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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창업가가 본 한국 창업 생태계의 미래[이코노 인터뷰]

최성안 2080벤처스 공동대표
10개국에서 활동 중…사무실 없이 전원 재택 근무 중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진행 중…러시아에서 빠르게 성장

최성안 2080벤처스(VENTURES) 공동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그를 설명하는 단어는 ‘도전’이 맞을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에는 무모하다고 말할 정도의 도전을 그는 멈추지 않고 있기에 글로벌 혁신 생태계 액셀러레이터를 꿈꾸는 창업가가 됐다. 202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액셀러레이터 2080벤처스의 공동대표 최성안은 어렸을 때부터 사업가를 꿈꿨다. 두려움이 없는 기질 덕분인지 중고등학교를 혼자서 캐나다에서 유학했고, 아시아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에 대학은 일본의 리츠메이칸 APU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10년 넘게 프로덕트 매니저, 경영 컨설턴트로 다양한 M&A와 IPO 등을 성사하면서 일본 시장에도 안착했다. 하지만 그는 아시아 시장에 머물기보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에 2018년 미국 헐트 국제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안착했다. 이후 마인드 더 브릿지라는 벤처캐피탈에서 아시아 총괄 대표를 지냈고 스페이스X 등의 7개사의 엔젤투자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2022년 3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출신인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2080벤처스라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미국 실리콘밸리에 창업하면서 어릴 때 꿈인 사업가로 나섰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를 지향하는 2080벤처스는 현재 20명이 넘는 팀원들과 함께 10개국에 지사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지사를 내고 기관·기업과 손을 잡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그동안 신한은행·현대자동차·창업진흥원·부산경제진흥원·서울대·울산대 등과 손잡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우리 프로그램의 장점은 로컬화 즉 현지화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탑 액셀러레이터들은 오랫동안 진행해온 자신들의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 대표는 2080벤처스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은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고 강조했다. 2080벤처스는 ‘로컬화’와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로컬과 글로벌을 놓치지 않고 프로그램에 녹이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의 프로그램이 글로벌 진출에 무게를 두는 것은 2080벤처스의 해외 네트워크가 좋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현재 10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한국을 포함해 러시아·일본·아프리카·중동 등에 지사를 설립하면 그 지사 운영은 그 지역 출신에게 맡기고 있다. 현지화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는 “2080벤처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원동력은 현지화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어느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최 대표는 “러시아에서 잘 되고 있다”는 예상 밖의 대답을 했다. 러시아의 국영은행과 손을 잡고 있고, 그들과 함께 오픈이노베이션을 접목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전쟁 중이지 않으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럼에도 러시아 정부와 국영은행은 러시아 스타트업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웃었다. 2080벤처스가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수 천개의 스타트업이 지원할 정도다. 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AI 등의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고, 글로벌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그는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시장을 판단하면 안된다” 라고도 덧붙였다.

한국 스타트업 지원금 받기보다 스스로 성과 내야

2080벤처스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생기는 스타트업이라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도 한다. 현재 2080벤처스가 직접 투자한 스타트업은 10여 개다.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연질 캡슐 장비 제조 스타트업 젤코, 케이팝 글로벌 팬서비스 플랫폼인 ‘쿠키’(Kooky)를 운영하는 라이터스컴퍼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젤코는 2080벤처스의 투자 이후 2000만원대의 매출이 10억원대로 껑충 뛰기도 했다. 최 대표는 “젤코는 해외 수주도 하고 있는데, 2080벤처스의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면서 “2080벤처스는 현재 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2080벤처스의 철학 덕분이다. 

일본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한 최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장점으로 ‘팔로우가 빠르다’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넘버 2가 빠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패스트 팔로우 전략을 한국 스타트업이 잘 사용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스타트업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최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는 데 정부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태계에 활력은 없고 굳은 느낌이 든다”면서 “지원금보다 스타트업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고 조언했다. 

또한 최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글로벌화’라고 지적한다. 그는 “지역이 문제가 아니다. 스타트업이 지향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어떤 지역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지를 찾고 그 지역에 도전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2080벤처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고 있다. 최 대표는 “이야기가 잘 진행되고 있지만 이 정도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려면 앵커(딜을 주도하는 투자자) 투자자가 필요한데, 이 부분만 해결하면 1000억원 규모의 펀드 레이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 안에 마무리를 짓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최성안 2080벤처스(VENTURES) 공동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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