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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트럼프 ‘관세 쓰나미’ 온다…韓 선입선출 경쟁서 살아남을까

보편 관세 폭탄, 먼저 벗어나는 게 관건
日, 손정의 투자로 유리한 고지 선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데일리 미국과 중국 특파원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제·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김상윤 이데일리 뉴욕특파원] yoon@edaily.co.kr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25년 1월 20일(현지시간) 출범한다.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밝힐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무기로 한 무역전쟁을 펼치겠다고 오랜 기간 공언해 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상당한 학습효과를 얻은 만큼 더 거센 폭풍이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차별적 ‘관세 폭탄’을 벗어나지 못한 국가는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국은 트럼프에 적극적으로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 리더십을 잃은 한국은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물망식 관세…트럼프 요구 들어준 국가만 빠져나간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최소 25개의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대표적인 공약인 ‘보편적 관세’(모든 수입국에 10~20% 관세 부과)를 비롯해 ▲이민 ▲에너지 ▲사면 분야에서 대거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바이든 지우기’에 나설 전망이다.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은 ‘보편적 관세’다. 아직 구체적인 부과 방식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가늠할 수 있는 힌트는 나왔다. 트럼프는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가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이민을 막지 못하면 미국으로 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계속 물리겠다고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달리 말하면 각국이 트럼프가 요구하는 특정 요건을 들어준다면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는 일단 전 세계를 상대로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후 일정 기간(3~6개월) 동안 무역파트너 국가들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무역 파트너 국가를 대상으로 일일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거나 개정을 압박했는데, 이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보편적 관세는 ‘그물망식’ 부과 방식이라 전 세계를 한 번에 압박할 수 있다. 무역 파트너 국가들은 트럼프가 원하는 바를 빠르게 찾아낸 후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관세 쓰나미’를 피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나라는 ‘관세 폭탄’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

이 전쟁은 그야말로 ‘선입선출’(first in, first-out) 경쟁이다. 그물망을 빠르게 빠져나가는 나라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한국은 가장 빨리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취임 즉시 미국으로 즉각 날아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의 74%를 차지하는 자동차 협정 개정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 미국 자동차 수입에 대한 안전기준 적용을 완화하고, 미국의 픽업트럭 관세를 20년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3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먼저 협상을 시작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은 안갯 속에 빠졌다. 이후 한국보다 훨씬 더 강력한 요구사항을 담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새로 체결했다. 김 본부장은 당시 “가장 빨리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는 게 중요했다”고 밝혔다.

각국, 트럼프에 구애…손정의 투자로 유리한 고지 오른 일본

각국이 빠르게 트럼프를 접촉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25% 관세 압박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11월말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트럼프 리조트를 찾아갔다. 협상에는 실패했지만, 일단 트럼프의 의중을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상당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일본은 특히 유리한 고지에 선 것으로 보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시기에 1000억달러(약 144조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손 회장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포함해 인공지능 관련 인프라에 투자를 늘리면서 4년간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를 흡족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소프트뱅크 투자를 기념해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이후 미국에 대해 매우 낙관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손 회장이 이런 투자 계획을 밝혔다”며 “이는 미국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144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손 회장은 일단 선물을 안기면서 트럼프의 면을 세워줬고, 각종 규제 완화 등 혜택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동시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취임 전 회동할 기회도 얻게 될 전망이다. 겉으로는 손 회장이 물꼬를 튼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에는 일본 민·관의 오랜 기간 치열한 물밑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경험의 축적이 뒷받침된 결과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트럼프 타워로 곧바로 날아가 만나며 총 51번에 달하는 회담을 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최초의 외국 정상이 됐고, 일본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에서 빠져나갔다.

탄핵 국면에 소외된 한국…기업들은 각개전투

반면 한국은 소외돼 있다. 트럼프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언급됐지만, 한국은 단 한 글자도 언급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차기 정부의 향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이 절실하게 드러난 장면이었다. 한덕수 대행 체제가 있긴 하지만, 전례를 비춰볼 때 트럼프 당선인이 한 대행과 만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 앞서 트럼프 1기 때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황교안 총리가 대행을 맡았지만, 트럼프는 상대하지 않았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은 각개전투에 나서고 있다. ‘로비의 본산’으로 불리는 워싱턴 D.C의 ‘K스트리트’를 찾아 로비스트 업체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 상원 로비공개법(LDA)보고서에 따르면 LG그룹은 최근 대관조직인 LG워싱턴사무소를 통해 현지 로비업체 캐피톨 카운슬(Capitol Counsel), 퍼블릭 스트래티지 워싱턴(Public Strategies Washington)과 계약을 체결했다. SK그룹의 대관조직인 SK아메리카스도 미국 내 대표적인 공화당계 로비스트 회사인 차트웰 스트래티지 그룹(Chartwell Strategy Group), 코빙턴&버링(Covington&Burling) 등과 지난 계약을 맺고 해법을 찾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오랜 기간 친분이 있던 트럼프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초대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면서 불확실성 해소에 나섰다. 

워싱턴D.C. 싱크탱크인 피터슨경제연구소에서 선임위원을 맡은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탄핵국면이긴 하지만 트럼프 측을 빨리 접촉해 원하는 바를 빠르게 파악하고 정부가 기업들과 논의해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그물망’에서 빠져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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