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운용사 더 치열해진 ETF 경쟁
[명암 갈린 ETF 전쟁]②
수수료 치킨게임에 신음하는 중소형 운용사들
디지털 플랫폼·테마형 ETF로 생존 전략 가속화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대형사 중심의 독점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위권 자산운용사들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시장의 약 75%를 점유하며 양강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 중위권 운용사들은 다양한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점유율 확대를 모색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은 약 176조9935억원에 달한다 이 중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각각 38%와 35%로, 두 회사가 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다.
삼성·미래에셋 ETF 시장 75% 점유…중소형사 어려움 가중
최근 대형사 간의 수수료 경쟁으로 이러한 양강 구도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삼성자산운용은 ‘KODEX미국S&P500(H)’ 등 주요 ETF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9%로 낮췄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 ETF를 연 0.05%에서 0.0098%로 인하하며 맞섰다. 이는 국내 ETF 업계 평균 운용보수(약 0.03%) 대비 70% 이상 낮은 수준이다.
보수 인하 경쟁은 대형사들에게는 마케팅 효과와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지만, 중소형 운용사들에게는 심각한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중소형 운용사들은 대형사에 비해 운용자금(AUM)이 적은 만큼, 수수료 인하로 인한 매출 타격이 더 컸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 483개사 261개사가 적자를 기록해, 돈을 벌지 못하는 자산운용사가 전분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자산운용사의 당기순이익은 420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552억원(26.9%) 감소했다. 때문에 중소형 운용사들은 비용 절감과 틈새시장 공략이라는 전략적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중소형사, ESG·첨단산업 ETF·리브랜딩으로 돌파구 모색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해 ETF 사업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과 ESG 투자 확대를 추진했다. 특히 11월에는 기존 ETF투자본부를 'ETF투자부문'으로 승격하고, 채권운용부문장이 ETF투자부문장을 겸임하도록 조직 구조를 재편했다. 또 ESG 관련 투자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ESG 리서치팀'을 신설하고, ESG 테마 상품군 확장을 통해 관련 투자 수요에 대응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첨단 산업 중심의 테마형 ETF를 출시하며 상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7월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군에 투자하는 '신한글로벌혁신테크ETF'를 상장해 약 3개월간 12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또한 12월에는 미국 대표지수인 S&P500과 일본 엔화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는 'SOL 미국S&P500 엔화노출(H)' ETF를 출시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다.
KB자산운용은 브랜드 리브랜딩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 ‘KBSTAR’ 브랜드를 ‘RISE’로 변경하고, 빅테크와 2차 전지 관련 ETF 상품을 통해 지난해 약 1조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KB자산운용은 투자자 교육 세미나와 디지털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기관 투자자를 타겟으로 한 전용 상품 개발을 병행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도모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최근 기존 'KOSEF' 브랜드를 22년 만에 'KIWOOM'으로 통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중소형주 및 신흥 시장 중심의 상품군을 확대해, 지난해 말까지 약 3500억원의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과 목표에 따라 적합한 ETF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키움ETF 마켓'을 새롭게 도입해 투자자 맞춤형 포트폴리오 설계를 지원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ETF 브랜드명을 ‘ARIRANG’에서 ‘PLUS’로 변경하며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특히 ‘PLUS K방산 ETF’는 국내 방위산업 핵심 기업 10개 종목에 투자하며 최근 1년 수익률이 67.8%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밖에도 한화자산운용은 에너지 전환 및 친환경 인프라와 같은 장기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섹터에 집중하며, 시장 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ETF 시장, 중소형 운용사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나
ETF는 낮은 비용 구조와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한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본과 인력이 제한된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유망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특히 특정 산업이나 테마를 겨냥한 ETF는 대형사와의 직접적인 경쟁보다는 독창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어, 차별화된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소형 운용사들이 ETF 시장에서 대형사와 경쟁하는 데에는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대형사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수수료 인하와 대규모 마케팅으로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때문에 단순히 상품을 출시하는 것 뿐 아니라, 특정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기술 기반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소형 운용사들이 ETF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ESG, 첨단 기술, 방위산업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겨냥한 테마형 상품 개발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 기술을 활용해 투자자 맞춤형 상품 설계와 포트폴리오 제공을 강화하는 것이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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