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불장, 그리고 위험한 빚투 [EDITOR’S LETTER]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요즘 중견기업에 다니는 지인의 얼굴이 환하게 펴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주식시장 얘기를 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투자한 주식도 오름세를 보여 끓던 속이 일부 풀렸다는 겁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악재에 떨어지기만 하는 국장을 탈출해 미장으로 옮겨 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이제는 상황이 360도 바뀌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국장이 그야말로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 취임 당일인 6월 4일 2770이었던 코스피는 가파르게 올라 보름이 지난 20일 3000을 뚫었는데요, 2022년 1월 3일(3010.77) 이후 3년 5개월여 만입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리스트가 급부상했음에도 주가 상승세를 꺾지 못할 정도로 국장은 불장입니다.
주요 요인으로는 대선 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새 정부의 2차 추경 등 경기부양책 및 증시 활성화 대책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 꼽힙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불법 부정거래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배당 확대 등 밸류업 정책 추진 등을 재차 강조하며 대선 공약이기도 한 ‘코스피 5000 시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증시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데요, ‘팔자’ 일변도였던 외국인들도 ‘사자’로 돌아서 국장 활황세에 가세했습니다. 심지어 국장에 투자하는 미국의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이달 들어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는데요, 1년 반 만에 월간 기준 최대치입니다.
일부 과열 양상도 보이고 있는데요,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12일 현재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8500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지난 5월 30일 잔고와 비교해 5761억원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남은 금액인데,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며 불장에 편승해 위험한 빚투에 나선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겁니다. 이달 들어 은행의 신용대출도 하루 평균 증가액이 지난달 두 배가량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증시 빚투’ 때문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습니다.
워낙 ‘코스피 5000’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빚투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금 유입으로 숨통을 틀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반면, 지금의 빚투가 크게 한몫 잡겠다는 투기성도 적지 않아 우려되기도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바라는 증시 투자는 명확합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의 자본 조달도 쉬울 것이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될 것”이라며 “그 핵심 축에 증권시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모범적인 증시 투자의 모습인데요, 현실이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여서 당국은 지금의 빚투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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