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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니’ 겐슬러 가네…美 SEC 위원장 사임, 코인판에 어떤 의미일까

[‘비트코인 대통령’이 온다] ①
업계, 소송 리스크 감소 및 규제 완화 기대감 커져
겐슬러 사임 발표에 솔라나 현물 ETF 신청 쇄도

개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개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사퇴가 예고된 가운데,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는 새로운 규제 환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재임 기간 강경한 규제와 소송 중심의 정책으로 가상자산 업계와 지속적인 충돌을 빚어왔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자산 친화적인 성향의 인사를 SEC 위원장으로 지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규제 완화와 제도적 수용의 전환점이 기대된다.

지난 11월 21일(현지시간) SEC에 따르면 겐슬러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날인 내년 1월 20일 사퇴할 예정이다. 2025년 1월 20일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날이다.

이번 대선에서 가상자산 업계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트럼프 당선인은 겐슬러 위원장의 규제 정책을 비판하며 취임 첫날 그를 해임하겠다고 공언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내년 1월 대통령 취임을 기다리지 말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여론이 점차 거세지는 가운데 겐슬러 위원장은 2026년까지의 잔여 임기를 남겨 두고 있지만 정권 교체에 따른 관례대로 사임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성명을 통해 “직원들과 위원회는 투자자 보호, 자본 조달 지원, 그리고 시장의 효율성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며 “미국 자본 시장이 세계 최고로 남을 수 있도록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의 큰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겐슬러 위원장의 사임 예고에 가상자산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더블록에 따르면 크리스 퍼킨슨 코인펀드 회장은 겐슬러 사임 발표에 대해 “기업에게 4억 달러 이상의 소송 비용을 지출하게 한 집행 주도의 규제 체제가 끝나고 규제 정상화가 이뤄질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관들은 다시금 이 업계에 진출하게 될 것이고, 기업가과 개발자는 보복 혹은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책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로운 인터넷을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는 산업의 성장과 성공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어두운 구름이 걷혔다. 매우 흥미롭다”고 강조했다.

린다 시에 스칼라캐피털 공동창업자는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겐슬러는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동기를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시한 인물”이라며 “가상사산 기업인과 기업이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들여 기관의 공격에 대응하도록 했다. 사실상 사악한 사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자오창펑 바이낸스 설립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글을 리포스팅하기도 했다.

‘증권성’이 뭐길래…겐슬러와 코인 업계의 충돌 역사

이처럼 가상자산 업계가 겐슬러 위원장의 사퇴를 환영(?)하는 것은 그가 재임 기간 가상자산을 ‘무법천지의 서부 시대’에 비유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추진해 온 데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미등록 증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가상자산 거래소와 발행사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화했다.

미국에서 증권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하위(Howey) 테스트’다. 이는 1933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대규모 오렌지 농장을 운영하던 하위컴퍼니라는 회사가 진행한 농장 분양 사건에서 유래됐다. ▲돈이 투자되고(Investment of money) ▲그 돈이 공동의 사업에 사용되고(In a common enterprise) ▲투자 이익을 기대하며(With an expectation of profits) ▲그 이익이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From the efforts of others)할 경우 증권으로 본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최고경영자(CEO). [사진 유튜브 CNBC International TV 캡처]
SEC와 겐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다수 가상자산이 바로 하위 테스트에 저촉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리플(XRP)을 발행하는 리플랩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업계의 큰 반발을 샀다. 리플과 SEC 간의 소송은 2020년 12월 SEC가 리플랩스와 공동창업자인 브래드 갈링하우스와 크리스 라슨을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지난해 7월 뉴욕 남부지방법원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리플의 기관 판매는 증권으로 간주되지만, 거래소에서의 프로그램 판매는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리플 측에 유리한 결과로 해석됐지만, SEC는 이에 불복하고 지난 10월 항소를 결정해 소송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지난 7월 SEC는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될 때도 스테이킹 기능을 제외한 형태로 승인을 내렸다. 스테이킹은 증권성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스테이킹은 시장 참여자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가상자산을 맡기면 보상을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차기 SEC 위원장은 親코인 인사?…규제 완화 기대감 ↑

하지만 겐슬러 위원장의 사퇴 이후, SEC와 업계 간 소송 리스크와 강경한 규제들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겐슬러 위원장이 사임을 표하자마자 반에크, 21셰어즈 등 4개 솔라나 현물 ETF 신청서가 SEC에 제출됐다. 겐슬러가 물러난 SEC가 솔라나 현물 ETF에 대한 심사를 시작하면 시장에서는 내년 중 승인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은 친(親)가상자산 성향의 인물을 SEC 위원장으로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댄 갤러거 로빈후드 CLO ▲크리스 지안카를로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헤스터 피어스 SEC 커미셔너 ▲마크 우예다 SEC 커미셔너 ▲폴 앳킨스 전 SEC 위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카트리나 파글리아 판테라캐피털 최고법률책임자(CLO)는 “겐슬러 위원장이 사임하면 현재 진행 중인 가상자산 기업 소송은 조용히 마무리될 것”이라면서도 “차기 SEC 위원장이 오더라도 기존 소송을 한 번에 모두 취하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SEC와 피고인 간 일종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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