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까지 나서 AI 도입 ‘속도전’…글로벌 금융사 행보는?
[금융권 AI 열풍]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하고 플랫폼 구축
글로벌 은행 AI 인재 채용 ‘활발’

당국 규제 빗장 풀고…생성형 AI 활용 지원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15일 금융지주사와 증권, 카드사 등 44개 금융회사가 생성형 AI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내부 업무용 단말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금융권의 AI 활용 사업과 관련한 지원 방안 등을 발표하며 지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의 ‘망분리 개선 로드맵’ 발표 이후 11월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며 망분리 규제 특례의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그간 금융권의 생성형 AI 활용은 외부 침입으로부터 내부 전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토록 한 네트워크 보안기법 망분리 규제에 막혀 있었다. 사이버위험을 줄일 수 있었지만 업무 비효율과 연구·개발 및 신기술 활용 애로, 해외 규제와의 괴리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금융 당국은 상용 AI 이용을 위해 일반 금융회사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시작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인터넷 등 외부통신망과 내부통신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망분리 규제가 도입됐기에, 상용 AI를 쓰기 위한 클라우드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권 AI 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금융사의 내부망에 직접 설치하는 오픈소스 AI 활용 지원을 포함한 ‘금융권 생성형 AI 활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금융권 오픈소스 AI 활용을 통합 지원하는 ‘금융권 AI 플랫폼’을 상반기까지 구축한다. 금융권 AI 플랫폼이란 다양한 오픈소스 AI 모델 중 적합한 모델을 골라주고, AI 모델 실험을 위한 기능테스트 환경을 제공하며, 오픈소스 AI의 내부망 설치를 통합 지원하는 웹사이트를 말한다. 올해 상반기 중 개설될 예정이며, 신용정보원이 운영하고 금융결제원과 금융보안원이 이를 지원한다.
게다가 금융 전문성을 갖춘 AI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 분야 ‘한글 말뭉치(생성형 AI의 언어 학습 등을 위해 구축한 대규모 텍스트 집합)’도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다. 금융권 AI 개발 및 활용의 주요 원칙도 새롭게 정비된다. '현 단계에서 AI는 업무의 보조 수단이므로 최종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임직원이 수행한다'는 원칙 등이 담길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국내 금융회사들은 AI 인프라와 데이터 부족,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명확한 거버넌스 부재 등 애로사항을 제기해 왔다”며 “이러한 의견을 종합하여 금융권 AI 활용 인프라, 금융권 특화 데이터 지원, 금융 분야 AI 가이드라인 개정 등 금융회사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 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AI 역량 고도화 세계적 추세…부작용 우려도
AI 역량 제고를 위한 노력은 글로벌 은행에서도 두드러진다. 특히 인재 채용에 있어서 노력이 돋보인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은행들은 AI 관련 인재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금융연구원 ‘글로벌 은행그룹의 AI 역량 제고 노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50대 은행들의 2024년 1분기 AI 관련 인재 채용 공고 수는 7862건으로 전분기 대비 14.2% 증가했다.
글로벌 은행들은 AI 관련 인재들을 금융서비스 혁신에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JP모건은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투자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 ‘머니볼(Moneyball)’을 개발해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머니볼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인기 주식을 너무 일찍 매도하는 등의 잘못된 판단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생성형 AI 도구다.
AI 관련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독일·미국·포르투갈의 경우 AI 관련 인재가 순유입되고 있지만, 반면 국내의 경우 AI 관련 인재가 순유출되고 있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심혜빈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연간 거주자 1만 명당 0.3명의 AI 관련 인재가 미국, 중국 등 해외로 순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향후 국내 은행그룹들은 기존의 공채 중심 인사관리시스템에서 벗어나 AI 관련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권의 AI 역량 고도화는 세계적인 추세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프라이버시 ▲내재된 편견 ▲설명책임의 한계 등을 지적한다. 구체적으로 고객 개인정보를 생성형 AI에 연결할 경우 민감한 정보가 누설되거나 추측될 리스크, AI가 학습하는 데이터가 편향되면 금융배제나 사회적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병관 한국금융연구원 부장대우는 “금융당국은 AI 이용실태 파악, 해외 금융당국과의 협력을 통해 AI 관련 리스크를 검증하고, 규제감독의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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