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 놀이터 된 공모주 시장…‘코너스톤투자자·사전수요예측’ 제도 추진
“시장 왜곡 주요인 기관투자자 단타성 투자 막아야”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단기차익 목적의 투자 분위기가 확산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 왜곡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기관투자자의 단타성 투자를 막기 위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와 ‘사전수요예측 제도’의 국내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세미나’에서 국내 IPO 현황을 진단하고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 IPO 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최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증가는 제도변화, 단기차익 기대심리 등에 기인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런 기관투자자 증가가 수요예측 단계부터 공모주 과열 양상을 초래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IPO 77개 종목 중 74개(약 96%)에서 상장일 기관투자자가 순매도했다. 중·장기 투자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관투자자 역시 상장일에 단기매도 하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수요예측 과열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쳐 기업가치 기반이 아닌 상장초기 높은 가격변동성을 이용하는 단기차익 목적의 투자 분위기 확산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적정 공모가 산정이 저해되고, 상장 일에 주가가 급등한 후, 지속 하락하는 흐름이 일반화됐다.
실제 기관투자자들은 단기차익 목적으로 공모주 배정을 받기 위해 수요예측 참여시 높은 가격 제시하는 분위기다. 2024년 IPO 77건 중 49건(약 64%)에서 수요예측 참여물량의 90% 이상이 공모가 밴드 상단초과 가격을 제시했다. 소규모 사모펀드·일임사의 참여 증가현상이 과열 분위기를 심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기업가치 평가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적정 공모가 발견 기여도가 낮다는 평가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홍콩, 싱가포르, 유럽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도입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의 국내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일정 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에 사전 배정을 허용하는 제도다. 이 연구원은 “불확실한 공모주 또는 IPO 시장 침체 상황에서도 투자 유치의 불확실성을 축소할 수 있다”며 “대형 기관투자자의 가격정보 제공으로 인한 가격발견 기능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규모 공모 배정 물량의 보호예수에 따른 시장의 안정화도 예상된다.
사전수요예측 제도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수요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사전수요예측 제도로서 TTW(Testing the Waters) 또는 파일럿 피싱(Pilot Fishing) 제도가 참고할 만한 사례로 언급됐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 전 적격 기관투자자와 소통해 IPO 수요를 판단할 수 있도록 2019년부터 TTW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의 TTW와 유사한 파일럿 피싱 제도를 통해 IPO 전 일부 기관투자자와 시장 선호를 평가하고 공모가를 조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와 사전수요예측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금융위는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공개하면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와 사전수요예측 제도 도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법안 발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법 개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지속 추진하고, 불공정거래·이해상충 예방 등 구체화 필요사항도 하위법령에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트럼프 발언에 혼란”...코스피, 2518에 약보합 마감
2이동통신 유통업계 “단통법 폐지 큰 기대 없다”
3‘블루 아카이브’ 일본 서비스 4주년 업데이트로 일본 1위 탈환
4트럼프 無 언급 ‘비트코인’, 취임식 직후 내림세
5미국투자이민 전문가가 꼽은 2025 미국투자이민 분야 3대 트렌드는? 미국투자이민 설명회 개최
6 中 CCTV “시진핑, 푸틴과 오늘 오후 화상회담 열어”
7 尹대통령, 서울구치소 대신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이동
8롯데GRS, 신규 브랜드 '두투머스함박' 론칭
9"미래형 교실 모습은?"...삼성전자, 'AI 전자칠판'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