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하버드 석학 놀라게 한 맞춤 안경 스타트업…”안경 너머 스마트글라스 시대 준비” [이코노 인터뷰]
- 박형진 브리즘(Breezm) 공동대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혁신 사례에 선정…가을 학기 직접 강연에 참여
“스마트 안경의 무게 이슈 브리즘이 해결할 수 있어”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사장님 안경 맞추러 왔어요.” 안경을 맞추러 온 고객은 뿔테와 금속테 등이 전시되어 있는 곳에서 테를 둘러보고 가격과 디자인을 결정한다. 이후에는 렌즈 종류를 고르게 된다. 렌즈 종류도 기능성 렌즈냐 해외 브랜드냐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안경테와 안경렌즈 가격은 고객의 선택에 따라 10만원 이하일 수도 있고 40만~50만원 혹은 이 보다 훨씬 비쌀 수도 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시력 검사를 한다. 시력 검사를 마치고 10~20분 정도 기다리면 고객이 주문한 안경을 바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안경테가 기성품이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에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안경테의 힌지·다리·코 받침 지지대 등을 조절해서 맞추게 된다. 얼굴 형태에 안경을 맞추지만 한계가 있다. 안경이 개인 맞춤형이 아니라 기성품이기에 생기는 불편함이다.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안경을 낀 사람들은 ‘그런가보다’하고 살아왔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반기를 든 이가 있다. 그는 ‘사람 얼굴에 안경을 맞춰야지, 왜 안경에 사람 얼굴을 맞추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2017년 5월 콥틱을 창업하고, 이듬해 개인 맞춤 안경 브랜드 ‘브리즘’을 출시했다. 주인공은 박형진 콥틱 공동대표다.
박 대표는 “안경을 만드는게 쉬워 보여도, 전통적인 안경 제작 방식으로는 20가지 정도의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 면서 “개인 맞춤 안경을 만들려면 이 20가지 공정을 모두 한사람만을 위해서 돌려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접근 불가능하게 비쌀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3D 스캐너·AI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안경 만들어
무엇보다 안경 쓰는 사람의 얼굴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를 세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박 대표는 “초기에는 안경 모양의 자를 3D 프린터로 만들어 고객 얼굴에 씌워가며 수치를 재는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면서 웃었다. 브리즘은 이를 3D 스캐닝 기술을 도입해 해결했다. 브리즘 매장에 가면 얼굴을 스캐닝하는 기기가 있다. 이를 통해 얼굴을 스캔하면 얼굴 너비부터 눈동자 사이 너비·코끝 너비·콧등 높이 등 20여 가지의 데이터가 생성된다. 박 대표는 “이 데이터를 가지고 통계학과 출신인 성우석 공동대표가 인공지능(AI) 추천 알고리즘의 뼈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금 브리즘은 3D 스캐너로 1221개의 얼굴 좌표를 측정하게 된다. AI는 고객과 가장 유사한 얼굴형의 사람들이 구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스타일을 추천한다. 고객은 80여 가지 디자인과 10가지 색상을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특허로 보호받는다.
또한 이 데이터를 기초로 안경테 제작의 공정도 4~5단계로 줄였다. 흔히 말하는 뿔테 안경은 3D 프린터로 제작한다. 브리즘이 제공하는 티타늄 안경은 3D 프린팅 대신 티타늄 판재를 레이저로 잘라서 접고 나사 없이 조립하는 힌지로 연결한다. 이 기술도 특허로 보호받고 있다. 이렇게 3D 프린터와 3D 스캐너 등의 기술력을 통해 안경의 공정을 줄이면서 맞춤형 안경의 제작 비용도 낮출 수 있었다. 백만원을 훌쩍 넘는 맞춤 안경의 가격을 20만원대로 낮추면서 고객의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기준 지금까지 8만여 명의 고객이 브리즘의 맞춤 안경을 선택했다. 누적 판매액은 3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지난해에만 2만5000여 개의 안경을 판매했고, 10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서울 역삼점을 시작으로 서울 을지로·마곡·잠실·판교·동탄·부산센텀 등 1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에도 브리즘 매장이 들어섰다. 창업 6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최근에는 8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지만 안경은 대부분 백인의 얼굴 형태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불만이 많다”면서 “한 인종의 얼굴 형태에 맞추다 보니 안경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이들이 많고, 브리즘에 대한 평가도 좋다”고 강조했다.

“얼굴 비대칭까지 잡아냈다”…하버드 석학도 감탄
이러한 문제의식은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브리즘은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HBS)의 혁신 연구 사례로 채택됐고, 가을 학기 교재로 사용된다. 후안 알카세르 HBS 석좌교수가 직접 브리즘을 찾아 인터뷰를 한 후 제안해 성사됐다.
알카세르 석좌교수도 안경을 오랫동안 착용해 왔는데, 한쪽 눈의 심한 약시와 얼굴의 비대칭으로 인해 안경 착용에 불편이 많이 느끼고 있었다. 브리즘은 그를 위한 맞춤형 안경을 제작해줬고, 알카세르 석좌교수는 매우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알카세르 석좌교수가 브리즘을 혁신 사례로 선정한 이유는 브리즘이 불투명한 가격 정책 등 공급자 중심의 안경 산업에 ▲3D 얼굴 스캐닝 ▲AI 개인 스타일 추천 ▲가상 시착 ▲3D 프린터로 안경테 제작 등 혁신 기술을 도입해 소비자 맞춤형 안경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전공할 때 HBS가 다루는 혁신 사례에 꼽히는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면서 “알카세르 석좌교수가 직접 한국까지 찾아와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우리에겐 큰 행운이고 다음 학기 강연이 시작되면 직접 참여해 발표도 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HBS의 첫 케이스는 브리즘이 어떻게 시장에 진입했는지를 다루게 되고 이후에는 미국 시장 공략과 같은 과제를 후속으로 다룰 예정이다.
박 대표의 이력을 보면 안경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P&G Korea 마케팅 본부를 거쳐 월트 디즈니에서 한국 디즈니랜드 프로젝트의 사업성 분석을 담당했다. 전력을 다해 뛰었지만 이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떠났던 일본 여행에서 안경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2006년 알로(ALO)라는 ‘패션 안경’ 사업에 뛰어들었고 성공도 맛봤다. “젊을 때 안경은 패션이라고 믿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엑시트에도 성공했지만 밝히기 어려운 문제로 그는 돈과 성공 대신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었다.
그 상처를 ‘루프탑 바’ 사업인 ‘어반딜라이트’로 달랬지만 그는 결국 다시 안경 사업에 돌아왔다. 그는 “제품과 구매 경험 모두 혁신할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라고 재도전의 이유를 밝혔다.
박 대표는 이제 ‘안경 너머’를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글라스 시대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다. “스마트글라스는 50g이 넘어가는데, 착용감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면서 “브리즘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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