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팔고 계열사 정리, 현금 쌓는 건설사들
[건설사 겨울나기]①
건설업 침체, 불확실성 줄이기 사활
중소·중견·대형 건설사도 자산 매각 등 안간힘
국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건설시장도 함께 시름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저마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옥을 매각하는 등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비주택 부분 사업을 확대하면서 외연을 넓히기도 한다. 기회를 기다리며 위기를 버텨내는데 총력을 다하는 모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의 노력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건설업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설사들이 현금성 자산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 매각과 회사채 발행 등 다각도로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내총생산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우리나라경제(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분기 3.3% 성장 대비 성장률이 둔화된 것이다. 지출 항목별로 민간과 정부의 소비,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건설투자가 위축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투자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해 양호한 성적을 보였지만 2분기에 0.5% 감소한이후 3분기에는 5.7%나 감소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종별 건설투자 증감률 추이를 살펴보면 주거용 건축과 비주거용 건축이 2분기에이어 3분기에도 감소,건축 공사의 침체가 더욱 심화된 모습이다.
계속되는 건설업 침체
특히 주거용 건축투자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을 살펴보면, 지난 1분기부터 3분기까지 -1.0% → -4.8% → -8.8%를 기록해 침체가 점차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감소세는 내년까지 지속될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주거용 건축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이상 감소한 것은 지난 2022년 이후 2년만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동향브리핑’을 통해 “주거용 건축투자가 올해 부진한 것은 부동산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2022~2023년 착공이 감소한가운데, 주택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인 2020년 전후에 분양됐던 아파트 공사가 2024년 초에대부분 준공된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공사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 2010~2012년 침체, 2018~2020년 침체를 감안하면 주거용 건축투자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속에서 중견·중소건설사뿐만 아니라 대형건설사들도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 9월 공시를 통해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인 미국 어센드 엘리먼츠의 주식 922만3555주를 SKS 프라이빗에쿼티(SKS PE)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매각금액은 9823만 달러로, 한화로 약 1316억원이다.
GS건설은 자회사인 GS엘리베이터에 이어 GS이니마까지 매각을 추진하며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10월 GS엘리베이터 주식 412만5000주를 66억원에 매각하는 매매계약이 종결됐다고 공시했다. GS엘리베이터는 2020년 7월17일 설립된 GS건설 100% 자회사다. GS엘리베이터 주식 412만5000주는 GS엘리베이터 발행주식의 55% 규모다. 최근에는 기업 가치가 약 1조3000억~1조6000억원으로 추정되는 GS이니마 매각을 추진 중이다. GS이니마는 스페인에 거점을 둔 종합 수처리 회사로, GS건설 신사업 매출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태영건설은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을 티와이제일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했다고 지난 9월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2251억3500만원이다. 티와이제일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는 SK디앤디의 자산 운용 전문 자회사인 디앤디인베스트먼트가 태영빌딩 인수를 위해 설립한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이 사용 중인 태영빌딩은 지하 5층, 지상 13층짜리 건물로 연면적 4만1858㎡ 규모로,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에 따른 자구안의 일환으로 사옥 매각을 추진해왔다. 태영건설은 사옥 매각 처분 목적에 대해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유동성 확보”라고 밝혔다.
현금 확보에 사활건 건설사들
앞서 티와이홀딩스는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과 공동보유 중인 자회사 ‘에코비트’ 매각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에코비트는 2021년 10월 태영그룹 계열사 TSK코퍼레이션과 KKR의 산업폐기물 회사 에코솔루션그룹(ESG)이 합병해 출범한 종합 환경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6744억원, 영업이익은 1100억원을 내는 등 꾸준한 실적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현금 확보 방안의 핵심으로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했다.
대우건설도 최근 18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뉴스테이 사업 지분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2월 11일 대우건설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동탄2대우코크렙뉴스테이기업형임대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대한 보유 주식 225만주 중 1800억원어치인 180만주를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동탄2 뉴스테이는 대우건설이 단지를 만들기 위해 2015년 설립한 시행사다. 동탄행복마을푸르지오 단지는 기업형 임대주택, 즉 뉴스테이 정책의 일환으로 지어졌다.
뉴스테이는 박근혜 정부가 들인 임대 정책으로, 민간 건설사가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임대주택을 짓고, 8년 간의 임대 의무기간이 지나면 분양이 가능한 구조다. 2018년 임대 의무기간에 돌입한 동탄행복마을푸르지오는 2026년 2월 분양 전환을 앞두고 있다. 미래 분양수익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이 주식을 매각한 이유는 당장 현금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실제 대우건설은 주식처분 목적에 대해 ‘유동성 강화’라고 공시에 명시했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대부분 국내 기관이 내년에 건설투자 침체로 인한 내수 부진으로 내년 경제 성장이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정부는 정치적 안정성을 높여 경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으며, 2025년 상반기에 필요한 재원 투입을 늘리는 가운데, 필요할 경우 건설 부문을 통한 부양 효과를 높일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경제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尹 조사 앞둔 공수처, 수사 준비 속도…성탄절 출석 응할까
2日 자녀없는 고령남성 2050년 2배 증가…고독사 우려 커져
3 남태령 경찰차벽 28시간여만에 철수…“트랙터 관저까지 행진”
4“강용석, 4년간 변호사 못한다”…도도맘 무고교사 유죄 확정
5‘크리스마스 이브’, 사람 가장 많이 모이는 곳 명동 아닌 ‘이곳’
6‘이재명은 안된다’ 선관위 현수막 불허에…국힘 “편파적 결정”
7금융자산 10억 이상 ’부자‘ 46만명…300억이상도 1만명 넘어
8비트코인, 나흘 만에 하락세 ‘멈춤’…9만7000달러대 거래
99980원 ‘초가성비’…3주 만에 1만5000개 팔린 케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