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위한 도시 vs 사람을 위한 도시…당신의 선택은? [스페셜리스트 뷰]
지나친 차량의존이 도시 행복도 낮추는 요인
대안으로 나온 공유서비스...실효성 있는 규제 필요
[김형산 스윙 대표이사] 대한민국의 도시화율은 홍콩, 싱가폴 등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1위 수준이다. 국민 대다수가 도시에 살고 있는 만큼 살기 좋은 도시가 무엇인지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고 발전시켜야할텐데, 아직 ’살기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살기 좋은 도시의 여러 특성 중 모빌리티와 관련된 것만 꼽자면, 지나친 차량의존도는 행복을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가장 와닿는 우리의 경험은 해외여행을 했을 때 걷는 행복감이 한국에서는 차를 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 가면 우린 유난히 많이 걷는다. 특히 유럽이나 일본에서 더 많이 걷게 되는 것은 이들이 보행친화적인 도시들이기 때문이다. 곳곳에 벤치와 공원이 있고 도심 곳곳에 자동차 최고속도가 30km/h로 제한되어 안전하다. 인플루언서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에 따르면 서울은 자동차의 시선에서 도시를 설계했기 때문에 ‘걷기에 재미없는’ 도시라고 한다.
‘서울은 유럽이나 일본과 다르다’라는 수많은 핑계들이 있다. 전후에 도시를 재건하며 자동차 위주의 도시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다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자동차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듯하다. 대한민국은 차로와 자동차 주차장 인프라를 세금으로 열심히 증축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자동차 판매대수가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는데 그 속도보다 더 빠르게 차로와 주차장을 세워주고 있다. 전 세계 최저 수준의 자동차 보유비용과 최저 수준의 자동차 범법행위에 대한 과태료와 형량은 ‘자동차를 타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타야만 하는’ 도시로 만들고 있다.
무엇이 더 위험할까, 자동차vs1인형 이동장치
지난 7월 1일 시청역 주변 대로를 달리던 세단이 역주행해 인도 위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사망했고 7명이 다쳤다. 길 위의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로 시민들을 눈물짓게 했지만, 금세 잊혀졌다.
서울이 만약 파리 중심부의 거리처럼 도심 내 속도를 30km/h로 제한했다면, 대로를 줄이고 가로수와 잔디로 보행자, 자전거 도로와의 간격을 두었다면 어땠을까? 차도 대신 보도를 더 넓혔다면, 도로와 보도 사이에 이륜차 주차장이 있었다면, 길이 쿠션 역할을 해 보행자들이 피할 시간이 생기지 않았을까. 자동차로 사람을 쳤을 때, 누구를 가장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과 강력한 처벌에 대한 확실한 공감대가 있었다면?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사실 자동차가 아니라 도시의 설계다. 애초에 서울시는 주거지역과 일하는 곳이 완전히 분리돼 드넓은 서울을 모든 직장인이 매일 가로질러 가야 한다. 해외 도시들이 보행과 자전거로 갈 수 있는 생활권내에 직장, 학교, 상업시설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기 보다 합리적 개인들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이를 숫자로 뒷받침하듯 대한민국 상위 10개 차종 중 8종이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UV)다. 또한 대부분 합리적인 개인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다들 최대한 위험한 곳에 가지 않고, 굳이 ‘위험한’ 자전거는 당연하고 오토바이나 킥보드는 사회악으로 치부된다.
대다수의 합리적 개인은 스스로 보행자보다 자동차 운전자로 인식하게 되고, 더욱 차를 위한 도시를 재생산한다. 차를 위한 도시가 갖춰야 할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정책들이 계속 만들어진다. 자동차를 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도록 도시가 설계된다.
