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시장’ 전기차 폐배터리...빛나는 검은 금가루 ‘블랙매스’
[검은 금가루 블랙매스]①
캐즘 영향에도, 전기차 전환 우상향 곡선
폐배터리 처리 관건...시장 전망치는 맑음
폐배터리 재활용, ‘블랙매스’에 이목 집중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검은 금가루 ‘블랙매스’(Black mass)가 온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페배터리 발생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있어 ‘폐배터리’ 처리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특히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급성장이 전망되는데, 그 중심에 ‘블랙매스’가 있다.
폐배터리는 주로 재사용(Reuse)와 재활용(Recycle)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된다. 재사용은 말 그대로 배터리를 다른 용도의 배터리로 다시 쓰는 방식이다. 폐배터리의 잔존 수명(SOH)에 따라 직접 분해하지 않고, 비교적 양호한 배터리를 다시 쓰는 방식이다. 재사용의 주요 사례로는 전력저장장치(ESS)가 있다. 다수의 폐배터리를 연결해 ESS를 구축한 뒤, 전력을 저장하고 사용하는 방식이다.
재활용은 다르다. 폐배터리를 직접 분해하고, 분리된 배터리에서 니켈·망간·리튬 등의 소재를 회수한다. 이를 새 배터리 제작에 사용하는 방식을 재활용이라 일컫는다. 즉, 블랙메스는 폐배터리의 재사용이 아닌 재활용 사례에 해당된다.
즉, 블랙매스는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분말 형태의 물질이다. 이 검은색 물질에는 배터리 내 주요 금속 성분들인 리튬(Li)·니켈(Ni)·코발트(Co)·망간(Mn)·구리(Cu) 등이 농축된 상태로 존재한다. 이들 금속은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블랙매스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의 핵심 요소로 평가 받는다.
통상 폐배터리 추출되는 블랙매스 비율은 약 40~50%로 알려져있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폐배터리 1톤(t) 당 약 400~500kg의 블랙매스 추출이 가능하다. 이렇게 추출된 블랙메스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핵심 자원이 된다.
증가하는 전기차, 커지는 배터리 재활용 가능성
전기차 보급 활성화 수준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정해진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될수록, 자연스럽게 폐배터리 발생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과,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은 일종의 바늘과 실과 같은 존재다. 완성차 업계에서 전기차 확대 보급이 새롭게 떠오른 과제인 만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전망도 밝다.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선,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야한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 보고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말 기준 전국 누전 전기차 등록대수는 66대로 집계됐다. 2010년은 전기차가 처음으로 공식 통계에 집계된 시점이다.
이후 2015년 말 총 5712대로 집계된 전기차는, 2020년 말 총 13만4962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2024년 7월 기준 등록된 전기차는 총 62만1017대로 집계됐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전기차 등록 추이는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로의 전환, 정부도 돕는다. 지난 2021년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는 2018년 기준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9800만톤)을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오는 2050년까지 전기차 및 수소차를 85%이상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같은 시기에 발표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에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등록차량 약 2700만대 중 전기차 및 수소차 보급대수가 450만대(16.7%)에 도달하는 것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목표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에도 반영돼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폐배터리 발생량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연간 폐배터리 발생량은 ▲2021년 440개 ▲2022년 1099개 ▲2023년 2355개 ▲2024년 4831개 ▲2025년 8321개 ▲2027년 2만9508개 ▲2029년 7만8981개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전기차의 폐배터리에서 회수되는 자원의 잠재적 잔존가치는 2029년 약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600조 넘보는 폐배터리 시장, 블랙매스는 70조 전망
상황이 이렇다보니,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의 성장세는 공격적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5년 3조원 ▲2030년 70조원 ▲2040년 230조원 ▲2050년 600조원으로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매년 약 33%의 성장률을 보이는 셈이다.
폐배터리 활용법 중 하나인 블랙메스의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92억2051만달러(약 12조2000억원) 수준이던 전 세계 블랙매스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31년 529억870만 달러(약 70조원)로 약 6배로 성장이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21.4%다.
밝은 시장 전망치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나왔다. 블랙매스 관련 기술 개발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시장 가격이 중국에 의해 결정 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뒷받침 없이는 기업들도 섣불리 뛰어들기 힘들것이라는 진단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블랙매스 기술 개발이 친환경과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섣불리 자본을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리튬, 니켈 등 희귀금속들의 시장가격은 현재 중국이 좌지우지 하고 있다. 블랙매스를 추출해도, 그 시장가격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블랙매스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랙매스 개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기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며 “예를 들어 블랙매스 활용 비중 관련해 보조금을 차등 적용해주는 등 배터리 재활용 정도를 두고 가중치에 따라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등의 움직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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