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이는 시장, '숏폼'...게임사부터 OTT까지 참전한다
[숏폼 2막 시대] ①
틱톡·유튜브 쇼츠·인스타그램 릴스 이은
게임사·OTT사 숏폼 드라마 플랫폼에 적극 투자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본 사람은 없다.” 1분에서 5분 사이의 짧은 영상, 숏폼(Short-form)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숏폼 전성시대를 연 틱톡·유튜브 쇼츠·인스타그램 릴스 등과 경쟁하는 다양한 플랫폼이 속속 나올 정도로 숏폼 경쟁도 치열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숏폼 시장은 지난해 400억달러(약 55조원) 규모이고, 향후 5년간 연평균 6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시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1월 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주 5일 이상 가장 많이 소비하는 주요 콘텐츠로 숏폼(41.8%)이 꼽혔다.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숏폼은 이제 드라마라는 형태로 인기 제 2막까지 열고있다. 숏폼 드라마는 짧지만 스토리가 있는 영상이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볼 숏프 영상을 찾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내용도 머릿속에 남지 않는 영상이 싫은 시청자들이 이 같은 숏폼 드라마를 찾고 있는 것이다.
영상은 짧지만 경제적 기대는 크다. 최근 온라인 미디어 기업의 투자 돈이 숏폼 드라마에 모이는 형태만 살펴도 알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운영하는 스푼랩스에 1200억원을 투자했다. 장 의장은 “쇼츠의 경우 지금은 무료로 많이 제공되면서 콘텐츠 관리가 덜 되고 있는데 양질의 콘텐츠가 제공되기 시작하면 다른 시장이 열릴 수 있겠다고 판단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네오리진스 역시 자회사 폭스미디어를 통해 숏폼 드라마 플랫폼 ‘탑릴스’를 지난해 3월 출시했다. 특히 폭스미디어는 미국의 숏폼 플랫폼 ‘플렉스 티비’ 운영사인 메가 매트릭스와 업무 협약을 맺고 국내 1000만 달러(137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를 조성하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숏폼 드라마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숏폼의 1세대는 SNS 개인 사용자가 틱톡·유튜브 쇼츠·인스타그램 릴스 등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에 올리는 15초 내외의 짧은 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2세대는 기업이 뛰어들어 스토리가 더해진 짧은 드라마, 짧은 예능 형태로 나와 새로운 미디어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숏폼 콘텐츠는 기존의 드라마·영화와 달리 제작이 간편하고, 저비용으로 빠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투자 대비 수익이 좋은 사업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왓챠·티빙 등 국내 OTT 숏폼 시장에 적극 진출
이 같은 미래성을 보고 게임사들이 먼저 숏폼 드라마 시장 진출을 알렸다면, 최근에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사들이 숏폼 드라마 진출을 알렸다. 가장 먼저 뛰어든 토종 OTT사는 지난해 9월 ‘숏챠’를 내놓은 왓챠다.
왓챠는 숏폼 드라마만의 시장성을 파악하고, 기존 애플리케이션에서 벗어난 숏폼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실제 왓챠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숏폼 드라마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발달한 중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숏폼 드라마 시장만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숏폼 드라마 전문 글로벌앱은 현재 100개 정도인데 이들의 인앱수익(앱 안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OTT 시장에 숏폼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한 까닭이다.
티빙 역시 지난해 12월 숏폼 서비스를 선보였다. 왓챠와 다른 점은 기존 티빙 앱 안에 숏폼 콘텐츠 카테고리를 만든 것이다. 티빙은 사용자가 티빙 모바일 앱 내 새롭게 생성된 쇼츠 탭을 선택해 숏폼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왓챠가 유료로 숏챠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티빙은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한다. 숏챠 콘텐츠는 한 회당 300~500원 수준이다.
두 OTT사의 공통점으로는 직접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미 왓챠는 지난해부터 직접 투자하고 기획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숏챠에 싣고 있다. 숏챠 오픈과 함께 공개한 왓챠의 오리지널 숏드라마는 ‘세상에서 가장 아픈 키스’가 있다. 티빙은 올해부터 직접 제작하는 오리지널 숏폼 드라마·예능 론칭을 목표하고 있다.
K-콘텐츠 힘을 숏폼에 활용
업계는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기에 숏폼 역시 K-콘텐츠 형태로 제작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내 숏폼 플랫폼 운영사들이 해외 시장을 겨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내 숏폼 드라마 플랫폼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탑릴스는 미국 숏폼 플랫폼 플렉스 티비와 협력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고 왓챠가 운영하는 숏챠는 지난해 11월부터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이유승 왓챠 콘텐츠그룹장은 “현재 숏드라마 시장의 대부분은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K-콘텐츠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에, 한국적인 감성과 스토리로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설 연휴엔 해외주식 거래'… 증권사 고객 유치 경쟁
2부담 없이 즐기는 설 문화 나들이…무료·할인 혜택 주목
3'빅5' 병원 수술 건수 회복...전공의 이탈 이전 대비 74% 수준
4“새해 특수 누리나 했더니”…자취 감춘 은행 특판 예·적금 상품
5옛말된 시월드, 요즘엔 '처월드'…"갈 곳 잃은 남편들"
6도박에 빠진 청년들...20·30대 중독 환자 2000명 이상
7여행은 반려견과...대한항공 탄 반려동물 4년 새 2배↑
8하나금융 차기 회장에 함영주 내정...연임 후보로 추천
9AI 의료기기 기업, 설 연휴 중동으로...'아랍헬스'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