이러한 악순환 뒤에는 어떤 세력이 있거나, 자동차 회사의 로비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순진하게 합리적인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오류를 수정해주는 정부와 리더의 부재 때문이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그 누구도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망해가는 자전거 업계, 그리고 등장한 공유서비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국내 자전거업계는 가히 망해가고 있다. 자전거 판매량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잠깐 반짝한 듯했으나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와 비추어 보더라도 자동차 판매대수가 자전거 판매대수를 압도하는 나라는 거의 유일무이하다. 탈 곳도, 주차할 곳도, 타다가 사고나도 자동차 편만 드는 나라에서 굳이 자전거는 운동 목적이 아니고서 이동수단으로서는 외면됐다.
그러한 때에 공유서비스가 등장했다. 안타깝게도 자전거 공유서비스는 수요대비 운영에 드는 비용이 높아 적자의 늪에 빠져 흉물이 되었으나, 개인형 이동장치에 배터리를 달고 위치추적기를 달아서 어디서든 잠깐이라도 대여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편의성이 매우 높았다. 그래서 필자는 전동 킥보드를 한번도 타본 적이 없는 상태였지만 전동 킥보드가 자동차 위주의 한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국민 대다수가 스스로 자동차 운전자라고 생각하는 만큼,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행을 보조하는 전동 킥보드에 자동차 운전면허를 강요하는 나라가 됐다. 또한 자전거에는 없는 헬멧 범칙금을 만들어 이용률을 3년만에 70%이상 감소시켰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경우 없는 조례까지 만들어 자동차 견인료와 동일한 금액을 킥보드 견인에 부과하고 있다.
그 결과 수요는 낮아지고 견인료는 높아져, 사실상 이 업계는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일례로 필자의 회사는 서울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하루 매출 2500만원 중 1200만원가량을 매일 견인료로 내고 있다. 필자의 회사는 기존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동 킥보드가 아닌 전기자전거, 오토바이 리스렌탈, 최근에는 택시사업으로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며 수익성을 방어해야만 하고 있다. 전기자전거 공유서비스 역시 전동 킥보드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자전거, 킥보드가 위험하고 주차문제가 심각한가? AI에게 카메라를 달아주고 자동차, 자전거, 킥보드 중 무엇이 사고를 일으키고 무엇이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단연코 자동차가 1등이다. 더욱 억울한 점은, 자전거와 킥보드는 탈곳도 세울곳도 의무하는 법이 없다. 건물 하나를 지어도 차로는 필수이고 자동차 주차장은 필수이나, 자전거 주차장은 그렇지 않다.
좋은 규제 vs 나쁜 규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위주의 도시인 현실을 감안하면 자전거, 킥보드 공유서비스를 연착륙 시키기 위한 규제는 필수불가결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이동수단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좋은 규제는 어떤 규제일까?
첫째, 좋은 규제는 목적이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구체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문제의 원인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형 이동장치 사망사고의 대부분이 도로환경, 자동차가 원인인데, “헬멧을 쓰지 않아서”라고 한다면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둘째, 좋은 규제는 미래지향적이어야한다. 세계 최고수준의 자동차 인프라, 세계 최저수준의 자동차세금과 벌금, 세계 최저수준의 자동차사고에 대한 형량으로 국민 모두가 자동차 운전자의 정체성을 가진 현실에서, 개인형 이동장치는 성가시고 위험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규제를 통해 개인형 이동장치를 탈 수 없게 만든다면 한국 도시는 도로와 주차장만 가득한 후진적인 도시로 남을 것이다.
셋째, 좋은 규제는 명확한 현실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전동 킥보드 및 전기자전거 배터리 화재가 156건이 발생했고 2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공유서비스업체들의 화재가 총 10건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화재가 개인 소유 제품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안전한 배터리 사용을 위해서는 공유업체가 아닌 개인 직구수입에 대한 안전인증 규제를 강화해야한다. 하지만 규제하기 쉽다는 이유에서 공유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넷째, 좋은 규제는 실효성과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지켜도 의미가 없거나, 애초에 지켜질 수 없는 규제는 행정비용만 높아질 것이다. 전동 킥보드의 헬멧, 속도, 운전면허의무 규제는 사고 및 부상율과 관련이 적다.
