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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정년 연장, 젊은 세대 일자리 뺏는 것 아냐 [이근면의 시사라떼]

정년 연장 빠르게 결단해야 국가경제 살아나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 시너지 효과 낼 수 있는 방법 찾아야

서울 한 노인복지관에 일자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 늘 시작이 있어도 진행은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급급하다. 모든 개혁이 때를 놓치고 해결이 난망해져야 손을 쓴다. 이 같은 일은 늘 반복적이며 같은 순서를 답습한다. 고질병이다. 배우지 못하는 우리 아닌가, 신중한 사회적 합의라 둘러대니 진보는 물 건너간다. 저출산 고령화는 그렇게 세계 제일의 초스피드 기록을 세웠다. 이제 우리에게도 올 것이 왔다. 진작에 검토하고 발생 전에 먼저 시행했어야 했는데 아직도 논의가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제부터라도 빠르게 결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국가경제도 살고 개인도 산다. ‘정년’이야기다.

지금 정치권에서 현행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여당에선 격차해소특별위원회가 2024년 11월 27일 ‘정년연장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야당에선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8건 발의했다.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던 여야의 입장이 일치하는 매우 이례적인 사안이다. 그만큼 정년연장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을 넘어설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뜻이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 해결할 수 있는 대안

현장에 일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는 우리의 미래를 배고프게 한다.  인구 천만이 사는 거대도시 서울에서도 폐교하는 초중고등학교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다. 올해 노동인구 중 35세 미만 청년층은 23.9%지만 2040년이 되면 이 비중은 17.9%로 줄어든다. 정년 기준을 밀어올려 더 많은 사람들을 노동시장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제발 여기도 당략을 개입시키지 말고 순수한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국가적 관점으로 부분의 이익을 고수하는 저항에 포로가 되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생산성과 비용이다.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65세까지 5년간의 공백기와 퇴사 후 갈 곳 없는 고령 퇴직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자영업 시장으로 밀려드는 것도 문제다. 충분한 노후대책 없이 정년에 걸려 일을 그만두게 된 이들이 국민연금도 못 받는 상태에서 자영업의 무덤으로 나란히 행진하도록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 정년 연장을 통해 일할 수 있는 충분한 육체적, 지적 능력을 가진 중장년 근로자들이 자신이 가진 숙련도와 경험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년 연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큰 걱정거리는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더 어렵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오히려 일하는 업종과 시장 요구가 같지 않다는 것은 손쉽게 알 수 있는 것이며, 무지한 발상이다. 지금과 같은 경직된 임금체계와 노동시장 구조에서는 정년 연장이 청년들의 고용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한 번 뽑으면 웬만해선 내보낼 수 없고 연차가 쌓이는데 따른 임금 인상폭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구조를 먼저 바꿔야 한다. 이 문제가 선행되지 않은 채 정년만 늘리는 것은 가뜩이나 글로벌 경쟁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에 치이고 경기둔화에 허덕이는 기업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것과 다름없다. 아울러 청년의 일자리를 갉아먹는 기득권의 야합이다.

채용과 해고가 대폭 간소해져야 하고 직무의 난이도와 직원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탄력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 생산성 하락을 막고 조직의 긴장과 활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한 후에라야 고령 근로자의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와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계단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국회입법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평생 직장은 옛말…채용·해고 유연해져야 

이미 다른 경제선진국에선 정년을 올리거나 아예 없애는 게 대세다. 가까운 일본이 2021년부터 정년을 70세로 올렸고 대만은 현행 65세인 정년을 더 올릴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미국과 영국은 정년 자체가 없다. 평균 기대수명이 82.7세에 달하는 한국이 여전히 60세 기준을 고수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고 개개인의 근로의욕과 노동능력을 사회적으로 낭비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문턱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은 내년과 내후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1.9%, 1.8%로 제시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고 우리 경제 생태계에 누적되어 있는 비효율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때다. 정년 연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구책이다. 더 일하고 싶은 사람은 더 일할 수 있게 정년을 폐지하면 더욱 좋다. 물론 그와 더불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처한 현실을 대응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대학교육 인프라를 중장년층과 디지털 문맹인 노인의 재교육에 집중하여 노인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제 평생직장이란 옛말이 되었다. 얼마든지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며 언제든지 본인이 하던 업이 바뀔 수 있는 세상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를 개편하여 변화하는 산업계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평생교육 체계를 갖추어야 노동계는 해고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쟁의 중심의 노사관계를 바꿀 수 있고 기업은 미래 신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정년연장과 함께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하여 공정한 보수체계를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세대의 부양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다. 정년연장은 고령층을 위한 정책이 아닌 노인과 청년 세대 간의 상생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다만 급격한 법률적 정년연장은 사회적으로 파열음을 더 커지게 한다. 생산성과 노동시장의 경쟁력 고용의 원활화를 위하여 재고용 형태로 적정한 임금과 함께 기업 부담이 과중하지 않을 방법을 우선적으로 도입하여야 한다.

지금 우리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노령인구의 빈곤에도 도움을 주고 기업의 인력난 해결과 숙련된 노동력을 지속적으로 산업현장에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국가적 차원에서 다각도로 찾아야 한다. 이번엔 실기하지 말자. 신속히 꼼꼼히, 우리 모두를 위하여!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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