법인 흑자 전환은 리테일 사업 현지 기업금융(IB) 시장 강화 효과로 해석된다. 한투증권은 인도네시아 현지 리테일뿐만 아니라 IB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현지 법인 출범 초기부터 한국형 온라인 주식매매 시스템을 도입해 리테일 영업체계를 구축했고 2020년에는 IB본부를 설립해 현지 기업의 기업공개(IPO), 공모채권 발행 등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KB증권도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흑자 규모를 대폭 늘렸다. KB증권 인도네시아 법인(PT. KB Valbury Sekuritas)은 상반기 31억1300만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작년 상반기 17억5561만원 대비 2배 가까운 실적을 달성했다. 

앞서 KB증권은 2022년 인도네시아 증권사인 PT 밸버리증권(PT Valbury Sekuritas)의 지분을 인수했다. KB증권 인니 법인은 이미 현지 시장에 진출해 있는 은행‧손해보험‧카드‧캐피탈 등 KB금융 계열사와 연계 비즈니스를 추진했다. 그 결과 비교적 늦은 현지 진출에도 양호한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기업금융(IB) 부문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으며 본사의 채권발행(DCM) 경쟁력을 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 한화투자‧키움, 동남아 시장 두드리는 ‘K-증권’

최근 들어서도 증권사의 동남아 시장 신규 진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인도네시아 칩타다나증권 인수를 완료했다고 10월 17일 밝혔다. 지난해 6월 인수를 공식화 한 이후 1년4개월여 만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칩타다나증권 지분의 8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9월 말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얻어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키움·KB·신한투자증권에 이어 일곱 번째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칩타다나증권은 인도네시아 재계 6위 리포그룹 계열로 30년 이상 업력을 가진 중견 금융사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인수로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 동남아 주요국 금융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인수를 통해 인도네시아 리포그룹과 협업 관계를 유지해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디지털 금융 플랫폼 구축 및 서비스 제공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칩타다나자산운용 인수도 추진 중이며 내년 중으로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와 관련해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칩타다나증권은 인도네시아 디지털 금융시장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화투자증권은 최대주주이자 파트너로서 칩타다나증권이 아세안을 대표하는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왼쪽)와 캐서린 함발리 칩타다나 캐피탈 커미셔너가 지난해 6월 인수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화투자증권]
키움증권은 10월 11일 싱가포르통화청(MAS)로부터 자산운용사 설립 본인가를 받았다. 키움증권은 올 3월 이사회에서 해당 내용을 의결하고 추진해 왔다. 싱가포르는 해외 유입 자급이 풍부하고, 운용 인프라가 우수해 아시아 지역의 투자 요충지로 평가된다. 키움증권은 성장 잠재력이 큰 자산운용 시장이자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싱가포르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키움증권은 해당 자산운용사(Kiwoom Asset Management Asia Pte. Ltd.)에 총 1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03억원) 규모 자본금을 납입할 계획이다. 지분 100% 키움증권 소유인 해당 운용사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운용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관측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시아 신흥시장 해외 진출은 국내 증권사가 경쟁력을 지닌 리테일 브로커리지 사업을 필두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의미 있는 성과가 기대된다”며 “이미 다수 국내 증권사는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지 경쟁사에 비해서도 규모나 자본력의 측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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