다섯째, 좋은 규제는 지원책과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새로 생긴 물건인만큼 오토바이나 자동차의 불법 주정차와 비교하면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견인신고자, 단속주체, 견인주체가 삼위일체가 되어 불법견인을 조장하기보다는 자동차에게 할당된 주차장의 100만분의 1이라도 개인형 이동장치의 주차 공간을 마련해주고, 해당 비용을 업체들과 분담하면 사용자들이 지정된 주차장에 잘 세우게 될 것이다.
더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해
광화문에 사는 필자의 최근 취미는 자전거에 3살배기 딸아이를 뒤에 태우고 동네를 산책하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을 놀이터 삼아, 경복궁을 공원삼아, 정동길을 정원삼아 산책을 하면, 그저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내 아이는 행복해한다. 광화문 인근은 운이 좋게도 자전거도로가 서울에서 가장 잘되어 있는 편이고, 주거와 일터, 상업시설이 모두 보행과 자전거로 가능한 생활권이라 서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시속 60km 8차선 도로의 한쪽에 성의 없이 ‘자전거 우선도로’라고 표시된 광화문에서 자전거를 타면 우리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주말마다 광화문 일대는 불법 주정자된 버스와 자동차로 꽉 차게 된다. 주말에도 서울시 공무원의 전화를 받곤 한다. “집회중에 방해가 되고 위험하니 전동킥보드와 자전거를 다 치워주세요”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필자와 운영팀은 마구 버려져 있는 쓰레기 더미들과 인도에 올라온 수십대의 봉고차 사이에서 자전거와 킥보드를 정돈했다.
광화문을 가득 메운 60~70대 어르신들을 번갈아 보며 생각이 복잡해졌다.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너무나 낯설고 심지어 약간은 두렵다.
이 글로 인해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뀔 사람이 있을까. 투자자들은 강물을 거슬러 오르지말고, 차를 위한 도시에서는 차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기를 조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세상을 바꾸며 돈을 버는 게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김형산 SWING 대표이사는_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INSEAD에서 MBA 졸업 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 웨이모, 우버 등과의 로보택시 파트너십을 리딩했다. 2017년 한국으로 돌아온 후 BCG에서 모빌리티 포커스 컨설턴트로 일한 후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일하다 현재의 스윙(SWING)을 창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살기 좋은 도시의 여러 특성 중 모빌리티와 관련된 것만 꼽자면, 지나친 차량의존도는 행복을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가장 와닿는 우리의 경험은 해외여행을 했을 때 걷는 행복감이 한국에서는 차를 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 가면 우린 유난히 많이 걷는다. 특히 유럽이나 일본에서 더 많이 걷게 되는 것은 이들이 보행친화적인 도시들이기 때문이다. 곳곳에 벤치와 공원이 있고 도심 곳곳에 자동차 최고속도가 30km/h로 제한되어 안전하다. 인플루언서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에 따르면 서울은 자동차의 시선에서 도시를 설계했기 때문에 ‘걷기에 재미없는’ 도시라고 한다.
‘서울은 유럽이나 일본과 다르다’라는 수많은 핑계들이 있다. 전후에 도시를 재건하며 자동차 위주의 도시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다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자동차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듯하다. 대한민국은 차로와 자동차 주차장 인프라를 세금으로 열심히 증축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자동차 판매대수가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는데 그 속도보다 더 빠르게 차로와 주차장을 세워주고 있다. 전 세계 최저 수준의 자동차 보유비용과 최저 수준의 자동차 범법행위에 대한 과태료와 형량은 ‘자동차를 타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타야만 하는’ 도시로 만들고 있다.
무엇이 더 위험할까, 자동차vs1인형 이동장치
지난 7월 1일 시청역 주변 대로를 달리던 세단이 역주행해 인도 위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사망했고 7명이 다쳤다. 길 위의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로 시민들을 눈물짓게 했지만, 금세 잊혀졌다.
