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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비어, 다 어디 갔나”…초저가 이자카야, 지속 가능성은?

[초저가 이자카야는 생존할 수 있을까]②
용량 축소 눈속임·유사 브랜드 난립으로 지속 가능성 ‘빨간불’
본사 매각 전략·과도한 물류비 구조로 점주 부담 커질 가능성도

국내 초저가 이자카야 프랜차이즈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단토리, 간빠이, 문토리, 다다하다, 생마차, 쏘시지요.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최근 외식업계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초저가 이자카야가 단기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가격 경쟁 이면에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유사 브랜드의 난립과 과거 스몰비어의 실패 사례를 고려할 때, 초저가 이자카야의 미래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생마차’ ‘쏘시지요’ ‘다다하다’ 등 초저가 이자카야 업체들은 대표 메뉴인 닭날개튀김을 개당 약 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업체는 닭날개를 한 조각이 아닌 반으로 나누어 제공하면서도 메뉴판에는 이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예컨대 뭉뚱그려 ‘닭날개튀김’이라고 표시하거나, 일본의 닭날개 튀김 요리인 ‘테바사키’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다. 테바사키는 ‘테바나카’(몸통에 가까운 부분)와 ‘치프’(tip·날개 끝)를 통칭하는 단어다. 다시 말해 온전한 닭날개 전체가 나와야 테바사키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대다수 초저가 이자카야에서는 테바나카 부분만 떼어서 판매하고 있다.

생마차의 ‘테바나카’(왼쪽)와 일본 세카이노야마짱(世界の山ちゃん)의 ‘테바사키’. 가격은 각각 1개당 900원, 110엔(약 1000원)이다. [사진 윤형준 기자]
문제는 가격적으로도 그다지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테바사키 프랜차이즈인 ‘세카이노야마짱’(世界の山ちゃん)의 테바사키가 개당 110엔(약 1000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초저카 이자카야들의 900원짜리 닭날개튀김의 가격은 2배가량 비싼 셈이다. 여기에 최소 주문 수량을 대개 10개로 정해놨기 때문에 실제 소비 금액이 예상보다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1900원 생맥주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생맥주 한 잔의 용량은 500㎖로 인식되지만, 초저가 이자카야에서는 300~350㎖로 줄여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얼핏 보기에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용량 대비 가격으로 환산하면 일반적인 술집과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기루처럼 사라진 스몰비어 신드롬 재현?

생마차와 같은 선두 브랜드의 성공 이후 단기간에 수많은 ‘미투(Me-too) 브랜드’들이 범람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유사한 가격 정책과 콘셉트를 내세운 초저가 이자카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과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일례로 생마차는 2023년 8월 론칭했는데, 이를 따라 지난해 1월 탄생한 미투 브랜드인 쏘시지요는 현재 오히려 생마차의 점포 수를 앞지른 상황이다.

초저가 이자카야 열풍은 과거 외식업계를 강타했던 스몰비어 유행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11년 ‘봉구비어’를 시작으로 스몰비어는 저렴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제공하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봉구비어의 히트 이후 ‘봉쥬비어’ ‘춘자싸롱’ ‘영희비어’ ‘상구비어’ ‘용구비어’ ‘춘자비어’ 등이 연이어 나타났다. 

그러나 이내 급격히 늘어난 매장 수와 품질 저하로 인해 짧은 시간 내에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 같은 스몰비어의 역사는 초저가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희석시키고 시장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스몰비어와 유사하게 초저가 이자카야 역시 가성비를 강조하지만, 이로 인해 제품 품질과 서비스 수준이 뒷전으로 밀릴 위험성이 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가격만으로 매장을 선택하는 데 한계를 느낄 경우, 초저가 이자카야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할 수 있다.

점주 희생 위의 성장 ‘주의’

소상공인들의 관점에서 ‘진짜’ 문제는 초저가 이자카야 본사의 수익 극대화의 이면에는 점주들의 과도한 부담이 자리한다는 점이다. 매각을 목표로 한 초기 전략과 운영 방식이 점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아직 초저가 이자카야의 경우 사모펀드(PEF)에 매각된 사례는 없으나 머지않아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프랜차이즈 업계의 중론이다. 

생마차 인스타그램 창업 안내 광고. [사진 생마차 가맹 인스타그램]
이런 매각 기획형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브랜드 매각을 위해 초기 직영점 매출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방식을 사용한다. 시장에 정통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강남이나 홍대 같은 좋은 입지에 직영점을 열고 마케팅에 집중해 매출을 끌어올린다. 생마차 등 초저가 이지카야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직영점의 실질적인 수익성을 희생하며, 가맹점 모집을 위한 미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이 확장되면 본사는 물류비를 통해 수익을 챙긴다. 본사는 가맹점에 원가보다 비싸게 물품을 공급하며, 이 차익으로 돈을 번다. 이런 구조는 점주들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전가하며, 실제로는 매출이 높아도 수익은 거의 없는 상황을 빈번히 발생시킨다. 특히 PEF가 매입한 후에는 물류비 상승이 더욱 심화돼 점주들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결국 브랜드 매각이 완료되면 본사는 운영에서 손을 떼거나 법인을 청산해 책임을 회피한다. 이 관계자는 “매각 후 점주들은 지원 없이 운영을 이어가야 해, 이는 가맹점의 폐업률 증가와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초저가 이자카야도 이런 흐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창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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