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형식 요건 넘었지만…내부통제·지배구조 심사 관건
- [다시 시작된 초대형 IB 레이스]②
금융당국, 발행어음 심사서 내부통제·지배구조 ‘현미경 검증’
전산사고·사법리스크 안은 증권사들, 인가 획득 첩첩산중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5개 증권사들 모두 자기자본 4조원 기준은 충족했지만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건전성에서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금융당국이 비재무적 리스크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면서 각 사의 과거 사고 이력과 조직 관리 체계가 주요 검토 대상에 올랐다.
2017년 초대형 투자은행(IB)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 인가 기준은 자본 여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 15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하위규정 개정안 입법예고’를 살펴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기준에 ‘사회적 신용’ 요건을 명문화하고 자기자본 요건도 과거 2개 사업연도 연속 충족으로 강화하는 등 심사 기준을 질적 요소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부통제 미비 ▲사법 리스크 ▲조직 안정성 부족 등 비재무적 문제가 있으면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 인가 심사도 유사한 기준을 적용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법리스크·전산 사고…넘어야 할 산 많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한 5개 증권사는 각기 다른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일부 증권사는 과거 사고 이력이나 사법 리스크로 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다른 증권사는 내부통제 체계와 지배구조의 건전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 일부 증권사는 외부 법적 이슈나 조직 안정성 부족으로 심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5개사 모두 자본 요건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내부통제라는 또 다른 장애물이 남아 있는 상태인 셈이다.
다만 삼성증권은 현재 발행어음 사업 인가 후보 중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첫 신청 시 법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사업인가 문턱을 넘지 못했던 삼성증권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법원 무죄 판결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소했다. 이를 통해 발행어음 사업 진출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통해 기업금융 생태계에 자금을 공급하고, 모험자본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하나증권은 ‘랩·신탁 불법 운용’ 사태로 받은 기관경고가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고객의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다른 고객 계좌의 자산을 이용하는 소위 ‘돌려막기’(자전거래)가 적발된 이 사건은 금융기관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로 여겨진다. 하나증권이 해당 사건으로 받은 기관경고는 1년간 신사업 진출을 제한하는 중징계에 해당해,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13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운용 손실 사건을 통해 드러난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에 대한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담당 직원이 업무 범위를 벗어난 거래로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점은 심사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국의 판단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은 반복적인 전산사고와 임직원의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인해 심사 과정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 미국 주식 거래 오류 발생을 비롯해 합병비율 오류로 인한 주식 초과 지급 등이 발생하면서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최근 그룹 계열사 전 임직원이 메리츠증권과의 합병과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주식거래에 활용했다는 혐의가 드러나 경찰 조사를 받고 있어 이에 대한 소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최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관련된 외부 수사 상황이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집사 게이트’와 관련된 특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상황인 만큼 수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같은 사법 리스크는 키움증권의 지배구조 안정성과 사회적 신뢰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인가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심사 중단 요청…최종 인가 언제쯤
한편 지난 7월 17일 열린 안건심사 소위원회(안건소위)에서 금융감독원은 인가를 신청한 5개사 중 키움증권을 제외한 4곳에 대한 심사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가 심사 일정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의 제재와 사법리스크 등을 이유로 심사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정을 보류하면서 중단 여부에 대한 판단을 다음 회의로 연기했다. 이에 심사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감독당국의 이번 요청은 증권사들에 내부통제와 지배구조에 있어 강화된 요건이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행어음 인가라는 강력한 자금 조달 수단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철저한 내부통제 시스템과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원칙이 재확인된 셈이기 때문이다. 당국이 내부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증권사들에 대해서는 인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면서,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강화에 대한 철저한 소명이 이번 인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심사 중단 요청을 받은 것이 맞고 추가 안건위 개최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만약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 각 증권사들에게 즉각 통보할 예정이지만 이것이 낙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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