서울이 만약 파리 중심부의 거리처럼 도심 내 속도를 30km/h로 제한했다면, 대로를 줄이고 가로수와 잔디로 보행자, 자전거 도로와의 간격을 두었다면 어땠을까? 차도 대신 보도를 더 넓혔다면, 도로와 보도 사이에 이륜차 주차장이 있었다면, 길이 쿠션 역할을 해 보행자들이 피할 시간이 생기지 않았을까. 자동차로 사람을 쳤을 때, 누구를 가장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과 강력한 처벌에 대한 확실한 공감대가 있었다면?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사실 자동차가 아니라 도시의 설계다. 애초에 서울시는 주거지역과 일하는 곳이 완전히 분리돼 드넓은 서울을 모든 직장인이 매일 가로질러 가야 한다. 해외 도시들이 보행과 자전거로 갈 수 있는 생활권내에 직장, 학교, 상업시설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기 보다 합리적 개인들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이를 숫자로 뒷받침하듯 대한민국 상위 10개 차종 중 8종이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UV)다. 또한 대부분 합리적인 개인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다들 최대한 위험한 곳에 가지 않고, 굳이 ‘위험한’ 자전거는 당연하고 오토바이나 킥보드는 사회악으로 치부된다.
대다수의 합리적 개인은 스스로 보행자보다 자동차 운전자로 인식하게 되고, 더욱 차를 위한 도시를 재생산한다. 차를 위한 도시가 갖춰야 할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정책들이 계속 만들어진다. 자동차를 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도록 도시가 설계된다.
이러한 악순환 뒤에는 어떤 세력이 있거나, 자동차 회사의 로비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순진하게 합리적인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오류를 수정해주는 정부와 리더의 부재 때문이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그 누구도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망해가는 자전거 업계, 그리고 등장한 공유서비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국내 자전거업계는 가히 망해가고 있다. 자전거 판매량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잠깐 반짝한 듯했으나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와 비추어 보더라도 자동차 판매대수가 자전거 판매대수를 압도하는 나라는 거의 유일무이하다. 탈 곳도, 주차할 곳도, 타다가 사고나도 자동차 편만 드는 나라에서 굳이 자전거는 운동 목적이 아니고서 이동수단으로서는 외면됐다.
그러한 때에 공유서비스가 등장했다. 안타깝게도 자전거 공유서비스는 수요대비 운영에 드는 비용이 높아 적자의 늪에 빠져 흉물이 되었으나, 개인형 이동장치에 배터리를 달고 위치추적기를 달아서 어디서든 잠깐이라도 대여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편의성이 매우 높았다. 그래서 필자는 전동 킥보드를 한번도 타본 적이 없는 상태였지만 전동 킥보드가 자동차 위주의 한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국민 대다수가 스스로 자동차 운전자라고 생각하는 만큼,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행을 보조하는 전동 킥보드에 자동차 운전면허를 강요하는 나라가 됐다. 또한 자전거에는 없는 헬멧 범칙금을 만들어 이용률을 3년만에 70%이상 감소시켰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경우 없는 조례까지 만들어 자동차 견인료와 동일한 금액을 킥보드 견인에 부과하고 있다.
그 결과 수요는 낮아지고 견인료는 높아져, 사실상 이 업계는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일례로 필자의 회사는 서울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하루 매출 2500만원 중 1200만원가량을 매일 견인료로 내고 있다. 필자의 회사는 기존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동 킥보드가 아닌 전기자전거, 오토바이 리스렌탈, 최근에는 택시사업으로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며 수익성을 방어해야만 하고 있다. 전기자전거 공유서비스 역시 전동 킥보드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자전거, 킥보드가 위험하고 주차문제가 심각한가? AI에게 카메라를 달아주고 자동차, 자전거, 킥보드 중 무엇이 사고를 일으키고 무엇이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단연코 자동차가 1등이다. 더욱 억울한 점은, 자전거와 킥보드는 탈곳도 세울곳도 의무하는 법이 없다. 건물 하나를 지어도 차로는 필수이고 자동차 주차장은 필수이나, 자전거 주차장은 그렇지 않다.
