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건설업계 위기를 기대로 바꾸려면 [EDITOR’S LETTER]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재무건전성 위기가 건설업계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건설사의 올해 첫 성적표가 나왔는데요, 예상보다 선방한 결과였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늘었고,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원가율(매출액 대비 원가)이 개선되며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1.8%, 33%가 각각 증가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면서 시장 기대 이상의 실적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내달 조기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상황이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옵니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주택 공급 확대 등을 공약하고 있어 앞으로 건설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기가 기대로 바뀌기에는 상황이 심각합니다.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3월 건설업체의 폐업 신고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9.4% 늘어난 160건으로 지난 2011년(164건)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았는데요, 이들 대부분은 폐업 사유로 ‘사업 포기’를 들었습니다.
위기는 지방 중소건설사를 넘어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100위권 기업까지 덮쳐 ▲신동아건설(58위) ▲삼부토건(71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대흥건설(96위) 등이 올해 줄줄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시평 30위권 내외 건설사도 높은 부채비율로 경고등이 켜졌는데요, 19위 코오롱글로벌, 20위 금호건설, 36위 HJ중공업 등이 300~600%대에 이르는 부채비율로 재무건전성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건설업계를 강타한 혹독한 한파는 지방 중심의 미분양 급증으로 인한 공사 미수금 증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쌓이고 쌓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정국 불안정으로 건설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숨통을 트여주던 공공부문 발주마저 줄어들면서 업계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2월 건설 수주는 총 2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9% 줄었는데, 공공부문 수주는 26.9% 감소했습니다. 이는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조원 가량 줄며 공공부문 발주가 급감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힙니다.
건설업계의 침체는 일자리 감소라는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동기보다 18만5000명(8.7%)이 줄었는데, 2013년 통계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겁니다. 대표적인 서민 일자리로 꼽히는 건설업 일자리 감소는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를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트리고, 이는 한국 경제의 침체 탈출에도 발목을 잡을 겁니다.
향후에도 건설 경기 침체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SOC 중심의 추경 예산의 추가 확보와 함께 오는 6월 도입되는 제로 에너지 의무화,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 등 건설업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볼 때입니다. 그래야 ‘건설사 줄도산’ 위기설이 그냥 ‘설’로만 그칠 수 있을 겁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FDA, 외국기업 의약품 제조시설 불시 검사 확대[제약·바이오 해외토픽]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이데일리
'미쳤다' 한화 26년 만의 10연승 이끈 벤치·수비·주루·집중력의 힘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국힘, '김문수→한덕수' 후보 재선출절차 돌입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주기적 감사인 지정이 되레 투자자 혼란 가중…“명확한 지침 필요”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韓 AI신약개발 진단]① K-신약 인공지능, 美와 격차 벌어지는 까닭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