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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바뀌면, 사람이 나간다’...KT 구조조정 역사 ‘공통점’은

[새 판 짜는 KT, 성공할까] ②
반복되는 구조조정...당위성은 물음표
숱한 조직 변화에 구성원 무력감 우려도

셔터가 내려진 서울 KT 광화문 웨스트(west) 사옥 1층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KT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처음이 아니다. 그 역사는 한국통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먼저 이계철 전 KT 사장(당시 한국통신)은 약 1만5900명을 정리해고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997년 1959명 ▲1998년 3203명 ▲1999년 9553명 ▲2000년 1429명 등이다. 당시 한국 통신 직원은 약 5만9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전체 인력의 5분의 1 규모를 정리해고 시킨 셈이다.

해당 대규모 구조조정은 ‘민영화’를 준비함에 있어 효율성 제고 및 인건비 절감을 목표로 단행됐다. 지난 1993년 12월 김영삼 정부는 제1이동통신 사업자(한국이동통신) 민영화와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동시 추진한 바 있다. 결국 KT는 2002년 완전 민영화를 이뤘다. 한국통신에서 KT로 사명도 변경했다. 이 전 KT 사장은 KT 민영화 산파 역할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전 KT 사장은 지난 2012년 3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한국통신의 상황을 봤을 때 그대로 뒀을 경우 한국통신은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직원들을) 강제로 나가게 하지 않고, 노조가 적극적으로 도와줬다”고 답한 바 있다.

민영화 이후에도 구조 조정은 이어졌다. 당시 KT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이용경 전 KT 사장은 시작부터 5000명이라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이는 민영화 이후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였다. 구조조정은 희망퇴직 형태로 이뤄졌다.

이용경 사장이 재임했던 2002년에서 2004년 사이 KT의 직원수는 6000명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 2002년 말 4만3659명에 달하면 KT 직원수는 2004년 3만7703명으로 줄었다. 2004년은 이 전 사장의 사임 직전 연도다.

2008년에도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었다.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한 인물은 이석채 전 사장이다. 이 전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취임했다. 그는 취임 첫해인 2009년, 약 6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이뤄진 체질 개선이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KT 직원수는 2009년 3만7000명에서 3만1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황창규 전 KT 회장도 대규모 구조조정의 길을 걸었다. 지난 2014년 취임 첫 해를 맞은 황창규 전 KT 회장은 약 8000명에 달하는 인력을 내보냈다. 형태는 특별명예퇴직이다. 황 전 KT 사장의 특별명예퇴직은, 민영화 이후 최대 수준으로 이뤄졌다. 

숱한 구조조정을 겪어온 KT에 또다시 인력구조 개편의 바람이 분다. 최근에는 김영섭 KT 대표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10년 만이다. 이번 구조조정의 주된 목적은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이다. 구조조정이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선택인 셈이다. 이번 KT의 본사 인력 재배치 규모는 전체 직원의 23%에 달하는 4500여명(희망퇴직 2800명·자회사 전출 1700명)으로 집계됐다. 

KT 관계자는  “KT는 AICT 회사로의 전환을 위해 인력구조 혁신을 추진했다”며 “경쟁 및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전경. [사진 연합뉴스]

반복된 대규모 구조 조정...공통점은 ‘수장’


KT의 구조조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수장이다. KT는 대표이사가 바뀔 때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수장이 바뀔 때마다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가장 큰 이유로 ‘성과’가 꼽혔다. 전문가는 회사가 당장 성과를 내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구조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은 세 가지 측면의 이점을 가진다. 먼저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과도한 인건비를 줄이고, 재무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물론, 무료는 아니다. 퇴직금과 같은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꾸준히 발생하는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을 절약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다음으로는 조직 효율성이 향상된다. 효율을 내지 못하는 조직 및 직무 정리를 통해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 업무의 중복을 최대한 줄이고, 핵심 역량에 집중함으로서 건전한 조직 운영이 가능해진다.

주주 가치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은 주주 배당금 증가 및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주주 만족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이 같은 이점을 가장 쉽고 빠르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이 구조조정인 셈이다.

다만, 이 모든 이점은 구조조정의 당위성이 명확할 경우 힘을 갖는다. 전문가는 조직 구성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유로 빈번하게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이는 전체 조직 구성원의 무력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KT와 같이 수장이 바뀔 때 마다 구조조정이 단행 될 경우, 또 다시 조직 구조 및 인력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안게 된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는 기업에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구조조정의 경우 그 당위성이 명확하다면 의문점이 들지 않을 텐데, 수장이 교체될 때마다 조직의 변화가 있다면 조직 전체 경영에 있어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KT 수장들이 취임할 때마다 구조조정을 단행한 배경 중 하나로 성과 도출이 있다”며 “이번 KT의 구조조정 역시 과거의 경영상 전략이 이어져 온 것처럼 보여 지는데, 성과도출을 위한 보여주기식 구조조정을 포장만 달리해서 이어갈 경우 이는 조직문화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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