좋은 규제 vs 나쁜 규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위주의 도시인 현실을 감안하면 자전거, 킥보드 공유서비스를 연착륙 시키기 위한 규제는 필수불가결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이동수단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좋은 규제는 어떤 규제일까?
첫째, 좋은 규제는 목적이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구체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문제의 원인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형 이동장치 사망사고의 대부분이 도로환경, 자동차가 원인인데, “헬멧을 쓰지 않아서”라고 한다면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둘째, 좋은 규제는 미래지향적이어야한다. 세계 최고수준의 자동차 인프라, 세계 최저수준의 자동차세금과 벌금, 세계 최저수준의 자동차사고에 대한 형량으로 국민 모두가 자동차 운전자의 정체성을 가진 현실에서, 개인형 이동장치는 성가시고 위험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규제를 통해 개인형 이동장치를 탈 수 없게 만든다면 한국 도시는 도로와 주차장만 가득한 후진적인 도시로 남을 것이다.
셋째, 좋은 규제는 명확한 현실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전동 킥보드 및 전기자전거 배터리 화재가 156건이 발생했고 2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공유서비스업체들의 화재가 총 10건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화재가 개인 소유 제품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안전한 배터리 사용을 위해서는 공유업체가 아닌 개인 직구수입에 대한 안전인증 규제를 강화해야한다. 하지만 규제하기 쉽다는 이유에서 공유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넷째, 좋은 규제는 실효성과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지켜도 의미가 없거나, 애초에 지켜질 수 없는 규제는 행정비용만 높아질 것이다. 전동 킥보드의 헬멧, 속도, 운전면허의무 규제는 사고 및 부상율과 관련이 적다.
다섯째, 좋은 규제는 지원책과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새로 생긴 물건인만큼 오토바이나 자동차의 불법 주정차와 비교하면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견인신고자, 단속주체, 견인주체가 삼위일체가 되어 불법견인을 조장하기보다는 자동차에게 할당된 주차장의 100만분의 1이라도 개인형 이동장치의 주차 공간을 마련해주고, 해당 비용을 업체들과 분담하면 사용자들이 지정된 주차장에 잘 세우게 될 것이다.
더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해
광화문에 사는 필자의 최근 취미는 자전거에 3살배기 딸아이를 뒤에 태우고 동네를 산책하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을 놀이터 삼아, 경복궁을 공원삼아, 정동길을 정원삼아 산책을 하면, 그저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내 아이는 행복해한다. 광화문 인근은 운이 좋게도 자전거도로가 서울에서 가장 잘되어 있는 편이고, 주거와 일터, 상업시설이 모두 보행과 자전거로 가능한 생활권이라 서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시속 60km 8차선 도로의 한쪽에 성의 없이 ‘자전거 우선도로’라고 표시된 광화문에서 자전거를 타면 우리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주말마다 광화문 일대는 불법 주정자된 버스와 자동차로 꽉 차게 된다. 주말에도 서울시 공무원의 전화를 받곤 한다. “집회중에 방해가 되고 위험하니 전동킥보드와 자전거를 다 치워주세요”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필자와 운영팀은 마구 버려져 있는 쓰레기 더미들과 인도에 올라온 수십대의 봉고차 사이에서 자전거와 킥보드를 정돈했다.
광화문을 가득 메운 60~70대 어르신들을 번갈아 보며 생각이 복잡해졌다.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너무나 낯설고 심지어 약간은 두렵다.
이 글로 인해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뀔 사람이 있을까. 투자자들은 강물을 거슬러 오르지말고, 차를 위한 도시에서는 차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기를 조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세상을 바꾸며 돈을 버는 게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김형산 SWING 대표이사는_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INSEAD에서 MBA 졸업 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 웨이모, 우버 등과의 로보택시 파트너십을 리딩했다. 2017년 한국으로 돌아온 후 BCG에서 모빌리티 포커스 컨설턴트로 일한 후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일하다 현재의 스윙(SWING)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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