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 절실한 이유[김기동의 이슈&로(LAW)]
자율주행 레벨4 도달한 美...우리는 레벨 3 머물러
단계 발전 위해 법-제도의 선제적 정립 필요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세계 각국에서 자율주행차를 향한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이미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그룹에 오른 국가들은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자율주행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입법의 공백과 규제로 인해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자율주행 단계 “해외는 레벨4인데...”
지난 10월 10일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 로보택시 ‘사이버캡’(Cybercap)을 공개했다. 차 안에는 운전대도, 페달도 보이지 않는다. 이 차량을 직접 타고 온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안전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른 나라의 자율주행은 어느 수준에 와 있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레벨0~5에 이르는 자율주행의 발달단계를 이해해야 한다. ▲레벨0은 비자동화이고 ▲레벨3부터는 운전자가 핸들을 잡을 필요 없는 자동화 단계에 해당한다. ▲레벨4는 사실상 완전한 자율주행이나 특정 구간에서만 가능한 반면, ▲레벨5는 이러한 제약도 받지 않는다.
구글 웨이모는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매주 5만회 이상의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도시를 방문하면 일반인도 마치 우버를 부르듯 쉽게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운전자는 출발 전 목적지와 이동 경로만 입력하면 돼 레벨4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달 테슬라가 공개한 ‘사이버캡’ 역시 레벨4 자율주행 수준으로 실용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바이두가 무인 로보택시 ‘아폴로’(Apollo)를 개발했고, 2021년 구글 웨이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로보택시 유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회사인 포니닷에이아이(Phony.ai)는 중국 내 레벨4 자율주행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로, 최근에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체급을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16개 이상의 도시에서 기업들의 무인 차량 테스트를 허용했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 테슬라에게 중국 시장에서의 활동도 보장했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이미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이 궤도에 올랐지만,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는 2022년 9월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일부 시범운영지구를 선정해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버스와 택시를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진척은 더딘 편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ICT 기술경쟁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 최고 기술국인 미국에 비해 한국의 기술은 88.4%에 그쳐, 유럽(98.3%)과 중국(95.4%)은 물론 일본(89.7%)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연도로 환산하면 약 1.2년 뒤처진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관건은 법과 제도의 선제적 정립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국내 법과 제도의 정비는 어느 단계까지 와 있을까.
기존 법체계 근본적 변화 필요
우선 교통 관련 형사책임과 관련해 현행 형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등에서는 자동차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의 주체를 ‘운전자’로 규정하고 있다.
2021년 개정 도로교통법(제2조 제26호)에서는 레벨3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자동차 사용도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즉,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을 담당하는 동안에도 운전자가 원칙적으로 도로교통법상의 모든 주의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한 셈이다.
민사책임에 관해서도 민법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에서 운전자, 운행자, 보유자, 소유자 등을 책임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자동차보험을 통해 피해자에게 우선 배상한 뒤 고의·과실이 있는 자에게 구상권 청구 후 최종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다.
레벨3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도 기존의 운행자책임을 동일하게 적용해 차량 보유자의 보험으로 피해자 구제를 우선 실시하되, 자율주행시스템 결함이 사고 원인일 경우 보유자의 보험회사가 제작사 등 책임 있는 자에게 구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조, 제29조의2 등)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기존 법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즉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에서는 운전자 책임의 상당 부분이 제조물 책임과 시스템 관리자의 책임 등으로 전환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을 규율할 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027년부터 상용화 예정이라고 밝힌 레벨4 자율주행차에 관한 제도적 인프라도 아직 구축되지 못한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시대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KPMG은 글로벌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 규모가 2020년 약 71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연평균 41.0% 성장해 2035년에는 약 1조120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는 얘기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태동기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자만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바람이 불어야 돛단배가 움직일 수 있듯이 말이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망망대해를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인프라 구축과 법·제도 개선, 규제 완화라는 바람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율주행 단계 “해외는 레벨4인데...”
지난 10월 10일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 로보택시 ‘사이버캡’(Cybercap)을 공개했다. 차 안에는 운전대도, 페달도 보이지 않는다. 이 차량을 직접 타고 온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안전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른 나라의 자율주행은 어느 수준에 와 있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레벨0~5에 이르는 자율주행의 발달단계를 이해해야 한다. ▲레벨0은 비자동화이고 ▲레벨3부터는 운전자가 핸들을 잡을 필요 없는 자동화 단계에 해당한다. ▲레벨4는 사실상 완전한 자율주행이나 특정 구간에서만 가능한 반면, ▲레벨5는 이러한 제약도 받지 않는다.
구글 웨이모는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매주 5만회 이상의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도시를 방문하면 일반인도 마치 우버를 부르듯 쉽게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운전자는 출발 전 목적지와 이동 경로만 입력하면 돼 레벨4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달 테슬라가 공개한 ‘사이버캡’ 역시 레벨4 자율주행 수준으로 실용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바이두가 무인 로보택시 ‘아폴로’(Apollo)를 개발했고, 2021년 구글 웨이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로보택시 유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회사인 포니닷에이아이(Phony.ai)는 중국 내 레벨4 자율주행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로, 최근에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체급을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16개 이상의 도시에서 기업들의 무인 차량 테스트를 허용했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 테슬라에게 중국 시장에서의 활동도 보장했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이미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이 궤도에 올랐지만,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는 2022년 9월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일부 시범운영지구를 선정해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버스와 택시를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진척은 더딘 편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ICT 기술경쟁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 최고 기술국인 미국에 비해 한국의 기술은 88.4%에 그쳐, 유럽(98.3%)과 중국(95.4%)은 물론 일본(89.7%)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연도로 환산하면 약 1.2년 뒤처진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관건은 법과 제도의 선제적 정립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국내 법과 제도의 정비는 어느 단계까지 와 있을까.
기존 법체계 근본적 변화 필요
우선 교통 관련 형사책임과 관련해 현행 형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등에서는 자동차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의 주체를 ‘운전자’로 규정하고 있다.
2021년 개정 도로교통법(제2조 제26호)에서는 레벨3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자동차 사용도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즉,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을 담당하는 동안에도 운전자가 원칙적으로 도로교통법상의 모든 주의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한 셈이다.
민사책임에 관해서도 민법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에서 운전자, 운행자, 보유자, 소유자 등을 책임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자동차보험을 통해 피해자에게 우선 배상한 뒤 고의·과실이 있는 자에게 구상권 청구 후 최종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다.
레벨3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도 기존의 운행자책임을 동일하게 적용해 차량 보유자의 보험으로 피해자 구제를 우선 실시하되, 자율주행시스템 결함이 사고 원인일 경우 보유자의 보험회사가 제작사 등 책임 있는 자에게 구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조, 제29조의2 등)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기존 법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즉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에서는 운전자 책임의 상당 부분이 제조물 책임과 시스템 관리자의 책임 등으로 전환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을 규율할 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027년부터 상용화 예정이라고 밝힌 레벨4 자율주행차에 관한 제도적 인프라도 아직 구축되지 못한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시대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KPMG은 글로벌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 규모가 2020년 약 71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연평균 41.0% 성장해 2035년에는 약 1조120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는 얘기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태동기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자만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바람이 불어야 돛단배가 움직일 수 있듯이 말이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망망대해를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인프라 구축과 법·제도 개선, 규제 완화라는 바람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