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국내 거래소에서 급락한 뒤 다시 회복되는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패닉 셀’(Panic Sell·공황매도)을 촉발했다. 업비트와 빗썸 등 주요 거래소는 하루 거래량이 약 50조원에 육박하고 접속이 마비되는 등 사상 초유의 현상이 발생했다.

4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비트코인은 1억3451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전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의 가격을 회복한 수준이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30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이후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에 나섰다. 이후 오후 10시 50분께에는 8800만원대까지 수직 하락하기도 했다.

3일 오후 11시 15분께 리플(-15%), 도지코인(-10%), 이더리움(-7%) 등 다른 주요 알트코인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급락은 국내 거래소에서만 발생했으며, 가격이 하락한 지 1시간여 만에 해외 거래소 수준으로 다시 올라섰다.

이처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은 매우 드물다. 한국 시장의 높은 수요와 제한된 공급, 제한된 시장 환경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한국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 반대인 ‘역(逆)김치 프리미엄’(역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때 업비트와 글로벌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역프가 –40%까지 차이나기도 했다.

이 같은 혼란 속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량 또한 대폭발했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의 3일 오전 9시~4일 오전 9시 거래량은 약 49조4900억원으로 2024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3일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인 9조원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수치다.

블록체인 데이터 추적 업체 룩온체인은 많은 고래 투자자들이 이번 가상자산 시장 급락을 매수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업비트로 1시간 만에 1억6300만 USDT(테더)가 유입되며 대규모 매수 시도가 포착됐기도 했다. USDT는 달러에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소에서 일종의 기축통화로 이용된다. 룩온체인은 “많은 고래 투자자들이 대량의 USDT를 업비트에 송금하며 저점 매수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급작스러운 시장 혼란 속에서 국내 거래소들은 트래픽 폭주로 접속 장애를 겪었다. 업비트는 3일 오후 11시 15분 “일시적인 트래픽 증가로 앱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4일 오전 12시 32분 “서비스 지연이 해소돼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빗썸은 3일 오후 10시 58분 “접속자 급증으로 트래픽을 늘어 일시적으로 모바일웹, 앱 등을 통한 사이트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한 뒤, 4일 오전 1시 “접속이 정상화됐다”고 했다.

가상자산 미디어 우 블록체인은 “이번 계엄령 뉴스는 패닉 셀을 촉발했고, 거새로의 과도한 트래픽으로 인해 다운타임(시스템 이용 불가 시간)이 발생했다”며 “시장 조성자의 부족으로 가격이 동기화될 수 없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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