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언론사 트래픽이 무너졌다”…AI 시대 저널리즘의 도전 [한세희 테크&라이프]
- 저널리즘의 미래...AI와 공존의 시대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 마련해야

빅테크와 언론의 관계 역시 기대와 좌절을 오가는 밀당이 이어져 왔다. 플랫폼은 최신 이슈를 빠르고 지속적으로 반영한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언론사가 필요했고, 미디어 역시 적은 자원으로 많은 관심과 조회 수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활용하고 싶어했다. 뉴스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와 빠르게 성장하는 성공 사례도 나왔다. 수익 배분이나 저작권, 알고리즘과 가짜뉴스 등을 놓고 싸우다 또 서로의 필요에 의해 협력하기도 했다.
빅테크와 저널리즘의 밀당
하지만 최근 둘 사이는 상당히 오래 동안 냉랭한 기운이 돌고 있다. 메타가 페이스북에서 뉴스 공유 게시물의 노출도를 확 떨어뜨렸다. 일런 머스크의 X(구 트위터) 역시 링크가 포함된 트윗이 타임라인에 덜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바꾸었다. 플랫폼과 언론의 관계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에 지쳤다는 핑계로, 사용자가 자신들의 플랫폼에만 머물게 하고 싶다는 욕망을 실천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초거대언어모델(LLM)은 인터넷의 수많은 텍스트와 데이터를 학습해 만들어졌고, 그 데이터의 상당수는 언론사 뉴스 콘텐츠이다.
문제는 이렇게 탄생한 생성형 AI가 바로 언론의 지속가능성에 칼을 들이댈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 궁금해 신문을 뒤적이며 중간 중간 광고를 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네이버 앱이나 구글 검색을 들여다보다 내용이 궁금한 기사로 넘어가 내용을 접한다. 이렇게 찾아오는 트래픽을 통해 광고 수익을 얻는 것이 언론의 기본 수익이다.
그런데 궁금한 모든 것을 AI가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면 언론사 기사 페이지로 넘어오는 트래픽은 줄어들 것이다. 1-2 페이지로 잘 정리된 뉴스 브리핑을 매일 아침 책상에서 받아보는 대기업 임원 같은 경험을 누구나 AI로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에겐 좋은 일일 수 있지만, 그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기반을 흔드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우려는 실제로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리서치 회사 시밀러웹에 따르면, 2022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3년 간 주요 언론사들의 트래픽 감소 추세가 확연한다. 최근 3년이란 바로 챗GPT 등장 이후의 시간이다.
디지털 전환 성공 언론, AI에 당했다
검색 광고의 영향을 받지 않고 검색 결과에 나타난 웹페이지를 보고 자연스럽게 방문한 트래픽을 말하는 ‘오거닉 트래픽(organic traffic)’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곳이 적지 않았다.
허프포스트(구 허핑턴포스트)와 비즈니스인사이더, 워싱턴포스트 등이 대표적다. 미국의 셀럽 아리아나 허핑턴이 주변 인기인들에게 컬럼을 받아 시작한 허핑턴포스트는 당시 급성장하던 소셜미디어가 몰아주는 트래픽을 받아 동반성장한 매체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역시 인터넷 시대의 물결을 타고 기존 매체와 다른 온라인 네이티브 미디어를 지향하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통제할 수 없는 원인에 따른 극단적 트래픽 감소”로 직원의 5분의 1을 정리해고 하는 상황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전통의 명문 언론이지만 디지털 시대에 대한 적응에 실패하면서 경영난을 겪던 중 2013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개인 자금으로 2억5000만달러에 인ㅇ수한 바 있다. 이후 아마존의 디지털 전략이 결합되면서 레거시 언론의 성공적 디지털 전환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베조스, 아마존 사이 관계에 영향을 받는 평가가 나온데 이어 AI 바람까지 불면서 성장세가 가라앉은 모습이다.
고품격 매거진으로 분류되는 디애틀랜틱의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구글에서 오는 트래픽이 0이 되는 상황까지 상정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켜 나갈 때”라고 밝혔다.
아직 AI가 검색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이런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AI가 본격적으로 검색 영역을 넘나들기 시작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AI 이후의 저널리즘
현재 오픈AI가 챗GPT에 검색 정보를 끌어오는 기능을 강화하고 있고, 퍼플렉시티도 검색과 리서치에 특화된 생성형 AI 서비스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구글도 기존 검색 시장 수성이라는 수세적 입장에서 공격적 AI 활용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검색 결과 페이지 상단에 AI가 정리한 검색어 관련 내용을 보여주는 ‘AI 오버뷰’가 작년말 도입됐다. 5월 연례 행사 ‘구글 I/O’에선 검색 결과를 아예 보여주지 않고 챗봇과 대화하며 AI가 정리해 떠먹여주는 자료를 이미지나 그래픽 자료와 같이 볼 수 있는 ‘AI 모드’ 도입을 선언했다. 여기에 자료 탐색, 가격 및 사양 비교, 결제 등을 대신하는 AI 에이전트들이 붙으면 사용자는 구글 페이지를 벗어나지 않고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은 소비자에겐 편리하지만 저널리즘엔 재앙이 될 수 있다. 모든 지식과 의견을 평균 내 축약해서 보여주는 AI 챗봇의 브리핑에선 서로 경쟁하는 각 언론의 날카로운 관점이나 의제를 확인할 길이 없다. 요약문 사이에 작은 각주처럼 껴 있는 참고 링크가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거대 AI 모델을 가진 기업의 AI 학습 과정에 우리 콘텐츠가 중요하게 쓰이기만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진부한 이야지기만, 신뢰할만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채널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AI가 모든 질문에 답변하는 시대, 저널리즘이 해야 할 일은 더 나은 질문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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