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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반도체·광주 미래차·울산 수소…그린벨트 해제해 전략 사업 키운다

부산 제2에코델타시티 사업 11조3000억원 투입
‘해제 가능한 총량’ 이상으로 그린벨트 풀 계획
2026년 상반기 해제 시작 전망

서울 서초구 원지동 개발제한구역 일대 모습.[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침체하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을 해제하는 등 ▲반도체 ▲미래차 ▲수소 융복합 등 신사업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비수도권 15곳에 국가‧지역 전략사업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2월 25일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지역전략사업지 15곳에서 해제를 검토하는 그린벨트 면적은 총 42㎢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2.9㎢)의 14.5배 수준이다. 국토부가 밝힌 전략사업 도입 지역은 ▲부산권(6건) ▲대구권(3건) ▲광주권(6건) ▲대전권(4건) ▲울산권(5건) ▲창원권(9건) 등이다. 

사업비 규모로는 부산권이 약 16조원 수준으로 가장 크다. 강서구 제2에코델타시티 사업에만 2037년까지 11조 314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해운대구 첨단사이언스파크(3조3000억원), 강서구 트라이포트 물류 지구(1조5301억원) 사업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대전 나노 반도체 국가산단에는 2030년까지 3조6980억원, 창원 진해신항 항만배후단지에 2조518억원이 들어간다. 광주 미래차 국가산단에는 1조2000억원, 울산 수소 융복합 밸리 산단에도 9709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이들 사업은 산업 수요가 충분해 실현 가능성이 높고, 자동차‧반도체‧수소‧이차전지 등 국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광범위한 파급효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울산에서 진행한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그린벨트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특화산업 육성 등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 그린벨트를 폭넓게 해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관련 지침을 개정했다. 그린벨트 해제 총량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원칙적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능했던 환경평가 1‧2등급지도 대체지를 지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비수도권 국가‧지역전략사업을 도입한 것이다. 

방점은 ‘해제 가능한 총량’ 이상의 그린벨트를 푸는 것에 찍힌다. 그동안 각 지자체는 활용 가능한 그린벨트 해제 총량의 벽에 가로막혀 대규모 산단 등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산단을 지정하고 싶어도 도심 인근은 부동산값이 비싸 충분한 토지를 확보할 수 없었다.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해도 총량 규제에 걸려 원활한 사업 추진이 불가능했다. 이에 정부가 총량 범위를 넘는 규모의 그린벨트 해제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번에 선정한 비수도권 국가‧지역전략사업 지역에는 환경평가 1‧2등급지도 일부 포함됐다. 

다만 그린벨트가 바로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별로 내용을 구체화해 관계 기관과 협의한 뒤 일부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도 받아야 한다. 최종적으로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중도위) 심의를 거친 뒤 확정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내년 상반기 중 해제가 진행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자체의 사업 의지가 강하고 한 차례 중도위 심의를 통해 대상지를 선정한 만큼 추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해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실제 그린벨트 해제가 시작되는 시점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가 될 전망이다. 

국가‧지역 전략사업 선정 위치도[자료 국토교통부]

주춤한 韓 경제 성장률, 내수-지역경제 살린다

1971년 박정희 정부에서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전국에 그린벨트를 처음 지정한 이후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공급을 위해 활용됐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1기 신도시를 추진했고 ▲김대중 정부는 IMF 극복을 위해 중소도시권 그린벨트를 풀었다. ▲노무현 정부는 2기 신도시 추진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 주택 공급 ▲박근혜 정부는 기업형 임대주택 ▲문재인 정부는 3기 신도시를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도 주택 5만 가구 공급을 위해 서울 등 수도권 지역 그린벨트 해제를 단행했다. 이번 전략사업처럼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침체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해제 범위를 초과하면서까지 그린벨트를 풀기로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만큼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 2월 25일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0.4%p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유지했다. 성장세 둔화 우려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같은 날 올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시장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p) 내렸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부담을 감수하며 금리 인하로 통화 완화 정책을 편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국내외 악재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돈을 풀어야 내수를 살리고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서 1.8%라고 하면 위기라 하는데, 우리 실력이 그 정도”라며 “구조조정을 안 하고 기존 산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신성장동력을 키우지 않고 해외 노동자도 안 데려오고 하는데, (우리 경제가) 1.8%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재정을 동원하고 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그러면 나라 전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활용한 신사업 육성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린벨트라고 통칭되는 제도가 도입됐던 과거와 현재의 여건은 크게 다르다. 이제는 기존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며 그린벨트 해제 추진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지역생산시설의 증설 지원이 목적이지만, 그렇다고 ‘프리패스’라는 식의 운영은 곤란하다”며 “관련 심의처럼 객관적인 시각에서 검토와 검증단계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개발제한구역의 보존 가치가 중요하다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이번 개발제한구역 국가‧지역전략사업을 선정했다”며 “이를 계기로 개발제한구역 제도가 지역 성장에 장애물로 인식되지 않고 지역 성장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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