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증권업 1호’ 교보증권, 한국 자본시장 76년을 걷다
- [증권업계 최초에서 최고로]②
1949년 대한증권으로 출범
거래소 설립·시장 제도화 핵심 주체로 참여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1949년 11월 22일 ‘대한증권’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교보증권은 대한민국 증권사의 첫 장을 열었다. 광복 이후 국내에 아직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기, 자본시장 재건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해 지난 76년간 한국 금융의 주요 길목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교보증권의 출발점은 1947년 9월 뜻을 함께한 민간 금융인 40여 명이 결성한 ‘증권구락부’였다. 이는 해방 후 제 기능을 잃었던 채권시장과 민간 유통체계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이었고, 이러한 노력은 2년 뒤인 1949년 11월 대한증권 설립과 금융업 면허 1호 획득으로 결실을 맺으며 국내 최초 민간 증권사의 탄생을 알렸다.
다만 초기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전쟁 중에는 부산으로 임시 이전해 채권 유통과 기업 자금 조달 업무를 이어갔고, 1953년 서울로 복귀한 후에는 사단법인 대한증권업협회 설립을 주도하며 시장 질서의 기틀을 다지는 데 힘썼다.
자본시장 제도화 주도…증권거래소 설립에 핵심 역할
그리고 1956년 3월 3일 마침내 우리나라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문을 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자본시장 거래 제도화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당시 다른 증권사들과 초기 5대 증권사 체제를 이루면서, 가장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 설계와 실무 운영에서 중심을 잡았다.
이후 1970년대와 80년대 한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면서 증권시장은 그 규모를 키워나갔다. 대한증권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함께 발전했다. 수출 제조업체와 건설사들의 유상증자 및 사채 발행을 지원하며 기업금융 부문의 기반을 넓혔고,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중개 영업도 활발히 펼쳤다.
특히 1975년에는 증권업법 제정으로 종합증권사로 전환해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당시 명동 본사는 개인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리테일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1994년은 대한증권에 또 다른 변화의 계기가 됐다. 교보생명에 인수되며 사명을 '교보증권'으로 변경하고 교보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합류했다. 이를 통해 그룹 내 생명보험과의 시너지를 모색하며 ▲자산관리 ▲퇴직연금 ▲채권운용 등 장기 금융 부문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이러한 내실 경영은 1997년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시기에 그 진가를 드러냈다. 당시 과도한 차입을 피하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던 교보증권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

이 같은 위기 극복 이후 교보증권은 199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02년에는 유가증권시장(KOSPI)으로 이전 상장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다. 현장 중심의 영업 전략과 시장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은 교보증권만의 특징으로 자리 잡으며 조직 문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교보금융그룹 편입 후 자산관리·채권운용 강화
이후 교보증권은 대형 증권사들과의 직접적인 경쟁보다는 비교 우위를 가진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에서 신중한 리스크 관리와 선별적인 사업 참여로 시장 내에서 안정성과 전문성을 두루 인정받은 점은 교보증권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채권 중개와 자기자본투자(PI) 영역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며 중견 증권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 밖에도 ▲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 ▲다이렉트인덱싱 기반 투자 솔루션 개발 ▲비상장주식 자문형 랩 출시 등 사업 다각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올해 교보증권은 종합투자금융사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며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양손잡이 경영’ 전략에 따라 전통 금융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금융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신사업으로는 인공지능(AI)을활용한 고객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비롯해, 블록체인 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진출 검토,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설립을 통한부실채권(NPL) 투자 확대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의 주요 먹거리로 떠오른 벤처캐피털(VC) 투자 확대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교보증권은 경영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규제대응 테스크포스팀(TFT) 운영 ▲책임경영 구조 확대 등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소액주주 중심의 차등배당을 유지하며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보통주 1주당 500원의 배당을 결정하고 최대주주는 3년 연속 배당을 받지 않는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이어갔다.
교보증권 내부에는 ‘국내 1호 증권사’라는 정체성을 현재의 경쟁력으로 삼으려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창립기념일을 되새기며 ▲임직원 교육 ▲역사 퀴즈 행사 ▲사보 발간 등을 통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자본시장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공유하는 모습이다.
올해로 창립 76주년을 맞은 교보증권은 여전히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고객 중심 마인드를 통해 미래 금융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가고 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올해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시기”라며 “최초를 넘어 최고를 지향하며 끊임없이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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