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비판 여전…독립성 확보는 여전히 ‘숙제’
[금융지주 사외이사 물갈이] ②
지난해 이사회 사외이사 반대 ‘0건’ 지적
“경영 견제·감시 역할보다 ‘거수기’ 역할 불과”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금융회사의 사외이사에 대한 독립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에 대한 이해가 있고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선호하며서도 회사에 우호적인 사외이사를 계속 활용하거나 장기 연임 규제를 피하기 위한 악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외부주주가 없거나 감시가 부족한 금융사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부족한 것은 결국 금융사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해치고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4대 금융지주가 최근 공시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사회에서 결의 안건에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회사별로 11~17차례 이사회를 열고 ▲경영계획·예산 결정부터 ▲배당이나 채권 발행 ▲책무구조도 제출 ▲각종 내부규범 개정 등에 대한 결의 안건을 처리했는데 모두 반대 의견 하나 없이 가결됐다.
“사외이사, 경영 견제·감시 역할에 충실해야”
이에 사외이사가 경영 견제·감시 역할보다는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2024년 금융회사 사외이사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금융그룹·대규모기업집단 소속 108개 금융회사에 재임 중인 사외이사 456명 중 108명(23.7%)이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에 우호적일 수 있는 사외이사로 분류됐다.
검증이 필요한 경력 사외이사는 ▲계열사 사외이사 출신(34명) ▲고위공직자 또는 한국금융연구원 출신(31명) ▲친정권 정치활동(20명) ▲거래관계·전직임원 및 계열사·우호주주·학연 등 이해관계(59명) 등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사외이사 경력을 가진 사외이사는 금융그룹 소속 21명과 기업집단 소속 13명이었다. 이어 고위공직자·금융연구원 출신을보면 11명이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가장 많았고 ▲검사 출신 7명 ▲판사 출신 4명 ▲이 외 관료 출신 9명 순이었다. 친정권 정치 활동 경력 사외이사(20명)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비서실 출신인 신재경 전 선임행정관이 IBK투자증권으로, 서승우 전 자치행정비서관과 장인환 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 각각 산은캐피탈과 농협은행 등으로 향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문성 때문도 있겠지만 정부나 감독당국이 금융회사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목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하거나 반대로 금융회사가 당국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목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해치거나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사익을 위해 로비스트로 활용되는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여전히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에 우호적일 수 있는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특정 그룹에서 이러한 경향이 강하고 만성적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회사와 전체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독립적 사외이사를 확보하려는 회사의 노력과 더불어, 비상장 금융회사도 상장회사에 준해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사전·사후 공시를 강화하여 외부감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와 전체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독립적 사외이사를 확보하려는 회사의 노력과 더불어 비상장 금융사의 경우도 상장사에 준해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사전·사후 공시를 강화해 외부 감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주요 금융그룹들은 금융당국과 함께 사외이사의 전문성 및 역량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이사회 구성에 개입할 수 없는 대신 당국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해 올바른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사 사외이사 선임 희망자·금융회사의 사외이사 관리 리스트에 포함된 후보군을 참여시키는 ‘사외이사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5대 금융지주를 불러 모아 사외이사의 내부통제 역할 강화를 당부하며 “이사회의 전문성 함양은 금융회사 차원의 균형감 있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이루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사외이사 후보군 풀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금융당국과 공유하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로 관리풀이 공유될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경영진 감시·견제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이사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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