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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고 졌던 ‘픽업 트럭’...韓 시장에 다시 부는 ‘봄바람’

1980년대 개화 한 韓 픽업 트럭 시장
2019년 이후 판매량 꾸준히 내리막길
부활 신호탄 기아·KGM, 연이어 신차 출시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준공식 [사진 국가기록원]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국내 픽업 시장에 봄바람이 분다. 기아와 KG 모빌리티(KGM)가 연이어 새로운 ‘픽업 트럭’을 공개하면서다. 기아는 타스만을, KGM은 무쏘 EV를 선보이며 국내 픽업 트럭 시장의 부흥기를 다시금 이끌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타스만은 지난달 출시 이후 4000대 판매를 넘어섰다. KGM 무쏘 EV는 계약 건수만 2500대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픽업 판매량(1만3475대)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1980년대 꽃피고, 2000년대 진 ‘픽업 트럭’

국내 시장에서의 픽업 트럭 열풍은 오래전 이야기다. 한국에서 픽업 트럭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다. 한국교통연구원(KOTI)의 ‘한국의 경제 성장과 교통 모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70년에 건설된 ‘경부고속도로’는 산업화된 남동부 지역 및 여러 항만을 서울 수도권과 연결시켰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자연스럽게 물류 이동량의 증가로 이어졌는데, 여기서 화물 운송 수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자영업자의 증가도 거들었다. 자영업자 및 개인사업체 수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지난 2013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전국의 사업체는 총 368만 개인데, 이 중 개인사업체 비중이 81.2%로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후 회사법인이 46만개(12.4%), 회사 이외의 법인이 10만개(2.8%), 비법인 단체가 13만개(3.5%)를 각각 차지했다.

도로망의 확장과 자영업자의 증가는 픽업 트럭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 농업·건설·소형 물류업 등 여러 사업체에서 픽업 트럭의 필요성이 대두됨과 동시에 도로망 확장으로 픽업 트럭의 시장 진입 가능성이 증가한 까닭이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 픽업 트럭은 하나둘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자동차의 포니 픽업과 쌍용자동차의 무쏘다. 픽업 트럭은 승용차 플랫폼 기반 적재함이 포함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스타일 차량을 일컫는데, 포니와 무쏘가 이에 해당되는 모델이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 한국에서는 소형 화물차 시장이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포니 픽업이 상업용 소형 트럭 역할을 수행했다. 1976년 포니를 처음 출시한 현대차도 해당 차량을 ‘소형 픽업트럭’으로 마케팅한 바 있다. 뒤이어 쌍용자동차는 2002년 무쏘 스포츠를 출시했다. 이를 기점으로 양사는 국내 픽업 트럭 시장을 열고, 이끌어갔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0년도 후반 한국 픽업트럭 시장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019년 4만2825대의 국내 판매량을 보인 뒤 2021년 3만902대 2022년 2만9685대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이후 2023년 1만8199대를 기록하며 2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2024년 판매량은 더 떨어진 1만3475대로 집계됐다.

추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서 몇몇 픽업트럭 신모델이 출시됐지만, 승용 스타일의 픽업트럭은 거의 없었던 점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또 SUV와 미니밴의 대중화로 인해 픽업트럭이 점차 대체되거나 소비자 선호도에서 밀려난 것도 문제였다. 

경기 평택시 KGM 본사에서 열린 '무쏘 EV' 출시 신차발표회에서 곽재선 KGM 회장이 차량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KG 모빌리티]

기아와 KGM, 픽업 트럭 다시 꽃 피우나 

이렇듯 쇠락의 길만 걷던 픽업 트럭 시장에 다시 생기가 돈다. 기아와 KGM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픽업 트럭’을 연이어 출시하면서다. 먼저 기아다. 기아는 브랜드 최초의 정통 픽업 타스만의 계약을 시작했다. 기아는 타스만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상품성으로 국내 픽업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대감을 기술력도 뒷받침한다. 기아는 타스만에 가솔린 2.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출력 281마력(PS), 최대 토크 43.0kgf·m의 동력성능과 8.6km/ℓ의 복합연비를 확보했다. 또 최대 3500kg까지 견인할 수 있는 토잉(towing) 성능을 갖췄으며 견인 중량에 따라 변속패턴을 차별화하는 토우(tow) 모드로 승차감 및 변속감, 연료 소비 효율을 최적화했다.

KGM도 픽업 트럭 부흥기를 돕는다. 첫 타석에는 무쏘 EV가 섰다. 무쏘 EV는 KGM의 디자인 철학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Powered by Toughness)를 바탕으로, 편리하고 튼튼한 ‘핸디 앤 터프’ (Handy & Tough) 디자인을 구현해 탄생했다.

무쏘 EV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화재 위험성이 낮은 80.6kWh 용량의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픽업 특유의 구조에도 일상생활에 충분한 1회 충전 주행거리 400km및 복합 전비 4.2km/kWh를 달성했다.

또 셀투팩(Cell to Pack) 공법을 사용하여 단위 면적당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하고, 외부 충격에 강한 배터리 팩 설계로 내구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여기에 더해 더욱 안심하고 운행할 수 있도록 차세대 다중 배터리 안전 관리 시스템(BMS)을 적용했다. 

기술력과 함께 ‘세제 혜택’도 부흥기를 돕는다. 한국에서는 픽업 트럭이 화물차로 분류될 경우 ▲자동차세 ▲개별소비세 ▲취등록세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화물차는 적재량에 따라 세율이 결정된다. 1톤 이하의 경우 연간 2만8500원의 세율이 적용된다. 또 개별소비세가 면제되며, 취득세는 5%로 적용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픽업 트럭의 경우 매니아층이 분명한 모델인데, 기아와 KGM이 연이어 신차를 출시하면서 픽업 트럭 매니아층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이들 차량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해외 시장 수출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성공할 수 있다는 지표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아와 KGM 같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계속해서 경쟁력 있는 국산 픽업 트럭 모델을 출시 한다면, 픽업 트럭 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신차는 픽업 트럭 시장에 일종의 단비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기아의 첫 번째 정통 픽업트럭 더 기아 타스만.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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