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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가슴 뛰게 한 '스카이프' 역사 속으로...자취를 톺아보다 [한세희 테크&라이프]

마이크로소프트, 스카이프 오는 5월 중단키로 결정
통화 중심에서 메시지 시대로 옮겨가며 인기 시들해져

스카이프가 오는 5월 서비스를 중단한다. [사진 챗GPT]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가 오는 5월 문을 닫는다. 스카이프를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내린 결정이다. 

스마트폰 혁명이 오기 전, 인터넷 망을 이용해 무료로 전화하는 스카이프는 가장 주목받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였다. 외국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나 다른 나라에 가족을 둔 사람들, 해외 기업과 소통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스카이프는 복음이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국제전화를 걸려면 적잖은 전화요금을 부담해야 했다. 전화기를 들고 ‘001’을 누를 때는 언제나 묘한 긴장이 들었다. 

하지만 컴퓨터에 스카이프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람들은 인터넷전화(VoIP) 방식으로 세계 어디서나 무료로 통화할 수 있었다. 일반 전화기처럼 전화번호를 받을 수도 있었고, 일반 전화보다 싸게 유선 전화에 전화를 걸 수도 있었다. 

스카이프는 당시 독과점과 비효율의 대명사였던 통신사가 장악한 국제전화 시장을 ‘해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인터넷이 주는 자유와 유익을 이만큼 잘 보여주는 기술은 없었다. 

스카이프의 탄생 스토리도 초기 인터넷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스카이프는 2003년 니클라스 젠스트롬 등 에스토니아 청년 개발자 3명이 설립하였다. 이들은 앞서 ‘냅스터’와 비슷한 P2P 음악 공유 프로그램 ‘카자’를 개발했다. 냅스터에 비해 지명도는 조금 떨어졌지만, 당시의 자유롭고도 불법적인(?) 디지털 음악 무정부 상태의 주역 중 하나였다. 이들이 카자의 기반이 된 P2P 기술을 전화에 적용해 새롭게 선보인 것이 바로 스카이프였다. 

알려지지 않은 작은 나라 청년들이 견고한 글로벌 음악 산업과 통신 산업을 뒤흔들고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는 모습은 당시 피어오르던 디지털 낙관주의와 기술 해방을 대표하는 풍경이었다. 전성기 스카이프 사용자 수는 세계적으로 3억 명에 이르렀다. 
 
대기업 조직에서 빛을 잃은 스타트업

하지만 스카이프가 주목받아 산업계 주류에 편입되면서 도리어 스카이프의 매력은 빛을 잃기 시작했다. 스카이프는 2005년 온라인 커머스 기업 이베이에 26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이베이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스카이프의 사용자 기반을 자사 플랫폼에 흡수하고, 스카이프로 판매자와 구매자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해 전자상거래를 확대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이 시기 스카이프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기대했던 이베이와의 시너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커뮤니케이션 기업과 전자 상거래 기업, 자리잡은 IT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컸다. 

이베이는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스카이프를 매각한다. 가격은 85억 달러.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IT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느라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디지털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며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업계 중심으로 떠올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리를 잠식했다. PC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파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네트워크는 생소한 세계였다. 

견고한 사용자 네트워크를 가진 스카이프는 꼭 맞는 짝이 될 것 같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라인 포털 MSN에 투자하고, 게임기 X박스에 네트워크 플레이 게임을 넣었다. 게이머들이 X박스로 게임을 하며 스카이프로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하지만 다시 한번 스카이프와 IT 대기업의 만남은 실패로 돌아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스카이프의 시너지는 거의 없었고, 스카이프는 적잖은 규모의 서비스를 유지했음에도 존재감은 줄어들어갔다. 어느 순간 사용자 지표 발표가 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일간 사용자가 3600만 명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이 시기 주인공 자리는 줌 같은 다른 앱의 차지였다. 

아마도 이베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스카이프의 잠재력을 끌어낼 역량이 없었거나, 인수 후 기업 내 우선순위에서 밀려 방치되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훌륭한 대기업이 좋은 스타트업을 인수한 후 적당히 잘 ‘관리’하다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시킨 수많은 사례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스카이프의 운명을 바꾸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찾아왔다. 스마트폰은 인터넷에 상시 접속한 상태로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와 함께 한다. 그렇다면 스카이프는 스마트폰의 킬러 앱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스마트폰에서 핵심 활동은 통화가 아니라 메시지였다. 사람들은 전화가 아니라 텍스트 메시지에 열광했다. 왓츠앱이 북미와 유럽, 남미, 인도 등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페이스북 메신저나 바이버 같은 앱도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선 카카오톡, 일본에선 라인이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올랐다. 이들 메신저는 후에 음성 통화와 영상 통화 기능도 추가하며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발전했지만, 처음 시작은 문자 채팅이었다. 

스카이프 역시 음성 통화 외에 텍스트 채팅 기능도 있었지만, 전화 앱이라는 인식은 뿌리 깊었다. 스카이프는 겉보기에는 별반 다르지 않은 메신저 앱들에 자리를 빼앗겼다.

스마트폰은 전화의 외양을 하고 있었지만, 전화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스마트폰은 미디어 소비 기기이자 내비게이션, 생산성 도구, 금융 창구였다. 커뮤니케이션은 스마트폰에서도 중요했지만, 텍스트 교환과 소셜미디어 접점 역할이 핵심이었다. 스카이프는 전화를 대체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음성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하는 흐름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메신저의 영향력은 개인을 넘어 비즈니스로 뻗어갔다. 슬랙 같은 업무용 메신저가 전화와 이메일이 지배하던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잠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흐름에 대응해 ‘팀즈’를 내놓았다. 팀즈는 채팅과 파일 공유, 화상 회의를 통해 기업 활동의 신경망을 차지하려는 야망을 가졌다. 스카이프의 설 자리는 사라졌다. 

스카이프 종료는 한때 우리 가슴을 뛰게 한 디지털 낙관주의의 흥분이 가라앉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준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를 들으며 소통하던 시대도 멀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때가 카카오톡 채팅 창에 쏟아지는 대화에 파묻혀 지내는 지금보다 나았을까? 어느 쪽이건, 이제 그런 시기가 되돌아오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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