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은퇴 후 버팀목 ‘퇴직연금’, 잘 관리하는 법은

[시니어 대한민국]④
퇴직연금 적립금 430조 시대, 낮은 소득대체율 문제
분산 투자·절세로 안정적 노후 설계해야

한국 사회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은퇴한 시니어들의 퇴직연금 운용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최근 한국 사회는 고령화가 가속화하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에 은퇴한 시니어들이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기 위해 퇴직연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퇴직연금은 단순한 저축 수단을 넘어, 은퇴 후 생활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2024년 말 기준 적립금 규모는 약 4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1년 50조원에서 약 7.7배 증가한 규모로, 제도 도입 이후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23년 기준 약 12%로, OECD 평균(30~40%)은 물론 권고치(20~30%)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퇴직연금 구조가 노후 소득 보장에서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퇴직연금 자산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집중되어 있어 안정성은 높지만, 자산 증식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10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07%로, 국민연금(5.62%)이나 공무원연금(4.7%) 등 다른 공적연금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낮은 수익률이 시니어들의 노후 생활비 충당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및 증가율.


명확한 퇴직연금 운용 필요…생활비‧의료비 등과 균형 고려

이 같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은퇴한 시니어들은 자신만의 명확한 재무 목표를 설정하고, 생활비와 긴급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매달 필요한 생활비, 의료비,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지출을 포함한 긴급 자금을 고려해 필요한 금액을 구체적으로 계산하고 퇴직연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만약 매달 생활비로 200만 원이 필요하다면, 이를 충당할 수 있는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채권형 펀드는 변동성이 낮고 정기적인 이자 수익을 제공하므로, 고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의료비나 기타 긴급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부 자산을 유동성이 높은 상품에 배분해 활용할 수 있다.

적극 투자를 원한다면 배당주 펀드나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 일정 금액을 투자해 자산 증식을 목표로 삼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생활비를 제외한 여유 자금을 이런 상품에 분산 투자해 중장기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투자 리스크를 고려해 투자 금액과 기간을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 다만 목표 설정 과정에서 타 공적연금과의 조화로운 운용을 염두해 둬야 한다. 국민연금에서 매월 지급되는 금액을 퇴직연금과 함께 활용하면 생활비와 긴급 자금을 효율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 이러한 조합은 시니어들에게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제공할 수 있다.

이 밖에 예상 의료비나 장기요양비를 포함한 장기 계획을 세워 자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재무 계획을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IRP 계좌‧연금 수령 통해 절세…초과 수령 유의

절세는 퇴직연금 운용에서 시니어들이 반드시 활용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연소득이 5500만원 이하인 시니어가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활용하면 연간 최대 900만원까지(연금저축계좌 합산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연간 최대 148만5000원의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더불어, 연금을 수령할 때 소득세율이 낮아지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또 퇴직금을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의 30∼40% 가량을 감면받을 수 있다. 연금 수령 후 10년차까지는 퇴직소득세의 30%가 감면되고, 11년차부터 40%가 감면된다. 다만 종합과세 대상 사적연금소득이 1500만 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6.6~49.5%)가 되고, 별도의 분리과세를 선택하더라도 16.5%의 비교적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연금소득이 연간 1500만 원 이하면 수령 연령에 따라 3∼5%의 낮은 세율로 소득세를 부과한다. 따라서 연간 1500만원 이내로 수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산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려한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 자산의 70%를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해 기본적인 생활비를 보장하고, 나머지 30%는 배당주 펀드나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시니어 투자자의 특성에 따라 투자 상품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 채권형 펀드는 안전자산으로 꾸준한 현금 흐름을 제공하며, 배당주는 정기적인 배당 수익을 통해 생활비를 보충하는 데 적합하다. 글로벌 주식형 펀드는 장기적인 자산 증식을 목표로 하지만, 변동성이 있으므로 투자 금액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퇴직연금 운용을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제공하는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포털' 혹은 한국거래소 '퇴직연금 통합관리 시스템'에 접속하면, 연금 상품의 수익률, 수수료, 자산 구성 등을 비교하거나 내 퇴직연금 상품과 비교할 수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역별 센터에서는 1:1 맞춤형 재무 상담을 통해 은퇴자들의 퇴직연금 운용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는다. 이 밖에 상품 선택 및 자산 배분, 연금 인출 계획까지 구체적인 컨설팅도 제공한다. 

노후 위한 퇴직연금…분석 통해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성

퇴직연금은 은퇴자들에게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일한 해법은 아니다. 개인의 재정 상태와 목표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다만 과도한 공격적인 운용은 단기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 있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접근은 자산 증식의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은퇴자들은 자신의 재정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또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를 통해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퇴직연금은 단순한 저축을 넘어,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노후를 설계하는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은퇴 후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핵심 자산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연령과 은퇴 시기에 맞춰 자산 배분의 비중을 적절히 조정해, 위험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자기야 드라이브 접자”…휘발유·경유 16주 연속 상승

2“치어리더 계약금이 선수 4배?”…‘삐끼삐끼’ 이주은, 대만 야구팬 사이 논쟁

3국립한글박물관 증축공사 중 화재…4시간 만에 큰 불길 잡아

4미국서 또 항공 참사…필라델피아 쇼핑몰 인근 소형기 추락

5 해경 “제주 좌초 어선 2척서 15명 중 현재 10명 구조”

6이재명 “김대중·노무현처럼 AI도 투자 선제 대응해야”

7“성능은 참 좋은데”…대만 ‘딥시크’ 사용 금지령, 다른 나라도?

8 용산 국립한글박물관 옥상 화재…진압 소방대원 1명 병원 이송

9트럼프발 글로벌 관세전쟁 개막…韓도 다음 타깃 되나

실시간 뉴스

1“자기야 드라이브 접자”…휘발유·경유 16주 연속 상승

2“치어리더 계약금이 선수 4배?”…‘삐끼삐끼’ 이주은, 대만 야구팬 사이 논쟁

3국립한글박물관 증축공사 중 화재…4시간 만에 큰 불길 잡아

4미국서 또 항공 참사…필라델피아 쇼핑몰 인근 소형기 추락

5 해경 “제주 좌초 어선 2척서 15명 중 현재 10명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