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격랑 속, 다시 흩어진 한국 자동차 ‘삼각 전선’
- [1984 신진 뛰어넘은 모빌리티 한국] ②
글로벌 EV 시장 선도하는 현대차그룹
현지 맞춤화 전략 펼치는 KG모빌리티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가 두 번째 승부수를 맞이했다. 30년 전 ‘세계화’라는 키워드 아래 해외로 뻗어 나갔던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이제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전선(前線)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EV)와 ‘자율주행’(AD)은 단순한 신기술을 넘어 자동차 산업 전체를 재편하는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각자의 전략으로 생존과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선도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KG모빌리티는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반면, GM한국사업장은 내연기관차 생산에 집중하면서 전기차 전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압도적인 ‘힘’ 현대차그룹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 EV6, GV60 등 다수의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 MPV인 스타리아 하이브리드와 소형 전기 SUV EV3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단순히 차량 생산에 그치지 않는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셔널을 통해 미국 내 로보택시 실증을 진행 중이며, 차량 제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도 병행하고 있다. 이미 2022년부터 전 차량에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했으며,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SDV로 전환한다는 로드맵을 세워두고 있다.

보다 ‘현실적인’ KG모빌리티
KG모빌리티는 현실적이다. 생존형 전기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KG모빌리티는 BYD와의 협력을 통해 배터리와 파워트레인을 공급받고 있으며, 픽업트럭 무쏘 EV를 시작으로 전기 SUV 전환을 시도 중이다. 또 배터리팩 및 모터 등 주요 부품의 국산화를 병행하며 수익성 제고를 꾀하고 있다.
특히 KG모빌리티에게 '수출'은 생존 전략 그 자체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KG모빌리티는 유럽과 함께 중남미, 유라시아, 중동, 동유럽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KG모빌리티는 중남미(칠레·에콰도르·콜롬비아 등)와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 국가(카자흐스탄·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에 진출 중이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을 주축으로 KD(반조립) 방식으로 조립공장 협력체계를 구축해 현지화 생산도 병행하고 있다. 차량은 대부분 내연기관 SUV 중심이지만, 꾸준히 전동화 모델 비중을 확대 중이다.
최근에는 이탈리아를 교두보로 유럽시장에 재진입했다. 2023년 하반기, KG모빌리티는 이탈리아 현지 유통 법인을 설립하고 토레스·렉스턴·코란도 이모션(전기차) 등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유럽 시장은 배출규제와 안전 기준이 까다로운 대신 브랜드 충성도보다 제품 가치에 민감한 고객층이 많아 니치 SUV에 기회가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전환 ‘변두리’ GM한국사업장
GM한국사업장은 전기차 전환 국면에서 가장 뚜렷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GM 본사는 얼티엄(Ultium)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GM한국사업장은 아직까지 전기차 생산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창원공장 증설과 부평공장 증산 계획은 모두 내연기관 차량에 집중돼 있다.
반면 GM 본사는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전기차 전환을 선언하고, 얼티엄 플랫폼 기반의 EV 생산을 미국·캐나다·중국 등에 집중하고 있다. GM한국사업장에는 얼티엄 플랫폼 기반 차량 생산 계획이 명확히 할당되지 않았다. 이같은 흐름은 GM한국사업장이 GM 글로벌 밸류체인 내에서 ‘조립만 하는 지역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실제 북미 시장을 겨냥한 주요 EV 생산 라인이 멕시코·미국·캐나다에 집중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GM한국사업장의 경우 EV 조립만이 아닌 기술 개발 및 제품 전략 측면에서도 주요 거점에서 소외되는 구조인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철수설도 꾸준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정책과 한국GM의 내수 부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GM은 지난해 전체 생산량의 약 84%를 미국에 수출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정책은 뼈아프다.
이를 두고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차종을 선보이며, 전 세계를 무대로 폭넓은 고객층을 공략하는 전통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면 KGM은 다르다. 당장 전용 플랫폼 개발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전기차 시대에는 중국산 배터리를 활용해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GM은 현재로선 전기차 전환에 대한 뚜렷한 전략 없이 단순 조립만 하는 지역 생산기지로 전락한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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