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수산인더스트리 공모자금, ‘성장 투자’ 약속 대신 자회사 지원?
- [IPO 공모금 점검]①
M&A·신사업 대신 부지 매입에 공모자금 일부 집행
오너 2세 경영 시점과 맞물리며 자금 운용 투명성 우려 제기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수산인더스트리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공모자금을 자회사 수산이앤에스(수산E&S)의 신사옥 및 공장 이전 부지 매입에 일부 사용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당초 제시했던 투자 계획과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산인더스트리는 해당 부지를 정비센터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회사 자산 확충에 공모자금이 투입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2022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14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 수산인더스트리는 당시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공모자금 약 1471억 원 중 1100억원은 국내외 에너지 관련 발전사업 지분 투자에, 약 372억원은 해외시장 진출, 신규사업 및 R&D 확대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핵심 사용처로 제시됐던 M&A는 필리핀 카세크난 및 세부 발전소 인수 시도가 연이어 유찰되고, 국내 지역냉난방업체 휴세스 지분 인수마저 최종 무산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 집행된 공모자금 중 일부가 경북 경주 명계3일반산업단지 부지 매입에 사용되면서, 투자 목적의 적정성과 자금 운용의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산인더스트리는 2025년 1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경주사업장 개설 및 설비투자' 목적으로 해당 부지 취득 등에 약 34억2000만 원을 집행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약 300억원 규모로 수산인더스트리가 약 100억원, 100% 자회사인 수산E&S가 약 200억원을 부담해 각각 정비기술센터와 신사옥을 건립하는 구조다. 수산인더스트리는 공모자금 중 이미 집행된 금액 외에 향후 약 60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산인더스트리의 핵심 사업이 발전소 설비의 유지보수 및 정비 용역으로, 직접적인 생산설비보다 기술 인력과 현장 운영 역량이 중요시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일각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회사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인적자원을 활용한 사업이 주요 매출처라고 밝히고 있다. 매출 구조를 살펴보더라도 원자력, 화력, 신재생 발전설비를 대상으로 한 '정비용역' 수익이 90% 이상에 달한다. 제조업 중심의 기업보다는 공장 증축 등에 대한 필요성이 낮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번에 신축될 ‘원전정비기술센터’의 바닥 면적은 2505㎡(약 759평)로, 전체 매입 부지(2만7738㎡)의 약 9% 수준에 그친다. 또한 해당 부지가 현재 경주 외동읍 구어공단에서 현재 임차해 사용 중인 기존 공장 부지의 규모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프로젝트는 생산능력 확충보다는 기존 인프라를 이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수산인더스트리의 공모자금이 당초 제시한 M&A나 신사업 확대 같은 ‘성장 투자’가 아닌, 자회사 자산 확충에 상당 부분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비센터 신축이라는 명목과 달리 실제 투자 대상이 자회사 본사 및 공장 이전에 집중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공모자금 사용 목적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수산E&S는 경주 명계3산단 내 총 8406평 규모의 부지를 수산인더스트리와 함께 절반씩 나눠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산인더스트리는 이 중 일부를 정비기술센터 부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생산설비 및 기반시설 투자에 각각 7억원 정도만을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부지 대다수는 수산E&S의 본사 건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이번 자금 집행 시점과 수산그룹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된 시점이 맞물려 있는 점은 눈에 띈다. 지난 3월 수산그룹 창업주 정석현 회장의 아들 정보윤 씨가 수산인더스트리와 수산E&S 양사의 각자대표로 선임되면서, 모회사와 자회사의 경영 판단이 밀접하게 연결된 구조가 형성됐다. 이로 인해 IPO 당시 제시한 투자계획과 실제 자금 집행 사이의 차이, 그리고 자금 운용 과정에서의 독립성과 투명성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산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수산인더스트리에서 경주 사업장에 투입할 예정인 100억원은 전부 정비기술센터 건립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M&A 역시 현재 진행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나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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