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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이면 요리 뚝딱’...밀키트의 진화

[밀키트 시장 어디까지 왔나]①
4000억 육박한 밀키트 시장…캠핑·미식 트렌드 등 성장 견인
성장 둔화 우려에도 고물가 시대 대안으로 여전히 주목

서울 시내 이마트 밀키트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밀키트 시장이 급성장하며 5년 새 10배 넘게 확대됐다. 집밥 열풍과 캠핑 트렌드, 그리고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 채널 확장이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 외식 수요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로 고물가를 기회로 잡아 밀키트가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여전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8년 350억원 수준에서 2021년 3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지난 2023년에는 4000억원대에 육박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체 즉석식품류 가운데 밀키트 판매액은 2020년 0.03%에 불과했지만, 2022년 4.27%로 크게 늘어났다. 

밀키트(MealKits)란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을 한 팩에 담아 제공하는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의 한 형태다. 소비자는 레시피에 따라 간단한 조리만 하면 완성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셈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 증가,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집밥 선호 증가가 시장 성장을 견인해 왔다.

구체적으로 밀키트 시장 성장을 이끈 주요 흐름으로 ‘홈밥’(집밥) 열풍과 ‘캠핑’ 트렌드를 꼽을 수 있다.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맛과 양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실제로 외식 물가의 고공행진으로 푸짐한 양을 내세운 대용량 밀키트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밀키트 업계 1위 프레시지의 ‘더큰 햄가득 부대전골’의 경우 “재료가 풍성하고 외식보다 합리적”이라는 호평 등과 함께 작년에만 43만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또 야외에서도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 제품들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캠핑족들은 별도의 재료 준비 없이 현지에서 간편하게 조리가 가능한 밀키트를 선호해서다. 실제 밀키트 업체들은 이를 겨냥해 직화 조리가 가능한 용기를 담은 전골류·바비큐용 밀키트 출시도 활발히 했다.

프레시지 밀키트 ‘쵸이닷:직원食당’ 2종. [사진 프레시지]
프리미엄부터 편의점까지…진화하는 밀키트 시장

이제 밀키트 업계는 간편함을 넘어서 ‘미식’(美食)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유명 셰프나 맛집과 협업한 프리미엄 밀키트가 최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프레시지는 지난 11일 ‘중식 여신’으로 활약 중인 박은영 셰프와 지식재산권(IP)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에는 최현석 셰프와, 이어 11월에는 중식 요리사 여경래 셰프와 IP 계약을 맺은 데 이은 행보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유명 셰프들과 지속적으로 간편식 개발을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미식 경험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박은영 셰프(왼쪽), 프레시지 이현복 영업 본부장이 협업을 기념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프레시지]
밀키트 시장 확대는 유통 채널의 확장도 한몫했다. 밀키트 시장 초창기에는 새벽배송 등 소수의 온라인몰 위주로 판매되었지만, 이제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도 밀키트 코너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이마트 ‘피코크’, 롯데마트 ‘요리하다’ 등 자체(PB) 브랜드가 국내 밀키트 브랜드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8년 36%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는 59.2%로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편의점 채널의 밀키트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23년 CU는 ‘편키트랩’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1인용 밀키트를 선보인 바 있다. 이런 편의점 밀키트는 기존의 2~3인분 밀키트와 달리 1인분 용량으로 제공돼, 혼자서도 간편하게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격도 2만원에 가까운 최근의 밀키트와 다르게 1만원 이하로 부담이 적은 게 강점이다.

물론 밀키트 시장이 지금까지처럼 고속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엔데믹 전환 이후 소비자들이 다시 외식으로 눈을 돌리고, 물가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등 여러 부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밀키트 브랜드 ‘쿡킷’(COOKIT). [사진 CJ제일제당]
일부 업체들은 수익성 문제로 밀키트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7월 프리미엄 밀키트 브랜드 ‘쿡킷’(COOKIT)의 전용 앱과 온라인몰을 운영 5년 만에 접었다. 현재는 온라인몰 CJ더마켓에서도 더 이상 쿡킷 상품이 유통되지 않고 있다. 선두 업체로 꼽히는 프레시지마저 할인 경쟁 여파로 수년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인 만큼 밀키트 시장의 존재감은 여전히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밀키트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밀키트 시장을 코로나19 시기하고만 비교하기 때문에 성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밀키트 수요는 꾸준하며, 특히 지난해부터 외식물가 급증으로 밀키트에 대한 인식 또한 더욱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빠르고 간편한 밀키트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다시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과거로 회귀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업체들도 소비자 타깃·음식 취향·트렌드 등에 부합하는 다양한 밀키트를 선보이도록 힘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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