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中 전기차 ‘세계 잠식’...떨고 있는 韓·日
[중국 전기차의 공습]①
中 상륙작전에...흔들리는 韓·日 전기차
중국 전기차 성장 ‘삼박자’ 맞아 떨어져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중국 전기차의 세계 잠식이 시작됐다. 이제 중국 자동차는 내수를 넘어 세계를 넘본다. 중국 전기차의 대표적인 무기는 ‘정부’와 ‘가성비’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굴기(崛起)’를 앞세워 자국 업체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힘입은 중국 완성차 업체는 자동차를 무수히 찍어낸다.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자동차의 질주다.
중국의 행보에 가장 먼저 흔들린 국가는 일본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신차를 필두로 자국 및 아세안(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 시장 등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아세안은 도요타·혼다·미씨비시 등 일본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던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의 공세에 아세안 ‘절대강자’로 통하던 일본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 분석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는 중국과 아세안 등 주요 국가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9년 기준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아세안 점유율은 74.3%에 달했는데, 5년간 내리막을 걸어온 셈이다.
전진하는 中, 후진하는 日
중국에 진출한 6개 일본 자동차 업체(도요타·닛산·혼다·마쯔다·스즈키·이스즈)의 점유율은 모두 떨어졌다. 이들 업체는 중국에서 5년간 8.8% 포인트의 점유율 하락세를 보였다. 또 올 상반기 기준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브랜드 판매량(약 147만대)은 약 12% 감소했다. 이에 반해 중국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판매량(약 556만대)은 작년 동기 대비 약 18% 증가했다.
아세안에서도 밀린다. 이들 국가 중 일본 자동차 업체의 전진 기지 격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인도네시아는 일본 자동차 회사 점유율이 높은 시장이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인도네시아 시장의 일본차 회사 점유율은 95% 달했다. 또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 상위 10개 브랜드 중 9개 브랜드가 일본 브랜드였다.
난공불락 인도네시아 시장에 균열을 낸 건 중국이다. 최근 5년간 인도네시아 시장 일본 차 점유율은 6.1%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비야디(BYD)는 10월 판매량 기준 인도네시아 6위 자동차에 이름을 올렸다. BYD의 인도네시아 첫 판매 시작은 지난 7월에 이뤄졌다.
中 상륙 가시화, 긴장하는 韓
중국의 상륙 지점에 우리나라도 포함됐다. 지난 11월 13일 BYD 코리아는 승용차 브랜드의 국내 출시를 공식화 한다고 전했다. 예정 시기는 내년 초다. 그간 우리나라 진출 소문이 무성했던 BYD 측이 공식적으로 국내 판매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YD는 한국에 어떤 승용차를 출시할지 밝혀진 바는 없다. 업계에 따르면 BYD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중국명 위안) ▲중형 세단 씰(중국명 하이바오) ▲해치백 돌핀(중국명 하이툰) 등이 출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토3의 중국 내 판매 가격은 약 2330만~2875만원으로 형성돼 있다. 씰은 약 1940만~4660만원 사이로 구성됐다. 돌핀 역시 현지에서 약 1800만원대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파워트레인 및 트림별로 가격이 상이하지만, 여전히 가격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아토3가 국내 출시할 경우, 경쟁자는 코나 EV와 기아 EV3가 될 것이다. 씰의 경쟁자는 중형 세단인 아이오닉6가 될 것”이라며 “해당 차량에 대한 보조금 및 국내 판매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가격 측면에서는 BYD가 충분히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中 자동차 굴기’가 만든 괴물
한국 상륙을 앞둔 BYD의 성장세는 매섭다. 지난 2009년 첫 전기차 e6를 선보인 BYD는 2022년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에 등극했다. 첫 전기차를 선보인지 13년 만에 이룬 성과다. 올해 1~3분기 판매량은 261만5000대로 집계됐는데, 이는 테슬라 129만6000대의 2배에 달한다.
중국 전기차 맏형 BYD는 멈출 줄 모른다. 이 같은 성장 가도 뒤에는 ‘수직 계열화’가 있다. BYD는 배터리 생산부터, 전기차 플랫폼 및 차량 제조까지 모두 직접 한다. 즉, 배터리, 엔진, 전자제어장치(ECU) 등 전기차의 3대 핵심기술 모두를 자체적으로 생산 및 조달하는 샘이다.
중국 정부도 돕는다. 중국은 순수전기차·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전기차 등 3가지를 신에너지차로 정의하고, 취득세 감면·구매 보조금 지급·충전 인프라 확충·번호판 발급 등 각종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신에너지 자동차 보급을 위한 여러 정책적 지원을 퍼붓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과 규모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에 지원한 규모를 가늠했다. CSIS의 추정치는 총 2309억달러(약 325조원)에 달했는데, 특히 작년 한해만 453억달러(약 63조7000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내다봤다.
지원 규모 추정치에는 정부가 승인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 ▲10% 취득세 면제 ▲전기 충전소 등 인프라 정부 지원 ▲전기차 제조사 연구개발(R&D) 지원 ▲정부 전기차 조달 등이 포함됐다.
이렇듯 중국 전기차는 가성비와 자국 정부의 지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문가는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 외 당장 국내 완성차 업계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전기차의 폭발적 성장은 거대한 내수시장, 정부의 전폭적 지원, 풍부한 자원 등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중국 전기차의 상륙이 임박한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비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장 국내 완성차 업계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중국 전기차 품질 논란, 신뢰성 저하뿐”이라며 “이같은 논란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중국 전기차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제 정부가 직접 나서 국내 완성차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왔다”며 “국내 기업들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차별화 된 정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중국 공습은 사실상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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