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27%는 AI에 일자리 뺏긴다…의사·판사는?
한은·IMF 공동 연구, 'AI와 한국경제' 분석
“AI 도입, 10년 내 GDP 최대 12.6%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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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국에서 의사·금융 전문가·대학 교수 등이 인공지능(AI) 도입 혜택을 크게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 직업은 AI에 많이 노출돼 있으나 직업의 사회적·물리적 속성으로 인해 대체가 쉽지 않은 직군이다.
10일 한국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과 공동 연구한 'AI와 한국경제'에 따르면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를 갖춘 직업이 AI 도입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임금 상승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았다. 의사, 한의사, 기업 대표 및 기업 고위 임원, 금융 전문가, 대학 교수, 고객 서비스 관리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AI 도입 영향에 대한 초기 연구에선 AI에 많이 노출된 직업일수록 대체 위험이 높다고 봤다. 한은은 그러나 이번 IMF와의 연구에서 AI 보완도를 도입, 보다 심층적인 분석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AI 노출도는 특정 직업이 수행하는 직무가 AI에 의해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한지를 나타낸다. AI 보완도는 직업의 사회적·물리적 속성으로 인해 AI로 인한 직업 대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정도를 보여준다.
보완도로 조정한 후 AI 노출도를 보면, 기존엔 노출도가 높았던 의료 진료 전문가의 노출도가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도 노출도가 낮은 것으로 분류된 건설 및 채굴기계 운전원, 운송 서비스 종사자, 건설구조 기능 종사자, 전기공, 배관공, 경찰·소방 및 교도 종사자, 선박 승무원 및 관련 종사자, 건설 기능 종사자, 스포츠 및 레크리에이션 전문가 등도 노출도가 낮은 직업에 올랐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팀장은 "의사 결정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특정 직무는 우리 사회가 AI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인간의 감독하에 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엔 AI 도입으로 누가 가장 피해를 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노출도 중심으로 연구를 했다"며 "주로 고소득·고학력이 포함된 인지적인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봤으나, 이번 연구에선 판사·외과의사 등 사회적·물리적 속성으로 인해 설사 AI 노출도가 높더라도 인간이 수행할 가능성이 큰 직군에 대한 보완도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반면 '높은 노출도·낮은 보완도' 직업은 AI가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낮은 임금, 실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무직이 대표적이다. 회계·경리 사무직을 비롯해 통신 관련 판매 종사자,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 등이 해당됐다.
AI로 인해 일자리 대체 위험에 노출되는 직업군은 51%에 달했다. 전체 근로자의 24%가 AI로 인해 생산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그룹에 속하며, 27%가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그룹이었다.
특히 여성, 청년층, 고숙련 및 고소득 집단에게는 AI가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AI 노출도와 보완도가 함께 상승해 해당 집단 내에서의 차별화 역시 심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오 팀장은 "AI 도입은 노동 수요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적 역량을 요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는 근로자의 일자리 전환을 어렵게 만들 수 있고, 특히 고령층에게 큰 어려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대체 위험이 많은 직업군에서 적은 직업군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며 "과거 데이터를 봤을 때 취약한 일자리에서 혜택을 받는 일자리로 이동하는 비율은 30% 수준인데, 이 숫자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전 세계적으로 '산업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국은 AI 붐으로 고사양 반도체 산업에서 큰 기회를 맞은 한편,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이어서 AI 도입이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AI 기술 도입은 한국경제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일 중요한 기회다. 한은의 모형 시뮬레이션 결과, AI 도입은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시나리오에 따라 1.1~3.2%, 국내총생산(GDP)을 4.2~12.6% 높일 수 있다. 이는 고령화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오 팀장은 특히 "AI가 노동력을 보완하고 전반적인 생산성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세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총요소생산성이 3.2%, GDP가 12.6%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다른 변수를 배제하고 노동 공급으로만 봤을 때 2023~2050년 한국의 GDP는 16.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세 번째 시나리오 적용 시 감소 폭이 5.9%로 크게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AI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는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AI 도입 이후 더욱 심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 팀장은 "이같은 불균형은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이 AI 도입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높인다"며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선진국 대비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혁신 역량을 보유해 AI 도입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AI 준비 지수는 165개국 중 15위이며,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부문별로 보면 혁신 및 경제통합(3위), 규제 및 윤리(18위), 디지털 인프라(18위)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다만 인적자본 활용과 노동시장 정책(24위)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판단됐다. 오 팀장은 "교육과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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