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각자도생...글로벌 자동차 업계 '파급효과'는?
[갈라선 혼다·닛산, 車업계 셈법은] ①
혼다·닛산 합병은 경쟁력 확보 위한 '최후 수단'
합병 결렬에 분주해지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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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계획대로라면,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전기차를 중심으로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공동 대응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개발 기간 단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현재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테슬라와 BYD가 기존 자동차 기업들을 압박하는 가운데, 혼다와 닛산은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최후의 수단을 제시한 것이다.
2023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을 비교해 보면, 도요타가 1123만대 판매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폭스바겐이 923만 대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730만대로 3위를 기록했는데, 만약 혼다(398만대)와 닛산(307만대)이 통합했다면, 산술적으로 735만 대로 현대차그룹을 5만 대 차이로 근소하게 앞서며 3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혼다와 닛산뿐만 아니라 미쓰비시까지 합병한다면, 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간 아키텍처 공유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판매 네트워크와 연구개발(R&D), 생산 시설까지 통합되면서 생산 라인과 서비스 및 판매망을 공유하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시스템 통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기업의 수익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번 합병이 결렬된 이유는 닛산이 대등한 합병을 요구한 반면, 혼다는 시가총액 차이가 크다는 점과 닛산의 관료적인 기업문화가 새로운 시장 개척 및 신기술 개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자회사로 편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한, 닛산이 제안한 2,500억 엔 규모의 감원 계획이 혼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과, 양사의 라인업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기존의 개별 생존 전략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혼다와 닛산이 합병할 경우 연간 900만 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판매를 강화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시되었으나, 이제는 양사가 각각 어떤 전략을 펼칠지, 그리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움직임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이에 대한 다양한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혼다는 수소전기차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토요타와의 수소전기차 동맹을 강화해 2040년까지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비중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로드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각국 정부의 보조금과 정책 지원에 따라 판매 규모가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시장 상황은 소비자의 선택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든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및 친환경 자동차 보급 정책이 트럼프 정부로 교체될 경우 백지화되거나 대규모 삭감될 가능성이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닛산은 르노와 공동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 적용을 확대하고, 중국산 전기차에 대응하기 위한 저가형 모델 출시를 서두를 전망이다.
배터리 생태계 정비도 중요하다. 이 문제는 혼다와 닛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과 한국의 배터리 산업에 뒤처진 상황에서 효율적이고 가성비 좋은 전기차 개발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혼다·닛산의 합병 결렬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미칠 파급효과와 대응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각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자국 자동차 제조사가 수소전기차 양산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수소전기차 도입을 적극 추진할 국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의 단점인 1회 충전 주행거리,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 화재 위험성, 배터리 재활용 문제, 배터리 소재의 중국 의존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소연료전지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수소전기차 시장은 결국 열릴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BYD가 저가형 전기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품질 문제와 더불어, 각국 정부가 중국의 전기차 시장 지배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틈을 노려 닛산이 확보한 전기차 기술을 바탕으로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서두른다면, 품질과 신뢰를 얻고 있는 일본 자동차 산업의 후광을 등에 업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과 배터리 내재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및 커넥티드 서비스 강화를 위한 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규모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목표로 더욱 노력해야 하며,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수출 대상국의 정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이 중요하다. 친환경 자동차 시대로의 전환과 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트렌드 정착을 위해 각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발맞추고, 다양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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