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관심사 될 ‘최선집행의무’…증권사 차별화 전략은
[거래소 경쟁 시대가 온다]②
복수거래소 시대…최선집행의무와 SOR 경쟁 본격화
거래 효율성과 수익성이 증권사 선택 좌우할 듯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개장일이 다가오면서 투자자에게 최선의 거래조건으로 청약 또는 주문을 처리해야 하는 ‘최선집행의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복수거래소 체계하에서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주문을 체결해주는 시스템을 잘 준비하는 증권사가 이용자들을 끌어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선집행의무는 투자자가 제출한 주문을 가격, 체결 속도, 거래 비용 등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다. 이 의무는 금융 시장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투자자의 주문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다변화된 거래 환경 속에서도 공정한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최선집행의무 도입은 대체거래소의 출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제도를 기반으로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주식거래시장이 복수 경쟁 체제로 변환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주식시장이 한국거래소 중심의 단일 시장 체제로 운영돼 최선집행의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투자자들이 더 유리한 조건 등을 비교할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 역시 대체거래소 도입에 발맞춰 지난해 6월 ‘증권사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최선집행에 대한 구체적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 원칙은 기존 물량 체결 주문인 테이커(Taker) 주문의 경우 총비용(매수) 또는 총대가(매도)를 기준으로 유리한 시장에 주문을 배분하는 것이다. 신규 물량 조성 주문을 뜻하는 메이커(Maker) 주문은 매매체결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배분해야 한다.
중간호가 정보 비대칭…SOR 시스템으로 해결
최선집행의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도구는 스마트 오더 라우팅(SOR) 시스템이다. SOR은 투자자의 주문을 분석해 가장 유리한 거래소를 선택하고 주문을 배분하거나 체결시키는 솔루션으로, 다수의 거래소가 공존하는 시장 환경에서 거래 효율성과 투자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SOR은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 간 중간호가 갈등의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공정성 저하 우려'를 이유로 넥스트레이드에 호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로 결정해, 양 거래소 간의 정보 격차에 대한 솔루션이 필요한 까닭이다.
중간호가는 최우선 매수 호가와 최우선 매도 호가의 중간값으로 산출되는 가격으로,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거래 조건을 제공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예를 들어 매도 호가가 1만1000원, 매수 호가가 1만원일 경우 중간호가는 1만500원이 된다.
만약 중간호가 정보가 공유되지 않을 경우, 거래소 간 정보 비대칭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최적의 거래 기회를 놓칠 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OR 시스템은 각 거래소의 실시간 호가 정보를 통합 분석해 최적의 거래 조건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넥스트레이드에서 낮은 가격에 매도 주문이 발생하고 한국거래소에서 높은 가격에 매수 주문이 나타날 경우, SOR은 이를 통합해 정보 비대칭 문제를 완화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SOR 시스템 구축…대형·중소형 증권사 다른 행보
반면 '리테일 명가' 키움증권은 독자적인 행보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0월 자체 SOR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이후 모의 시장 테스트와 안정화를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자체 시스템 구축을 통해 거래소 간 경쟁 체제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들은 거래 규모와 시스템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대부분 넥스트레이드가 제공하는 ‘넥스트SOR’을 도입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빅 5' 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만이 코스콤 SOR을 선택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원과 기술적 역량의 제약으로 인해 코스콤 SOR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소형 증권사 중 상당수가 자체 원장을 보유한 대형 증권사와 달리 코스콤 원장에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까닭이다. 코스콤은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연말 기준 13개 증권사와 계약을 체결하며 중소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대체거래소 도입의 핵심 경쟁 요소는 얼마나 효율적이고 정교한 SOR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있다. 때문에 각 증권사는 투자자들의 거래 특성과 투자자 요구를 반영해 SOR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주문 처리 속도를 개선해 유리한 거래 조건을 제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즉 SOR의 효율성과 정교함이 투자자 유치와 리테일 시장 점유율 유지의 키(KEY)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SOR 시스템의 효율성과 정확도가 증권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더 나은 거래 조건을 제공하는 증권사가 승기를 잡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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